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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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 추천합니다. 성적인 소재나 잔혹한 장면이 싫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읽어도 좋으니 믿고 읽어도 됩니다. 이 책을 읽는데 단 하나의 걸림돌은 꽤 두껍다는 것인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손에 잡는 순간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 아까울테니.. 당연히 책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면 우선 책부터 사서 보세요.

 

훗날, 대극장을 설계한 건축가에 의해 처음 그 존재가 알려져 세상에 흔히 '붉은 벽돌의 여왕'으로 소개된 그 여자 벽돌공의 이름은 춘희(春姬)이다

이 소설 뭐지?

위에 적어 놓은 구절로 책이 시작한다. 뜬금없다.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지? 뭐라는 거야? 뜬금없이 시작한 것 같은 소설은 끝까지 읽고 나서 첫 장을 읽으면 감회가 새로워진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만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춘희로부터 시작한다. 왜 갔다 왔는지 모르는 120KG의 춘희가 벽돌공장에 떡하니 등장을 한다. 말도 못하는 벙어리인데다가 정신까지 오락가락한다. 빡빡 깎은 머리로 프로필 사진을 떡하니 던져 놓고,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데다가, 최고의 이야기꾼이라고 칭송받는 천명관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한 번 보자.

 

천명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금복이의 일대기

아빠와 단 둘이 살던 금복이. 생선장수를 따라 아빠를 버리고 도망간다. 아빠 죽는다. 부두가에서 생선을 말려 팔아 큰 돈을 번 금복이와 생선장수. 부두가에 처음 왔을 때, 강간당할 뻔한 금복이를 구해줬던 걱정을 다시 만나고,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금복이는 걱정(이거 사람 이름임)이와 살림을 차리고 생선장수는 망한다. 부두가의 주먹패의 보스였던 칼자국은 금복이를 보자 이전에 사랑했던 일본 기생이 생각나 사랑에 빠지고, 걱정은 미련하게 힘자랑하다가 반병신이 되어 버린다. 금복이는 걱정의 병수발을 하기 위해 칼자국의 집으로 걱정과 함께 들어가고, 당연히 칼자국과 걱정 몰래 한 이불을 쓰게 된다. 이를 알아챈 걱정은 바닷가에 몸을 던지고, 하필 칼자국이 그 광경을 목격했는데, 금복이가 그걸 또 목격했다. 칼자국이 걱정을 죽였다고 오해한 금복이가 칼자국도 죽여 버린다.
이런 식이다. 금복이하고 연관된 남자들은 죽던지 망하던지 인생을 망쳐 버린다.

 

엄청난 몰입력을 자랑하는 최고의 이야기인데 말은 안돼!

정말 재미있다. 보통은 소설을 읽으면 처음 몇십 페이지는 소설의 배경이 나오게 되는데, 이 부분이 지루할 때가 많다. 배경을 머리속에 잘 넣어 두지 않으면 한참 읽다가 다시 앞으로 와서 확인하고 읽어야 할 때도 있다. 고래는 그런 거 없다. 그냥 시작하자마자 마구 달리기 시작한다. 뒤돌아 볼 겨를이라고는 없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한달음에 달려갈 수밖에 없다. 하도 흥미진진해서 앞의 얘기를 까먹을 수 있지만 크게 상관없다. 그냥 작가가 썰을 푸는대로 쫓아갈 수밖에 없다.
썰을 푼다는 말이 참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 것 같은데 말도 안되기 때문이다. 걱정이가 죽을 때 몸무게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 무려 1톤이다. 말이 돼? 금복이는 걱정과 칼자국이 죽은 후 4년여간 떠돌아 다니면서 여기저기서 몸을 굴린다. 그리고는 아이를 낳는데 그게 춘희다. 태어날 때 7KG이란다. 이것도 말도 안된다. 한술 더 떠서 춘희가 걱정을 닮았다고 한다. 걱정이 죽은지 4년이라니까! 어처구니없는 건 작가는 춘희가 걱정의 씨를 받아 태어난 것처럼 어물쩡 넘어가 버린다. 게다가 걱정을 아는 사람들은 춘희를 보자마자 걱정의 아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 챈다. 걱정의 애가 아니라니까! 이런 식이다. 혹시 잘못 읽었나 해서 다시 돌아가서 봤다. 아닌게 맞다. 뻔뻔하기 이를데 없는 작가다.

