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량이 정색을 하고 한왕을 보며 말했다.
"대왕께서는 한때의 이기고 짐을 두고 천하의 인재를 저울질해서는 아니 됩니다. 비록 항왕의 기세에 밀려 잠시 낭패를 보기는 하였으나, 구강왕은 범 같고 교룡같은 호걸입니다. 외롭고 고단해져 쫓겨 왔다 해서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결코 아닙니다." - P76

패왕은 항백을 시켜 기어이 육성을 깨뜨린 뒤에 성안에 있던 구강왕 경포의 가솔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 뿐만 아니라, 그 부모처자를 볼모로 삼아 갖은 으름장을 놓고 겁을 줌으로써 경포가 이끌던 군사들마저 모두 거두어들였다. - P77

힘으로 천하를 온전히 움켜잡지 못했으니 제후들을 왕으로 봉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 P85

형양성 안의 한군들은 뻔히 속임수인 줄 알면서도 밤낮 없이 이어지는 초군의 공세에 잠 한숨 편히 자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거기다가 날이 지날수록 성안의 양식까지 다해 형양성은 점점 괴로운 지경으로 몰려 갔다. - P105

패왕이 비로소 마음속의 걱정 한 자락을 펼쳐 보이자 범증이 차게 웃으며 받았다.
"대왕, 또 장돌뱅이 유방에게 속으셨습니다. 바로 말씀드리자면 저들이 술과 고기로 흥청거릴 때나 불시에 군사를 내어 에움을 뚫고 세 갈래로 사자를 내보낼 때는 신도 적잖이 걱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휴전을 청하는 한나라의 사자를 맞고 보니 오히려 모든 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듯합니다. 지금 성안의 적은 식량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급히 구하러 올 원병이 있는것도 아닙니다." - P115

이쪽에서 새로 얻고 보탤 수가 없다 하더라도, 맞서고 있는 저쪽에서 덜어 내거나 빼앗아 올 수만 있다면, 이쪽에서 새로 얻고 보태는 것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 P119

진평이 표정 없는 얼굴로 그렇게 받자 마침내 한왕도 마음을 정했다.
"좋소. 그리해 봅시다. 모든 걸 진 호군께 맡기겠소."
그러고는 황금 4만 근을 진평에게 내주고 마음대로 쓰도록 허락했다. 정말로 그 뒤 한왕은 그 황금이 들고 나는 것에 관해서는 한 번도 진평에게 묻지 않았다. - P120

"드디어 항왕의 의심이 발동한 것입니다. 그의 사람들이 얼마나 우리 한나라와 내통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함입니다. 이제 범증을 항왕에게서 영영 떼어 놓을 독수를 펼쳐 볼 때가 왔습니다." - P125

마침 뒤따라 들어오는 진평을 보고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항왕이 보낸 사자라면 경이 알아서 접대해 보낼 일이지, 어찌하여 과인에게 바로 데려왔소? 하마터면 아부의 사자인 줄 알고 할 소리, 못할 소리 다 쏟아 낼 뻔하였소이다." - P129

"아, 예. 잘은 모르지만 몇몇 분 초나라 장수들도 가끔씩 사자를 보내거나 글로 우리 대왕께 안부를 전해 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무신군과 의제께서 살아계실 때는 모두가 한편이 되어 싸우시던 분들 아닙니까?"
초나라 사자는 그런 진평의 말을 듣자 더 물어볼 것도 없다 싶었다. - P130

패왕은 다음 날이 되고 또 다음 날이 되어도 군사를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자 마음이 다급해진 범증이 다시 패왕의 군막을 찾았으나 위사들이 패왕의 엄명을 구실로 범증을 안으로 들여 주지도 않았다. - P135

"그렇다면 이 늙은이도 의심받고 있다는 것이오? 대왕께서 이 늙은이의 말을 따르지 않고 형양성을 에워싸고만 계신 것도 바로 이 늙은이를 믿지 못해서란 말이오?"
범증이 치솟는 화를 다스리지 못해 수염까지 푸르르 떨며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렇게 소리쳤다. - P137

"더벅머리 아이를 천하의 패왕으로 길러 놓았더니 실로 너무하는구나. 아무리 군왕이기로서니 어찌 내게 이럴 수 있다는 말이냐!" - P137

"천하의 일은 대강 형세가 정해졌으니, 이제부터는 대왕께서 홀로 해 나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이 늙은 것을 이만 놓아주시어 고향 땅에 뼈를 묻게 해 주십시오!"
범증은 길게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그렇게 바로 속을 털어 놓았다. - P138

