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자(振子)를 본 것은 그때였다.
교회 천장에 고정된, 긴 철선에 매달린 구체(球體)는 엄정한 등시성(等시性)의 위엄을 보이며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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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 - 2014년 제1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이동원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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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죽은 이유를 밝혀야 하는 열외 병장

나(이필립)은 수색대다. 군에 오면서 남자다운 군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훈련 중 무릎이 망가진 이후 광주통합병원에 4개월씩 2차례, 총 8개월을 치료받는 사이에 자대에서는 열외취급을 받게 되었다. 계급은 병장이지만 아무도 나의 말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몸은 고달프지만 마음만은 편한 탄약고 근무를 말뚝서면서 제대할 날만을 기다린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기무대 박대위가 찾아왔다. 나를 광주통합병원에 다시 보내 주겠다고 한다. 그곳에 가면 얼마남지 않은 군생활을 환자로 편하게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조건이 붙지 않는 혜택이 있을 리 없다. 박대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발자국'은 내가 광주통합병원에서 뭔가 조사해 주기 원한다. 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친하게 지냈던 정성한에게 무슨 일어났는지 추리해 냈고, 정성한이 죽은 것까지 알아챘다. 이미 공식적으로는 자살로 결론이 난 정성한 병장의 사망. 두 사람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정확히는 기무대의 상관인 '낯선 발자국'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위해 박대위가 움직인 것이다. 두 사람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자대보다 익숙한 광주통합병원으로 돌아온 나는 정선한이 죽은 이유를 캐내기 시작한다.


이동원 1979 ~ . 소설가. 2014년 《살고 싶다》로 세계문학상 수상


노골적인 제목, 예상과 다른 내용

처음 읽은 이동원의 소설이다. 사실 누군지 잘 모른다. 제목이 노골적이다. '살고 싶다'. 제목만 봐서는 누군가 주인공이 고통 속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칠 것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내용이 많이 다르다. 주인공은 군대에서 짬밥대접 받지 못하는 찬밥 신세이고, 자대보다는 병원에서 자기 자리를 잡고 있는 군대 부적응자이다. 소설의 배경은 군병원이고 주요 등장인물들은 환자다. 모두가 최소한 부대내에서는 '쓸모없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쓸모없는 존재들 속에도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있고 권력관계에 따라서 다른 환자를 억압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최고 권력자의 편의에 따라서 을 사이의 권력관계가 생기는 것을 보니 씁쓸한 느낌이다.


군대라는 장소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군대는 터무니없는 폐쇄성 때문에 존재 자체로 두려움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최근에 휴대폰 반입이 가능해져서 폐쇄성이 많이 약화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더구나 사고의 책임이 지휘관에게 지워지기 때문에 부대내의 각종 사건, 사고는 축소, 은폐되거나 그렇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어지간한 남자는 모두 군대를 경험했고 많은 남자들이 군대내의 부조리를 목격했기 때문에 군 관계자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주인공 보정이 너무 강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선한이 자살을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자명한데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다. 그 이유를 알아내는 임무가 이필립에게 주어졌다. 병원에 있는 동안 이필립이 정성한과 가장 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필립은 대단한 사람이다. 굉장히 찌질하게 찌그러져 있었던 이필립은 엄청난 추리력의 소유자다. 처음 사건조사를 의뢰하는 박대위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병원으로 되돌아가서 할 일이 있다는 말만 듣고서 정선한의 신상에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을 미리 알아채고, 정성한이 죽은 것까지 스스로 추리해낸다. 첫 추리 이후에도 그의 추리는 거침이 없다. 항상 빈틈이 없고 죄있는 자의 의표를 찌르고 결정적인 순간에 진실을 밝혀낸다.


게다가 담력도 어마어마하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을 때, 병실내에서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병실장에게 엉겨붙어서 승리를 거둔다. 상대가 대위 정도 되면 긴장같은 건 하지 않는다. 특히 기무대 대위 정도의 명령쯤은 무시하고 농담을 던지는 대담함을 가졌다. 설득력은 또 어떤지.. 누구든지 이필립이 궁금해서 물어 보면 모두 말해 준다. 그것도 토씨하나 어긋남이 없는 진실만을 토로한다. 자기 때문에 병사가 죽어 죄책감에 자살하려던 대위는 말할 것도 없다. 특별한 이유없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병사도 다 털어 놓는다. 마치 고해성사를 받는 신부님같다.