 

 제목이 왜 고래냐구? 금복이가 부두에서 처음 보고 감명을 받았고, 평대에 지은 극장 모양이 고래 모양이다. 평대가 어디일까?

 

툇마루에서 들었을 것 같은 이야기

말도 안되는 얘기들이 마구 펼쳐진다. 고래는 3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장으로 넘어가면 더 가관이다. 작가가 훨씬 더 많이 소설 속으로 뛰어들어 해설을 한다. 앞에 나왔던 인물을 까먹었을 것 같으면, '설마 누구누구를 잊은 건 아니겠지?'라며 뻔뻔하게 이야기 속으로 침입한다. 툇마루에 마을 아낙네들이 앉아 있다. 동네에 색기 넘치는 과부가 한 명 있다. 얼마나 뒷소문히 무성할까. 얘기를 하다 보면 앞뒤가 안 맞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두고 뒤에서 쑥덕거리는 것처럼 재미있는게 또 없다. 고래는 그런 이야기다. 어디서 굴러 들어온 애딸린 여자가 갑자기 부자가 되니까 여기저기서 쑥덕거린 기록같은 이야기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구비문학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표현들

희대의 사기꾼이자 악명 높은 밀수꾼에 그 도시에서 상대가 없는 칼잡이인 동시에 호가 난 난봉꾼이며 모든 부둣가 창녀들의 기동서방에 염량 빠른 거간꾼인 칼자국

칼자국을 표현하는 말이다. 엄청나게 길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똑같은 표현이 7번이 나온다(6번이던가?).

 

그는 한껏 조심스럽고 완곡하게, 언제나 소문과 함께 장식처럼 따라다니는 변명들을 장황하게 섞어, 예컨대, 자신은 결코 입이 싼 사람이 아니며. <중간 생략> 병을 주는 동시에 약을 주는 요사스런 화법으로 그 수상한 소문을 전했을 때, 文은 그 자리에서 소문을 전한 인부를 당장에 해고해 버리고 말았다.
P. 223 ~ 224

한 인부가 바람남 금복이를 당시의 남편인 文에게 일러 바치는 장면인데, 무려 한페이지를 한 문장으로 주절거리고 있다. 이건 그냥 이야기다. 여기저기 떠돌던 이야기를 말솜씨 좋은 사람이 살을 붙여서 풀어 놓는다.

 

천명관. 이 책을 읽고 책 두 권을 더 주문했다.
 
할 얘기는 참 많지만..

고래는 읽으면서도 정말 할 얘기가 많다. 내용 자체도 재미있는데다가 표현도 그동안 봐왔던 소설들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그 얘기를 다 쓰려고 하다 보면 소설만큼 써야 할 것 같으니 여기서 그만 둬야겠다.
그래도 꼭 덧붙이고 싶은 건 있다. 춘희가 너무 불쌍하다. 그리고 춘희가 낳은 아이는 설마 살려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아이마저 죽여 버렸다. 책을 읽다가 입에서 쌍욕이 나왔다. 애는 살려 줘야 하는 거 아니냐. 가장 울컥했던 장면은 대극장을 설계한 건축가가 춘희가 만들어 놓은 벽돌을 찾았을 때였다. 그냥 춘희가 만들어 놓은 벽돌이 인정을 받았다는게 너무 기뻤다.

 

최근 몇년동안 책을 읽다가 눈물이 맺힌 적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책을 보면서 온갖 쌍욕을 해가면서, 얼굴을 찡그렸다가 펴고, 울컥해서 맺힌 눈물을 닦으면서 읽었다. 금복이가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궁금해? 어째서 춘희가 '붉은 벽돌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는지 궁금해? 120KG이나 되는 여자의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궁금해?

 

반드시 읽어 보는 걸 한 번 더 추천한다.

