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 그래서 개소리와 관련된 현상은 진지한 검토의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탐구의 주제가 되지도 않았다. - P7

나는 몇 가지 가설적이고 예비적인 철학적 분석을 제공함으로써 개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을 발전시켜 보고자 한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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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 산에 숨어 있던 빨치산들의 습격 때문에 아침에 살펴보니 시(市)는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밖에 다녀온 아버지는 시 방위대가 다행히 일선의 전투부대나 다를 바 없는 장비와인원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해가 뜰 무렵엔 빨치산들이 다시 산으로 도망쳐버렸지만 그러나 시가 입은 파괴는 엄청난 것이라고퍽 흥분된 말투로 형과 내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 P55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내게는 온 시내가 푸른색의 짙은 안개 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위를 엷은 햇살이 어루만지고 있어서, 전날 저녁의 그렇게도 소란스럽던 총소리, 수류탄 터지는 소리, 야포 소리들이 그리고 그날 아침의 살풍경한 시가지까지도 희미한 옛날의 기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59

그것은 간밤의 소란스럽던 총소리와 그날 아침의 황폐한 시가가 내게 상상을 떠맡기던 그런 거대한, 마치 탱크를 닮은 괴물도 아니고 그리고 그때 시체 주위에 둘러선 어른들이 어쩌면 자조까지 섞어서속삭이던 돌덩이처럼 꽁꽁 뭉친 그런 신념덩어리도 아니었다. 땅에 얼굴을 비비고 약간 괴로운 표정으로 죽은 한 남자가 내 앞에 그의 조그만 시체를 던져주고 있을 뿐이었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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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나와 누나에게 어머니를 죽이자는 말을 처음 끄집어냈을때도 내 발가락 사이로 초가을 햇살이 히히덕거리며 빠져나가고있었다. 굵은 모래가 펼쳐진 해변에서였다. - P42

어머니는 영혼을 사러 다니는 마녀와 같다고 형은 경계하고 있었고, 한편 형은 빈틈을 쉬지 않고 노리는 어떤 악한 세력이라고 어머니는 생각하고 있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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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학생 아나?"
나는 한(韓)교수님이 눈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돌아보았다.
"인사는 없지만 무슨 과 앤지는 알고 있죠."
다방 문을 이제 막 열고 들어선 학생에게 여전히 시선을 주며 나는 대답했다. - P21

‘자기 세계’라면 분명히 남의 세계와는 다른 것으로서 마치 함락시킬 수 없는 성곽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성곽에서 대기는 연초록빛에 함뿍 물들어 아른대고 그 사이로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으리라고 나는 상상을 불러일으켜보는 것이지만 웬일인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자기세계 를 가졌다고 하는 이들은 모두가 그 성곽에서도 특히 지하실을 차지하고 사는 모양이었다. 그 지하실에는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새없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모두 그들이 가진 귀한 재산처럼 생각된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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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같은 데서 프리마 자리를 노리고 상대를 함정에 빠뜨린다는 촌스러운 스토리가 자주 나오죠? 근데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요. 댄서라는 건 춤에 대해서는 결벽증이 있고, 타인과의 실력 차를 객관적으로 포착하고 있는 법이에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밀어내고 자신이 춤을 춘다는 건 본능적으로 못해요. 그 역할을 갖고 싶을 때는 실력으로 겨룬다, 그것밖에 없지. - P201

"죄의식 때문에 죽음을 선택했는지 아니면 경찰에 잡히는 게 두려워서 저승으로 도망을 쳐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타이밍이 기막히게 잘 맞아떨어졌어. 어떻게 경찰에서 이제 잡으러 가자, 하는 때에 딱 맞춰서 죽어버릴 수가 있느냔 말이야." - P242

"범인이라는 건 일이 어떻게 굴러가건 안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매사를 나쁜 쪽으로만 상상하거든." - P244

그의 발을 붙잡은 것은 "가가 씨!" 라는 미오의 목소리였다.
그는 멈춰 서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예."
미오는 문을 열었을 때의 자세 그대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고, 이어서 손에든 딸기 상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의 억양이 없는 목소리로
"잠깐만 나와 함께 있어줄래요?" 라고 말했다. - P305

"당신이 이야기해준 모리이 야스코와 아오키 가즈히로의 이야기. 그건 대부분 진실이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달랐죠. 바로 주인공의 이름.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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