주인공인 이필립이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너무나도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주인공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꼭 셜록 홈즈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의 단서만 봐도 전체를 파악하고 전투력도 뛰어나다. 그래서 홈즈가 추리를 시작하면 독자는 어떤 의심도 하지 않는다. 위협에 빠져도 별로 긴장되지 않는다. 우리의 명탐정 홈즈 선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위험을 빠져 나갈테니까.. 이필립 병장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부대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어도 앞으로 인생이 막막해도, 친구가 죽은 이유를 알 수 없어도 심장 두근거리는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국군광주통합병원. 소설 속 약칭 광통. 현재는 장소를 옮겨 함평병원으로 이름도 바뀌었다. 사진 출처: 광주in  http://www.gwangjuin.com/

흥미로운 설정에 비해 아쉬운 전개

시작은 재미있다. 폐쇄적인 공간인 군대, 의문스러운 자살을 한 친구, 권력을 지닌 알 수 없는 존재, 작은 권력을 두고 전전긍긍하는 병사들. 이 모든 매력적인 요소들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읽을 뻔 했다. 사실 이필립이 처음 병실에 와서 병실장을 꺾을 때는 속시원함도 느꼈다. 그런데 계속해서 어려움없이 모든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해 버리니 흥미가 떨어진다. 긴장의 풍선이 끝까지 부풀어 올라 터지는게 아니라 중간 어디쯤에서 구멍이 뚫려 피식 바람이 빠지는 것 같다.


밑줄긋고 싶은 문장이 굉장히 많은 책이다. 명문장,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 많다. 그런데 그 좋은 문장들이 이 책과 어울리는지, 또는 적혀있는 그 곳에 꼭 있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멋있는 말이 많았다. 따로 떼어 놓으면 참 좋은 말인데..


★★★☆

아직은 몇몇 좋아하는 작가를 제외하면 한국소설을 고르는 눈이 없어서 대충 아무 소설이나 닥치는대로 사서 읽고 있다. 이미 너무 많이 모아 놓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책을 읽는데만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되도록 무슨 문학상을 받은 책 위주로 읽고 있고 있다. 《살고 싶다》는 게중에 딱 중간정도 되는 책이다.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는데 조금 아쉽다. 지루하지는 않아서 금세 읽을 수 있다. 어렵지도 않다.


딱 별 3.5개만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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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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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왜 읽지?

일년이면 대략 70~80 권의 책을 읽는다. 아예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많은 양일수도 있지만 정말 많이 읽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리 많지도 않다. 무엇보다 스스로 만족할만큼 읽지 않고 있어서 항상 더 많이 읽을 것을 다짐하곤 한다. 읽는 책의 종류도 잡다하고 구태여 가리지 않는다. 손에 잡히는대로 읽는 편이다. 최근에는 주로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다.


이런 나에게 책을 왜 읽는지 물어 보면 둘 중에 하나다. 지식을 넓히는 것이 첫 번째고, 재미를 위해서가 두 번째다.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 읽는 책들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재미'라고 한다면 결국 내가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표는 '재미'이다. 나에게 재미있는 책은 좋은 책이고 재미없는 책은 나쁜 책이다.


내가 구태여 책에 대한 감상 앞에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으면서 내 독서 행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봤기 때문이다.


앤드루 포터 Andrew Porter 1972 ~ . 미국 소설가. 영문학 전공. 예술학 석사. 현재 트리니티 대학 문예창작과 조교수.


우연히 읽은 소설

전혀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아마도 읽을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했을 책이다. 출근을 하면서 읽고 있던 책을 두고 집을 나섰고, 손에 책이 들려 있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알라딘도서관에서 눈에 띄는대로 책을 골랐다. 책을 고를 때는 양자론이나 상대성이론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목을 보고 예상한 바와는 달리 소설책이었다. 게다가 어지간해서는 잘 읽으려고 하지 않는 단편 모음집. 별로 끌리지 않았으나 이왕 빌린 것,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첫 번째 소설인 <구멍>은 12년 전 3.65m 구멍에 빠져 죽은 친구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써 놓았다. 두 번째는 <코요테>, 어머니와 점점 멀어져 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아술>은 자녀가 없는 부부의 집에 하숙하는 교환학생인 고등학생에 대한 감정... 책을 읽으면서 슬슬 당황하기 시작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그런데 뭐? 이게 도대체 어떤 얘기지? 어쩌라는 거야?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앨범을 펼쳐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듯한 1인칭 시점으로 쓴 소설이다. 단편 소설 열 개가 실려 있다.


오래된 사진첩을 펼치고..

