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종교 - 모차르트 - 바그너 - 브루크너 음악의 글 5
한스 큉 지음, 이기숙 옮김 / 포노(PHONO)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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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에 대해서 알아?

세상 모든 유명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우리는 모차르트를 잘 안다. 신동이라는 것도 알고 모차라트의 음악도 조금은 들어 봤다. 그런데 정말 모차르트를 잘 알고 있는 것 맞나? 라고 조금만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정말 그런가..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워낙 유명해서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그런 유명인들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내가 모차르트의 삶에 대해서 처음 관심을 가진 건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서다. 어린애같은 경박함에 진지함이라고는 약에 쓰려고 해도 없지만 천재적인 음악가. 그런 모차르트를 종교와 연결지어서 생각하는 건 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책은 감히 모차르트를 종교에다 연결하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저명한 카톨릭 사제의 음악 강연

저자인 한스 큉 Hans Küng은 스위스의 카톨릭 사제이다. 신부님이라는 뜻이다. 신부님으로는 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데,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치다 교황이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카톨릭의 교리를 강하게 비판해서 카톨릭계에서의 교수직을 잃은 사람이다. 하지만 파문을 당하지는 않고 사제직은 계속 유지를 했다. 튀빙겐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쳤다.
더불어 굉장한 클래식 애호가이기도 한데, 이 책은 한스 큉이 유명한 세 명의 음악가인 모차르트, 바그너, 브루크너에 대한 강연을 묶어 놓은 책이다. 강연은 정확한 청중을 향해서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이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강연을 엮어 놓은 책을 좋아한다.

 

서양음악이든 동양음악이든 종교가 큰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지.

음악과 종교를 떼놓고 생각하기는 정말 힘들 것 같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신을 찬양하기 위한 음악의 형태는 있었고, 서양음악의 클래식에 한정해 봐도 모차르트 시대에는 왕이나 높은 귀족이 아니면 카톨릭의 주교쯤 되어야 대규모 음악을 의뢰할 수 있었고, 모차르트 정도 되는 천재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모차르트가 작곡한 많은 곡들이 교회와 연관된 곡이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진심으로 그 곡들을 작곡했을까? 한스 큉은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모차르트의 곡에서 찾으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것 같은 편견은 '모차르트는 교회음악을 작곡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자유로운 영혼이었다.'는 것인데, 한스 큉은 아니라고 한다.

 

꼭 종교가 모차르트까지 탐을 내야 되는 거야?

위와 같은 관점에서 한스 큉은 모차르트의 생애와 음악을 훑어 보면서 모차르트는 진정한 카톨릭 교인이었으며, 그 삶과 음악에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책을 읽어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좀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모차르트가 작곡한 곡들의 음악적 형식과 성악곡의 가사를 세세하게 분석해서 설명을 하는데.. 잘 모르겠다. 내 느낌에는 이렇게까지 해서 모차르트를 카톨릭의 범주에 꼭 넣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욕심장이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이런 얘기들을 주욱 써놓기는 했지만 글의 내용에 비판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음악과 음악가를 보는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 외에 흥미로운 주제와 분석들

위에서 설명한 내용은 오직 첫 장의 내용이다. 그 뒤로는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에 관한 자세한 분석, 바그너의 작품인 '니벨룽의 반지'와 '파르지팔'에 대한 기독교적인 분석, 교회음악가로서의 브루크너에 대한 해석 등이다. 모두 음악가와 그들의 작품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사실 음악을 오로지 종교적으로만 분석을 한다면 결국은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종교라는 것이 원래 그런 거니까. 하지만 한스 큉은 종교인이기는 하지만 지식인이기도 하다. 억지로 음악에 종교를 입히는 것 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음악의 다양한 성격 중에서 종교성을 끄집어 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설명이 억지스럽지는 않다.

 

슥슥 읽히지는 않지만 골똘히 생각하면서 읽을만하다.

이 책은 포노 출판사의 음악의 글 시리즈 중 다섯번째 책이다. 포노 출판사는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출판사이긴 하지만 음악의 글 시리즈 책은 읽기 만만하지는 않다. 그리고 사실 상당히 마이너하다. 그리고 음악이나 음악사에 관심이 없다면 읽는 재미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마치 이순신 장군에 열광하는 사람이 난중일기를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이 책도 그렇다. 모차르트는 알지만 대관식 미사는 모르고, 바그너와 브루크너는 익숙하지 않다면 읽는 재미가 별로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고,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클래식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그냥 듣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는 어렵고, 좀 깊이있게 음악을 듣는 사람은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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