 

* 이 포스팅은 천명관 작가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아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투를 그대로 옮겨서 써 보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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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소설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마
나는 김병수, 살인자다. 그것도 연쇄살인마이다. 아무도 그것을 모른다. 완벽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큰 사고를 겪은 후에 나의 뇌에 무슨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가족은 단 한 명. 은희는 내 딸이다. 친딸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죽였던 여자의 딸을 데려다 키웠다.
최근 내가 사는 마을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나는 범인이 누군지 안다. 박주태이다. 어느날 은희가 박주태를 데리고 왔다. 내 사위가 될 녀석이라고 한다. 아무도 박주태의 정체를 모른다. 나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은희를 지키려면 오랫동안의 휴식을 끝내고 다시 한 번 살인을 해야 할 것 같다.
문제가 있다.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기억이 머릿속에 저장되지 않는다. 주변의 상황이 이해못할 방향으로 흘러 간다. 수첩과 녹음기로 기억을 붙들어 두려고 하지만 불안하다. 오로지 내가 붙잡고 있는 기억은 하나 뿐. 은희를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주태를 죽여야 한다.

 

 주인공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마이다.


과격한 소재.. 긴박한 전개..
소재가 흥미롭다.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기억을 잃고 있어가는 연쇄살인마가 주인공, 김병수이다. 김병수의 생각을 1인칭 시점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는 김병수가 보는 것만 볼 수 있고, 기억하는 것만 기억할 수 있다. 연쇄살인마, 알츠하이머, 또다른 연쇄살인마, 자신이 살해한 여자의 딸을 입양해서 키우는 등 온갖 과격한 소재는 모두 끌어 모았다. 연쇄살인마가 또다른 연쇄살인마로부터 자신의 딸을 지켜야 한다. 굉장히 긴박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글을 읽는 사람 역시 긴박한 흐름에 금새 동화되어 버린다.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한 문단씩 끊어서 글을 써 놓았기 때문에 호흡이 굉장히 짧다. 기억이 단절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찾은 방법인 것 같다. (김영하의 작품은 처음 읽는 것이라 다른 소설은 어떻게 구성했는지를 잘 모른다.)

 

작가 김영하. 

 

틈틈히 섞여 있는 블랙 유머
김병수는 연쇄살인마였지만 시적 재능이 뛰어나다. 심지어는 시를 가르치는 강사로부터 시를 직접 쓴 것이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시를 쓰는데 재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김병수가 쓴 많은 시들은 사실은 살인의 경험을 통해서 쓴 시이다. 상징이 아니라 실재이다. 게다가 연쇄살인마 주제에 불경을 읽는다. 인간 자체가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 거기에 기억의 모순까지 더해진다. 이 부분에서 블랙 유며가 발생한다.

책장에서 괜찮은 시를 발견했다.
감탄하여 읽고 또 읽으며 외우려 애썼는데, 알고 보니 내가 쓴 시였다.
P. 96


노골적으로 반전을 암시한다
치매, 알츠하이머 혹은 기억상실증. 기억을 소재로 다루는 소설이나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살인자의 기억법' 역시 극적인 반전이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딱히 반전이 있다는 점을 숨기려 하고 있지도 않다. 이런 경우 작가는 굉장히 큰 부담감을 갖게 될 것 같은데, 독자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반전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뻔한 반전이라면 읽은 사람이 시시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예상해 본 몇가지 반전이다.
1. 은희는 병수의 정체를 알고 있으며, 병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딸노릇을 하고 있다.
2. 사실은 새로 나타난 연쇄살인범은 병수이며, 살인을 한 후에 그 기억을 잊은 것이다.
3. 박주태와 은희는 사실 병수의 범행을 알고 있으며, 범행의 뒷처리를 해 주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영화 메멘토가 연상됐다.


