엄마는 오리 먹이를 잘 만든다. 지유는 만드는 법을 잘 안다. - P9

엄마는 규칙을 정하는 사람이었다. 규칙을 어기면 벌을 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엄마에겐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용서를 빈다고 용서해준 적도 없었다. 지유는 가차 없이 벌을 받아야 했다.
고아가 되는 벌이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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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떠났다. 우리를 물속에 버려두고, 그들은우리를 커다란 비눗방울 같은 막에 넣고 바다에 던졌다. 우리는 투명한 막 속에서 몸부림치다 정신을 잃었다. 우리가 물 위로 떠오른 것은 그들이 대기권을완전히 벗어난 후였다. - P133

죽은 달의 바다. 탐라성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 조각의 띠다. 아니 띠라기보다는 껍질에 가깝다. 적도와 극지를 가리지 않고 제각각의 궤도로 탐라성을 돌던 수많은 위성은 이제 모두 충돌해 부서지고 크고작은 파편들만 남아 탐라성 주변의 우주를 맴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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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징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다고?" 유안이 대꾸했다.
"내가 상상했던 불멸의 존재들은… 뭐, 이들도 늙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네." - P36

새해는 텅 빈 거리에 서서 그들이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궁금해했다. 과거에 그들은 문과 창문을 꽉잠근 튼튼한 집 안에 있었지만 이제 모든 문이 활짝열려 있었다. 새해는 조금 짜증이 났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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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해줘." 세가 말했다. 세는 혼자서 잠옷을 입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세의 언니 유안이 막 침실 문 옆에 있는 스위치를끄려던 참이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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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기억 중에서 말이야, 제일 질긴 게 쪽팔린 기억이더라."
"응?"
"이건 시간이 흘러도 당최 사라지거나 희미해지지가 않아. 다른 기억들은 적당히 퇴색되고 나한테 유리하게 왜곡되기도 하던데, 얘는 안 그래. 오히려 갈수록 과장되고 비비 꼬이면서 어떻게든나를 괴롭히려고 안달이지." - P64

당나귀의 허리를 부러뜨린 건 마지막 지푸라기일까, 그 전에 실려 있던 임계치의 짐일까? 당나귀는 어느 쪽을 원했을까?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짐을 지고 꾸역꾸역 목적지까지 가는 것과, 그냥 부러지고 끝내는 것 중에서. - P157

언제까지 여기 매달려서 썩어가는 내 몸을 쳐다보고 있어야 하나. 푹푹 찌는 날씨에 늦은 장맛비까지 오락가락하는데. 너무 흉한 몰골로 발견되고 싶지는 않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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