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학생 아나?"
나는 한(韓)교수님이 눈짓으로 가리키는 곳을 돌아보았다.
"인사는 없지만 무슨 과 앤지는 알고 있죠."
다방 문을 이제 막 열고 들어선 학생에게 여전히 시선을 주며 나는 대답했다. - P21

‘자기 세계’라면 분명히 남의 세계와는 다른 것으로서 마치 함락시킬 수 없는 성곽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성곽에서 대기는 연초록빛에 함뿍 물들어 아른대고 그 사이로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이 있으리라고 나는 상상을 불러일으켜보는 것이지만 웬일인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자기세계 를 가졌다고 하는 이들은 모두가 그 성곽에서도 특히 지하실을 차지하고 사는 모양이었다. 그 지하실에는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새없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모두 그들이 가진 귀한 재산처럼 생각된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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