기억이 왜곡되었다고..????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다른 방향으로 결말이 났다. 잊어 버린 기억의 간극을 메우면서 반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작가는 엉뚱하게도 기억이 왜곡되었었다는 것으로 결말을 만들었다. 결말까지 읽은 후에 나는 작가가 독자를 배신했다고 생각했다. 게임의 룰을 어겼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주인공은 기억을 하거나 못하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룰을 세워놓았다. 그런데 마지막에 갑자기 기억이 왜곡되었다고 한다. 병수는 조현병 환자가 아니다.
소설을 작가가 창조한 세계라 하더라도 그 세계 속에 만들어 놓은 룰은 지켜야 개연성이 생기는 것인데, 이 책은 전체의 80%와 마지막 20%의 룰이 다르다. 그래서 결말에 대해서는 실망이 크다. 반전이 뒤통수를 치지 못해서가 아니다. 룰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 속의 사족
큰 의미는 두지 말고 스릴러 읽듯이 읽으면 된다. 마지막에 작가가 다른 소설에서 쓴 말을 평론가가 인용한 말이 있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해당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좀 웃기고 가소롭다. 소설은 작가의 손을 떠나서 독자에게 넘어가는 순간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학술서적도 아닌데 어떻게 잘못 읽을 수 있다는 건지. 무지하고 이해력이 딸리는 독자를 계몽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재미있게 읽고 나서 기분 잡쳤다. 독자를 가르치려고 하는 평론이 왜 책 말미에 붙어 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만약 작가가 독자를 대하는 태도가 항상 이런 식이라면 김영하의 책은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몰입감도 뛰어나다. 호흡이 굉장히 짧고 길이도 짧고 지루할 틈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의 자극적인 글에 익숙하고 호흡이 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추천한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두가지 부분, 결말과 책 속에 있는 평론은 불만스럽다.


TV도 보지 않고, 베스트셀러를 찾아 읽지도 않고, 그동안 한국소설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에 김영하라는 작가를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조사해 보니 유명한 사람이더라.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인기도 많아졌고, 유명한 문학상도 많이 탔다. 영화가 나오는지도 몰랐는데 검색하다 보니 영화 포스터가 먼저 나온다. 그렇게 대단하고 유명한 소설가라면 이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이 그의 대표작은 아닐 거라고 추측했다. 다른 책을 한 권 정도는 더 읽어 봐야겠다.


감히 말하건대, 이 소설을 어렵지 않게 읽었지만 잘못 읽은 것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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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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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름 : 모모
성별 : 여
사는 곳 : 남쪽마을 작은 원형 경기장
나이 : 100살 혹은 102살
특기 : 듣기

 

어느날부터인가 마을에 이상한 남자들이 나타난다. 회색 양복을 입고 중절모를 쓰고 항상 시가를 입에 물고 있다. 즐겁고 여유있게 살던 사람들에게 나타나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구태여 알려 준다. 그리고 시간은행에 시간을 저축하라고 한다. 이자까지 듬뿍 쳐서 되돌려 준다고 한다. 허비해 오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냉큼 약속을 하고 나의 시간을 저축하기 시작한다. 삶은 바빠지고 돈은 더 많이 번다. 삶에 여유가 없어지고 뭔가 하고는 있지만 정리가 되지 않는다. 너무 바빠서 가족과 친구를 되돌아 볼 겨를이 없고, 누군가와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

 

당신은 지금 기억은 못할지라도 시간도둑에게 시간을 도둑맞고 있는 것이다.


모모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꼬마다. 나이도 모르고 부모님이 누군지 모른다. 모든 사람의 친구이며, 듣는 것을 잘한다. 잘 읽지는 못한다. 누구든지 모모에게 얘기를 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이 된다. 모모는 별로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얘기하다 해결이 된다. 모모가 시간도둑들의 정체를 눈치챘다. 시간도둑들도 모모의 존재를 성가시게 생각하게 됐다. 모모를 설득하려던 영업사원 하나가 증발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모모는 시간도둑들이 훔쳐간 사람들의 시간을 되돌려 받으려고 모험을 한다. 시간도둑들은 모모를 통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눠 주는 '세쿤두스 미누티우스 호라' 박사를 찾아내서 시간을 통째로 훔쳐 내려고 한다. 모모와 시간도둑들의 한 판 대결이 시작되었다. 모모가 우리의 시간을 되찾아 올 수 있는지 기대하고 지켜 보기로 한다.