떠나는 범증도 보내는 항우도 자신들이 적의 이간책, 특히 진평의 독수에 걸려들어 그리된 것이라고는 조금도 깨닫지 못했다. - P141

아아, 내 명색 천시(天時)와 지리(地利)를 헤아릴 줄 아는 선비를 자처하면서도 정작 이 한 몸의 나아가고 물러남을 헤아리는데는 너무 등한하였다. - P143

"그래도 과인이 살기 위해 기신을 죽을 구덩이로 몰아넣을 수는 없소. 과인은 아직도 기신의 목숨을 살 만큼 그에게 베푼 것이 없소." - P161

초나라 군사들이 거칠게 몰아대자 기신을 따라 병장기도 들지 않고 항복해 온 한군(漢軍)들이 갑자기 갑옷과 투구를 벗어던지고 슬피 울어댔다. 초나라 군사들이 어리둥절해 살펴보니 기신을 따라 항복해 온 한군 2천 명은 모두가 여자였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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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구름이 끼고 있습니다! 탁이 외쳤다.
「이제는 괜찮다.」 야마가 대답했다. 「물고기는 이미 낚였으니까 말이다. 그는 강림할 것이다. 열반에서 나와 연꽃 속으로」 - P13

「유감이군.」 야마가 말했다. 「내가 이렇게 오래 노력해 온 것은 이 세계에 얼마든지 있는 나뭇잎이나 깃털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니까 말이오. 내가 원했던 것은 한 사내, 그가 없었기 때문에 중단됐던 싸움을 다시 계속해 줄 수 있는 사내였지. - P21

내가 <제1세대>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최초로 이 땅에 와서 거주지를 건설하고, 정착한 자들 중의 한 명이었어. 다른 자들은 모두 죽었거나 아니면 신이 되었네. - P23

신이라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중의 하나요. 그러므로 우리처럼 추방당한 신들이 또 하나의 유서 깊은 전통 아래로 들어간다는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인 것이오. 여신께 경의를 표하겠소.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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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나라와 한나라 사이에는 수많은 전투가 벌어졌지만, 생사와 존폐를 결정하는 승부라기보다는 양군 전력의 강약과 우열이 지루하게 교차하는 형태로 변해 갔다. - P12

한신의 대군이 형양을 떠나 서쪽으로 갔다는 소문이 돌자, 먼저 그런 걱정이 한창 치솟던 초나라 장졸들의 기세를 한풀 꺾어놓았다. - P13

"머지않아 머리 없는 귀신이 될 자가 아직 입은 살아서 큰소리로구나. 다시 한번 깨우쳐 주거니와, 그 변변찮은 머리라도 어깨 위에 남겨 두려거든 지금이라도 어서 서초로 돌아가는 게 어떠냐?"
그리도수하가 그렇게 한 번 더 초나라 사신의 허파를 뒤집었다. - P34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패왕 항우는 이번에도 범증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장막 안에서 천하의 형세를 따지고 계책을 짜는 데는 아부가 낫겠지만, 싸움터를 달리며 승패의 기미를 살펴 적을 무찌르는 데는 과인이 앞설 것이오. - P44

패왕의 명을 받은 장수들은 저마다 조나라의 성을 들이쳐 멋대로 사람을 죽이고 불을 놓고 재물을 빼앗았다. 그렇게 되자 처음에는 두 세력 사이에 끼여 어쩔 줄 몰라 하던 조나라의 인심이 차츰 한신과 장이 쪽으로 돌아섰다. - P46

이제부터 대왕께서는 또 한번 거록의 싸움을 치른다는 심경으로 힘과 물자를 모두 형양에 집중하신 뒤에 적이 숨 돌릴 틈없이 매섭게 들이치셔야 합니다. 한신이나 팽월, 장이의 무리가 구원을 오기 전에 형양성을 우려 빼고 유방을 목 베어야만 천하가 대왕의 다스림 아래 안정될 것입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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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신도들은 그를 마하사마트만(Mahasamatman)이라고 부르고그를 신으로 섬겼다. 그러나 그 자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마하(Maha)>와 영혼을 뜻하는 <아트만(atman)>이라는 앞뒤의 말을 떼어버리고 그냥 샘(Sam)이라고 불리기를 원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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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장 증오하는 나 무명화를 머지않아 보게 될 것이다. 역사는 왕을 죽인 자로 영원히 나를 기억하리라.
무명화는 반정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아는 듯했다. - P403

"왕의 가족에게는 자비를 베풀 수 없지. 첩과 아들들은 독으로벌하고, 왕의 수많은 죄에 눈 감았던 왕자들은 처단해야 마땅해. 모든 왕족과 대신은 방관한 죄로.." -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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