열 편의 소설은 모두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어떤 순간의 기억과 감정을 1인칭의 화자가 '담담한' 필치로 써내려가고 있다. 마치 앨범의 한 부분을 펼쳐 놓고 '맞아. 이 때 이랬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열 명 있는 것 같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별난 경험, 혹은 나의 감정을 격동시키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다. 그 경험들은 한 사람의 인생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고 오랫동안 기억속에 각인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경험한 것,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친구들과 얘기할 때 아무리 내가 열심히 얘기해도 상대방의 반응이 시큰둥할 때가 있다. 은근 부아가 치밀 수도 있지만 대체로 얘기하는 사람의 전달하는 기술이 떨어질 수도 있고, 상대방은 아예 관심도 없고 흥미도 못 느끼는 얘기를 할 때 그렇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으면서 내가 책을 읽는 방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았다.


너무 담담하다

나에게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딱 그런 느낌이다. 소설 열 개의 소재는 하나하나가 굉장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읽는 동안은 전혀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냥 일상생활에서 벌어진 별거 아닌 일처럼 담담하게 느껴진다.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담담하게 써낸다'는 건 어떻게 들으면 굉장히 고급스럽고 감성적인 것 같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사건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친구의 죽음, 서른 살 차이가 나는 연인, 강간사건이 담담한 추억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작가인 앤드루 포터의 글쓰는 솜씨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얘기를 재미있게 쓸 줄 모르는 작가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책을 잘못 읽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일년 내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앞에 있는 두 편을 읽고 책에 대한 서평을 좀 찾아 봤는데 대부분 호평 일색이다. 어떤 SNS 친구는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았다고 한다. 이쯤 되니 나의 독해력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고민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재미없게 읽었던 책이 몇 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어차피 읽는 건 나니까..

음악이든 미술작품이든 문학이든 예술작품을 볼 때 전문가의 눈이 아닌 내 눈으로 보고 싶고 나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싶다. 대체로 일치하는 편이지만 심하게 다를 때는 아무래도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이런 나의 불안감이 가장 컸던 소설이다. 그리고 나에게 문학에 대한 감성이 부족하고 말초적인 재미에만 반응하는 것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봤다. 하지만 어차피 판단은 내가 하는 것. 수많은 호평 속에 그렇지 않은 의견 하나쯤 있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지루하고 재미없다. 단편소절집이면 한 편씩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너무 몰입이 되지 않는다. 담담한 필치 속에 감성을 건드리는 것도 모르겠고 공감도 되지 않는다. 그냥 사건의 한 순간을 재미없게 담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서평을 읽던 도중에 이 책이 원래 출판되었다가 절판되고 소설가 김영하가 소설을 읽어 주는 팟캐스트에서 낭동한 후 재출간되어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전형적인 미디어셀러 아닌가? 사실은 재미없는 소설인데 '김영하'가 읽어 줬기 때문에 뜬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아니면 명작의 재발견이었는데 내가 몰랐던 걸까?


★★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나처럼 책 속에 면면히 흐르는 섬세한 감정을 잡아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지루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사실 그런 섬세한 감정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없는 책을 많은 사람들의 호평에 압도되어 재미있다고 착각하고 싶지는 않다. 소설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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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이 궁지를 벗어날 방법이 없을지 필사적으로 생각을 굴렸다. 하지만 어디에도 빠져나갈 길은 없는 것 같았다. 이가가라는 형사는 외통수 장기를 두듯이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그녀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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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3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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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실패한 뮬, 건재한 제2파운데이션

해리 셀던의 셀던 프로젝트는 박살이 났다. 그 누구도 등장을 예상하지 못한 뮬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조절하는 돌연변이 능력으로 파운데이션이 위치한 터미너스 행성을 점령하고 은하계의 10%를 차지했다. 하지만 거칠 것 없었던 뮬의 은하계 점령은 멈추고 뮬은 다른 것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바로 제2파운데이션을 찾는 것. 숨겨져 있는 제2파운데이션을 그대로 둬서는 은하계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뮬은 결국 실패하고 파운데이션은 재건된다. 《제2파운데이션》의 전반부는 뮬이 결국은 제2파운데이션에게 무릎을 꿇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옥좌에 앉아 계신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1920 ~ 1992. 소련 출신의 미국 작가. 유태인으로서 3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엄청나게 많은 저작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며, 아서 클라크, 로버트 A. 하인라인과 함께 세계 3대 SF 작가로 불리운다. <파운데이션> 시리즈, <로봇> 시리즈, 우주 3부작이 대표작.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서..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3부작 중에서 세 번째 책이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이후에도 여러편 발표하였고, 다른 작가들이 아시모프 재단의 요청에 의해서 공식적인 후속편을 내기는 했다. 그중에 파운데이션 3부작이라고 하면 해리 셀던이 등장해서 심리역사학을 완성하고 초기 파운데이션의 역사를 다루는 《파운데이션》, 한참 발전해 나가던 파운데이션을 뮬이라는 돌연변이가 나타나 점령해 버리는 《파운데이션과 제국》, 뮬이 역사에서 물러난 뒤 물질문명을 대표하는 제1파운데이션과 정신문명을 대표하는 제2파운데이션이 주도권을 두고 싸우는 《제2파운데이션》을 말한다. 같은 파운데이션인데 서로 싸울 줄이야.. 파운데이션 3부작은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핵심이고 가장 재미있고 작품성도 가장 뛰어나다.