 

모모는 시간에 대한 우화이다. 동화고 판타지이다. 점점 바빠지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아끼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은 시간을 도둑맞고 있다고 가르쳐 준다. 사회가 바빠지면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 쓰려고 노력한다. 하루하루 시간을 아껴 쓰다 보면 나중에는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착각한다. 정말 그럴까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오늘 바쁘게 산다고 해서 내일 여유로워지는 것 같지는 않다. 내일은 더 바빠진다.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결실이 생긴다고 믿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는 당연히 잘 모른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책은 계속해서 묻는다.
너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 거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초등학생도 읽을 수 있고 어른도 읽을 수 있다. 읽는 사람마다 어떤 작중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는지에 따라 느낌은 다를 것이다. 아이들은 모모를 따라 모험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바쁘게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을 바라 보며 자기도 다를 것 없다고 한탄을 할 수 있다. 재미있고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 준다. 책을 읽다가 잠깐 덮어 두고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잠깐 고민을 한 후에 다시 읽을 수도 있다. 아니면 책 속에 살짝 숨어 있는 현실사회에 대한 비판이같은 건 집어 치우고 판타지 소설로 읽어도 괜찮다.


'모모'를 처음 읽은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고학년 때나 중학교 때인 것 같다. 이전에 써 놓았던 글을 보니 11년 전에 또 읽었다. 이번에 읽은 건 세 번째다. 어릴 때 어떤 기분으로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11년 전에 읽고 간단히 적어 놓은 것을 보니 모모가 내 시간의 꽃을 찾아서 해방시켜 주기를 절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굉장히 바쁘고 힘들 때 읽었었나 보다. 이번에 읽으면서는.. 충격적으로 내가 회색양복을 입은 시간도둑 중에 한 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혹시.. 사실은 내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사람이 아닐까?

 


1973년에 처음 나온 책이다. 45년이 지났다. 모모는 아직도 모험을 하는 중이다. 시간도둑들로부터 시간의 꽃을 해방시키지 못했다. 11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모모가 빨리 내 시간의 꽃을 해방시켜 줬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든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책을 읽기는 해야겠는데 복잡하거나 집중해야 하는 책을 읽기는 싫고, 읽으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싶지만 깊이 생각은 또 하기 싫은 사람이 읽기 좋다. 두 번 읽어도 괜찮다. 읽고나서 아이들에게 던져줘도 좋다. 비룡소의 책들은 하드커버에 재생용지 비슷한 종이를 썼고 디자인이 예뻐서 읽은 후에 장식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집에 친구가 놀러 오면 그래도 이름은 아는 책이라고 한 번 펼쳐 보기도 한다. 이 책이 재미있으면 같은 작가의 '끝없는 이야기'도 함께 추천한다. 모모보다 덜 유명하지만 훨씬 재미있다. 그리고 훨씬 두껍다.

 

주의>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은 모모를 보면 '모모는 철부지~'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를 수 있다. 그 모모랑 이 모모는 다른 모모니까 괜히 아는 척하다 제대로 아는 사람한테 걸리면 망신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 노래에 나오는 모모는 로맹가리의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모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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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무면허 음주 과속 운전을 하던 남자가 한 여자 아이를 치었다. 여자 아이는 아직 숨이 붙어 있다. 하지만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인다. 운전자는 겁이 나서 주변에 있던 호수에 여자 아이를 던져 버린다. 호수에 빠지기 전 아이는 마지막으로 '아빠'를 부른다.
아이의 아빠는 아이가 죽은 것을 알고 분노에 휩싸인다.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복수는 7년에 걸쳐 이어진다.
어떤 사람에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마땅할까?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현실 때문에 책을 놓았다

첫 구절로 유명한 소설이다. 재미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소설이다. 이 책은 지난 해 10월쯤에 읽기 시작했다. 몰입감이 뛰어나서 순식간에 절반을 읽어 내려갔다. 책을 읽는 와중에 일어난 국정농단사태 때문에 책에 집중을 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손을 놓았다가 다시 읽었다. 국정농단은 최근 십년간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하는 명성을 가진 책을 놓게 만들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감정은 가해자에 이입된다

교통사고 후 살해를 당한 여린 여자 아이의 아버지는 오영제이고, 그 아이를 죽인 남자는 최현수이다. 책을 읽지 않고 무심하게 저 사실만 늘어 놓고 보면 누구라도 오영제를 응원하고 최현수에 대한 잔혹한 복수를 기대하게 된다. 오영제가 최현수의 아들인 최서원을 7년간이나 괴롭히고 심지어 죽이려고 하는 것도 심할 수는 있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교통사고가 나는 시점에 도달하니 나는 이미 최현수에게 감정몰입이 되어 있다. 오영제는 오히려 실수를 한 소심한 남자를 괴롭히는 악한 존재가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7년의 밤'은 읽으면서 괴롭고 힘들다.

 

 현수는 새로 이사갈 세령호의 집을 찾아가던 중 오세령을 치고 호수에 던져 버린다.

 

누가 더 나쁜 놈이냐

읽는 동안 '7년의 밤'은 끊임없이 누가 악한 사람인지 질문을 던진다.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악인인지, 그 원인을 발판삼아 더 큰 복수를 실행해 나가는 사람이 악인인지. 이미 최현수와 그 주변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해 버린 입장에서는 최현수의 악함이 더 심하다. 계속해서 압박해 오는 최현수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순간의 판단착오로 저질러 버린 죄악에 대한 가혹한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7년의 밤'이 지닌 강력한 몰입감과 서스펜스의 원천이다.

 

현장감과 상황묘사에 뛰어난 소설

정유정의 책은 처음 읽었다. 문장이 간결하고 속도감이 있다. 장면의 묘사를 굉장히 자세하게 해 놓았기 때문에 현장감이 뛰어나다. 묘사해 놓은 장면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마치 내가 그 곳에 있는 것같은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자세한 설정을 오히려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처음 책을 읽을 때 머리속에 이 장면 설정이 잘 잡히지 않아 몇차례 읽은 후에야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앞으로 차근차근 읽어나갈 예정이지만 '7년의 밤'이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에 다른 책들에 대한 기대도 굉장히 커졌다.

 

작가 정유정. 간호대학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동의는 못하지만 이해는 된다

초반에 잡아 놓은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개성있으면서도 명확하다. 오영제의 잔혹함이 정말 싫다. 오영제의 아내인 문하영의 무기력함도 짜증난다. 최현수의 소심함에는 답답하고, 아내인 강은주의 악착같은 성격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 모든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은 전혀 바람직하지도 않고 동의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해는 된다. 인물들의 과거와 초반의 행동들을 잘 보여주면서 캐릭터의 행동에 개연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세령호의 모습. 실재하는 곳은 아니다. 정유정의 소설은 설정이 치밀하여 현장감이 극대화된다.

 

약간의 아쉬운 점

마지막 장면은 아쉬운 생각이 든다. 현수, 하영, 승환, 서원이 각각 행동한 것들이 너무 잘 맞아 떨어졌다. 하영은 힌트를 주고, 현수는 계획을 짜고, 승환은 무대를 만들고 서원이 실행을 했다. 이전까지 냉철한 모습으로 복수를 계획했던 영제가 너무 무기력하게 무너져 버렸다. 범죄에 따른 복수, 그 복수에 따른 응징은 통쾌함을 안겨주기는 했지만 응징이 너무 잘 맞아들어서 오히려 아쉬움이 있다.

 

올해(2017년) 하반기에 7년의 밤이 영화로 개봉한다고 한다. 소설 속의 분위기를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지가 흥행의 척도.

 

몰입감이 대단한 소설이고 읽는 동안 정신집중해서 긴장한 상태에서 읽을 수 있다. 조금 긴 소설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이미 너무 유명한 책이라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 읽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읽지 않았으면 반드시 읽어 보라고 추천한다. 소설 속에 중요한 장소는 등대마을과 세령호이다. 머리속에 두 장소를 그려 놓고 책을 읽으면 훨씬 재미있다. 읽기 귀찮은 자세한 설정도 꼼꼼히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 꼼꼼함이 어느 순간 생생한 현장감으로 긴장감을 더 높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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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종교 - 모차르트 - 바그너 - 브루크너 음악의 글 5
한스 큉 지음, 이기숙 옮김 / 포노(PHONO)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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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에 대해서 알아?