전반부에서는 전편 《파운데이션과 제국》에서 제1파운데이션을 점령한 뮬이 다시 등장한다. 돌연변이 정신력을 지니고 물리력까지 손에 쥔 뮬과 감춰진 곳에서 뮬의 은하계 점령을 막아야 하는 제2파운데이션의 정신능력자들의 대결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결국 뮬은 실패하고 제2파운데이션은 승리하지만 더 큰 문제는 후반부에서 드러난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마치 전설처럼 제2파운데이션에 대한 정보만을 갖고 있던 제1파운데이션 사람들, 다렐 박사, 팰리스 앤서를 비롯한 제1파운데이션의 사람들은 뮬과 같이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 그들을 제1파운데이션의 통제하에 두기 위해서 노력한다. 제1파운데이션이 애써서 은하계 암흑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은하제국을 건설했을 때 제2파운데이션이 그 과실을 따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쒀서 개주는 꼴이 되지 않기 위해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나서는 우주선에 꼬맹이 아르카디아 다렐이 몰래 숨어들면서 제2파운데이션을 찾는 모험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제2파운데이션》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아르카디아 다렐이다. 제2파운데이션을 찾기 위한 모험에 몰래 숨어들고 결국은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낸다. 하지만..


그럴듯한 진실.. 그리고 진정한 진실..

《제2파운데이션》은 일종의 SF추리소설이다. 실제로 아시모프의 소설은 SF소설이면서도 추리소설의 형태를 갖추었고, 《로봇》 시리즈와 《파운데이션》 시리즈에서 그런 경향을 많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걸작은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제2파운데이션》과 로봇 시리즈의 《여명의 로봇》이다. 두 소설 모두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마지막에 이중 반전으로 독자의 뒷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서 몰래 숨어들어간 아르카디아가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제2파운데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극적인 장치는 정신조정능력을 가진 제2파운데이션이 인간의 뇌에 간섭을 했을 때 나타나는 '뇌파가 변형된 흔적'이다. 아르카디아는 어떻게 추론했는지 알 수 없는 직감으로 제2파운데이션의 위치를 터미너스라고 확신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르카디아의 뇌파가 변조된 흔적이 없다면 이 결론은 사실이고, 변조된 흔적이 있으면 제2파운데이션에 의해 조작된 확신을 주입받은 것이므로 제2파운데이션에게 놀아난 것이 된다. 그리고 아르카디아에게는 뇌파가 변조된 흔적이 없다. 제대로 제2파운데이션에 한 방 먹였다고 기뻐하는 아르카디아와 다렐 박사. 여기서 이 소설 최대의 반전이 드러난다. 그럴듯한 진실과 실제 진실을 아는 순간 나는 아시모프의 구성력에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읽은 것은 꽤 오래전이지만 처음 이 부분을 읽었을 때는 정말 엄청난 감탄을 했고 그 부분만 여러 차례 읽을 정도였다.


애플TV+에서 아시모프의 작품들을 영상화한다는 소식이 솔솔 들려 오고 있다. 기대된다. 애플TV+도 구독해야 하는 건가?


사실 아시모프의 소설은 하드SF소설로 분류하긴 하지만 좀 애매하긴 하다. 실제로 과학이론을 상세히 적용하여 소설을 쓰지는 않았고 '로봇공학 3원칙'과 파운데이션이라는 두 소재를 잘 엮어서 쓴 미래추리소설이자 스페이스 오페라 성격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시모프는 현재까지 많은 존경을 받는 SF작가임에 틀림없고 그중에서도 《제2파운데이션》은 내 생각에 가장 뛰어난 작품 중에 하나이다. 《제2파운데이션》만 단독으로 읽어서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앞의 두 권인 《파운데이션》과 《파운데이션과 제국》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부담감이 있을 수 있지만 앞의 두 권도 재미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

SF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파운데이션 3부작 중 완결편에 해당하는 책이다. 거의 20년 전에 나왔던 현대정보문화사의 책이 절판된 후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하고 절판된 책을 비싸게 구매해야 했었는데 몇 년 전 황금가지에서 새로 나왔다. 그것도 굉장히 질좋게 나왔으니 절판되기 전에 꼭 전권을 구매해서 소장할 것을 추천한다. 앞의 두 권도 추천하지만 《제2파운데이션》이 가장 재미있고 훨씬 더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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