세상 모든 유명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모차르트를 잘 안다. 신동이라는 것도 알고 모차라트의 음악도 조금은 들어 봤다. 그런데 정말 모차르트를 잘 알고 있는 것 맞나? 라고 조금만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가..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워낙 유명해서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그런 유명인들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내가 모차르트의 삶에 대해서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서다. 어린애같은 경박함에 진지함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없지만 천재적인 음악가. 그런 모차르트를 종교와 연결지어서 생각하는 건 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책은 감히 모차르트를 종교에다 연결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저명한 카톨릭 사제의 음악 강연

저자인 한스 큉 Hans Küng은 스위스의 카톨릭 사제이다. 신부님이라는 뜻이다. 신부님으로는 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데,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치다 교황이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카톨릭의 교리를 강하게 비판해서 카톨릭계에서의 교수직을 잃은 사람이다. 하지만 파문을 당하지는 않고 사제직은 계속 유지를 했다. 튀빙겐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쳤다.
더불어 굉장한 클래식 애호가이기도 한데, 이 책은 한스 큉이 유명한 세 명의 음악가인 모차르트, 바그너, 브루크너에 대한 강연을 묶어 놓은 책이다. 강연은 정확한 청중을 향해서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이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강연을 엮어 놓은 책을 좋아한다.

 

서양음악이든 동양음악이든 종교가 큰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지.

음악과 종교를 떼놓고 생각하기는 정말 힘들 것 같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신을 찬양하기 위한 음악의 형태는 있었고, 서양음악의 클래식에 한정해 봐도 모차르트 시대에는 왕이나 높은 귀족이 아니면 카톨릭의 주교쯤 되어야 대규모 음악을 의뢰할 수 있었고, 모차르트 정도 되는 천재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모차르트가 작곡한 많은 곡들이 교회와 연관된 곡이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진심으로 그 곡들을 작곡했을까? 한스 큉은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모차르트의 곡에서 찾으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것 같은 편견은 '모차르트는 교회음악을 작곡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자유로운 영혼이었다.'는 것인데, 한스 큉은 아니라고 한다.

 

꼭 종교가 모차르트까지 탐을 내야 되는 거야?

위와 같은 관점에서 한스 큉은 모차르트의 생애와 음악을 훑어 보면서 모차르트는 진정한 카톨릭 교인이었으며, 그 삶과 음악에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책을 읽어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좀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모차르트가 작곡한 곡들의 음악적 형식과 성악곡의 가사를 세세하게 분석해서 설명을 하는데.. 잘 모르겠다. 내 느낌에는 이렇게까지 해서 모차르트를 카톨릭의 범주에 꼭 넣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욕심장이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이런 얘기들을 주욱 써놓기는 했지만 글의 내용에 비판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음악과 음악가를 보는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 외에 흥미로운 주제와 분석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오직 첫 장의 내용이다. 그 뒤로는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에 관한 자세한 분석, 바그너의 작품인 '니벨룽의 반지'와 '파르지팔'에 대한 기독교적인 분석, 교회음악가로서의 브루크너에 대한 해석 등이다. 모두 음악가와 그들의 작품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사실 음악을 오로지 종교적으로만 분석을 한다면 결국은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종교라는 것이 원래 그런 거니까. 하지만 한스 큉은 종교인이기는 하지만 지식인이기도 하다. 억지로 음악에 종교를 입히는 것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음악의 다양한 성격 중에서 종교성을 끄집어 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설명이 억지스럽지는 않다.

 

슥슥 읽히지는 않지만 골똘히 생각하면서 읽을만하다.

이 책은 포노 출판사의 음악의 글 시리즈 중 다섯번째 책이다. 포노 출판사는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출판사이긴 하지만 음악의 글 시리즈 책은 읽기 만만하지는 않다. 그리고 사실 상당히 마이너하다. 그리고 음악이나 음악사에 관심이 없다면 읽는 재미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마치 이순신 장군에 열광하는 사람이 난중일기를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이 책도 그렇다. 모차르트는 알지만 대관식 미사는 모르고, 바그너와 브루크너는 익숙하지 않다면 읽는 재미가 별로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클래식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그냥 듣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는 어렵고, 좀 깊이있게 음악을 듣는 사람은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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