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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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지 않는 종류의 책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쓸데없는 관심이 많아서 책을 좀 잡다하게 읽는 편이다. 한 권의 책은 다른 몇 권의 책을 낳고, 또 그 책들은 다른 책을 소개하고.. 그러다 보니 읽지 못하면서도 언젠가는 읽을 거라는 생각으로 사서 쌓아 두기도 한다. 사 놓은지도 모르고 기억에서 사라졌던 책들을 책장 구석에서 꺼내 읽고 나서는 너무 늦게 읽은 걸 아쉬워 할 때도 있다. 나는 책에 관해서는 잡식성이다.


좋다고 하는 책은 어지간하면 읽어 보려고 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지만 잘 손에 잡지 않는 책이 있다. 첫번째로 자기계발서는 절대로 읽지 않는다. 이전에 읽었던 몇 권 되지 않는 자기계발서는 성공하는 방법을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한정된 경험과 그 경험을 증명하려는 의도를 가진 왜곡된 데이터를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강요했다. 두번째로 에세이도 잘 읽지 않는다. 감성적인 글이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책을 통해서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을 중요시 하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하다. 꼭 정보가 없더라도 소설은 꽤 많이 읽는 편이고, 시집도 간혹 읽는 것을 보면 감성적인 글을 싫어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 에세이는 읽지 않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언어의 온도>를 읽은 건 내 독서 스타일에서는 꽤 벗어난 의도하지 않은 접촉사고와 비슷하다.

 

저자 이기주. 개인 프로필을 찾기가 힘들다. 검색하면서 몇 가지 알게 된 것은 있지만 그의 정치적 성향은 이 포스팅에서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섬세한 필치로 일상을 더듬어 나간다
<언어의 온도>는 글쓴이가 일상을 훑어서 감성을 담아낸 글을 모아 놓은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소소한 일상들을 그냥 지나치게 마련이다. 그 속에서 의미를 찾기에는 삶이 너무 바쁘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소소한 일상이라는 것은 훌륭한 글의 소재가 되는가 보다. 때로는 옆자리에서 하는 얘기를 엿듣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기도 하고, 친구한테 문자가 오기도 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기도 하는 아무 것도 아닌 일상을 뽑아내서 그 속에 감성을 불어 넣고 그것을 글로 표현한다. 평범한 일상과 섬세한 감성, 각기 두 단어로 이루어진 두 개의 말로 이 책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어의 온도>의 첫 번째 대목은 '말'에 관한 내용이다.


편안하게 읽을 수는 있는 유려한 문장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문장이 굉장히 좋다. 감성적이고 따뜻함이 느껴진다. 글쓰기에 대해서 여성과 남성을 가를 수 있다면, 강인한 느낌보다는 섬세한 여성의 필치가 느껴진다. 글쓴이를 잘 알지 못하지만 글대로라면 굉장히 따뜻하고 섬세한 사람일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런 글을 쓰려면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항상 주변을 잘 살피고 아무 것도 아닌 것을 보고도 깊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섬세하게 살피는 것도, 그것을 써내려가는 것도 보통 사람은 하기 힘든 일이다. 책 전체를 통틀어서 대단한 철학이라든지 굉장한 지식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편안하게 끝까지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다시 읽고 싶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글'에 대한 대목이다.


역시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이제 내가 왜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를 얘기해 봐야겠다. 에세이는 도대체 읽어도 내가 뭘 얻을 수 있는지를 모르겠다. 좋은 소설은 치밀한 주제의식으로 삶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좋은 시는 한껏 벼리어 놓은 글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지식에 관한 글이야 읽는 목표가 뚜렷한 것이 읽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감성은 과잉되어서 일상적인 감정같지가 않다. 일상이라고 하지만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것같은 에피소드가 중간중간 들어가 있다. 일상을 통해서 얻은 통찰을 써 놓지만 통찰이 있어 보일 뿐이지 깊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읽어 본 에세이들은 대부분 진심을 담은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는 <언어의 온도> 역시 다른 에세이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다른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세 번째는 '행동'에 대한 대목이다.


왜 베스트셀러일까?
이 책을 읽은 건 워낙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맨 앞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고 나서도 책 속에서 딱히 베스트셀러가 될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책의 외적인 면에서 그 이유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1. 제목이 정말 좋다. 내용과는 상관없이 제목 하나만큼은 굉장히 잘 지은 것 같고, 머릿글에서 밝혀 놓은 뜻도 굉장히 좋아 보인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고를 수 있어 보인다.
2. 책이 작다.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서 가장 크기가 작은 책이다. 한 손에 쏙 들어 온다. 남자들이라면 코트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좋고, 여자들이라면 핸드백 속에 넣고 다니다가 읽기에 좋다.
3. 표지가 눈에 확 띈다. 가지고 있는 책들을 살펴 보니 보라색 책이 거의 없다. 그것도 이 책처럼 선명한 보라색 책은 더더군다나 없다. 가지고 다니면 좀 있어 보일 것 같다.
4. 책을 읽으면서 감정의 동요를 크게 느낄 일이 없고, 집중해서 읽어야 할 부담도 없다. 차례대로 읽을 필요도 없이 중간을 펼쳐서 아무 곳이나 눈에 띄는대로 읽어도 된다. 책을 읽는데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인터넷과 SNS에 떠도는 많은 감성적인 글보다 크게 훌륭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런 글들을 한 사람이 책 한 권의 분량으로 써내려가는 것도 멋진 일이다. 하지만 딱히 일부러 찾아 읽을 것까지는 없어 보인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들고 다니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니 추천할 만하다. 이 책을 읽은 후에 독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거르고 지나가도 괜찮을 것 같다. 궁금하면 서점에서 몇 장 들춰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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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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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늘리는 것이다.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에 프로그램 짜 넣는 것을 도와줌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유전자가 다수의 다른 개체 내에 동시에 존재하는 분산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P. 166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을까?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이면서 아직도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질문이다. 창조론은 유대교로부터 시작하는 거룩한 아브라함 계열의 종교인 카톨릭, 개신교, 이슬람교의 믿음이다. 과학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 조금이라도 이성적으로 설명을 하려는 시도와 함께 지적 설계론을 만들어 냈고, 믿음을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창조과학 이론까지 나타났다. 진화론은 발칙한 다윈이 처음으로 주창한 이후, 서양 역사를 지배하고 있던 창조론을 반박하며 주류 이론으로 대접받고 있다. 진화론 역시 처음 다윈이 생각했던 것과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는데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개체의 진화가 아닌 유전자의 적자생존 관점에서 생명의 진화를 설명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 Richard Dawkins. 1941년 ~ . 영국. 진화생물학자. 극단적인 회의론자이면서 당연히 무신론자이다.


생명 - DNA를 옮기는 그릇
책은 DNA와 생명이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번개같은 전기 방전에 의해서 물, 이산화탄소, 메탄, 암모니아같이 태양계에 흔한 흔한 화합물로부터 아미노산이 발생하고 유기물이 발생한다. 이 유기물은 원시의 바다에 점점 많아 지고 바다는 생물이 발생하기 전 단계인 원시 수프가 된다. 어느 순간 이 원시 수프에서 자기 복제자가 등장하고 성공적으로 자기 복제를 수행한 복제자가 DNA 분자로 발전한다. DNA 분자가 분화하면서 갖가지 다른 형태의 DNA가 나타났고, 이 DNA들로부터 생명이 탄생을 했다.


생명이 왜 탄생했을까? 도킨스는 이 질문에 대해서 (중간에 나오는 여러가지 설명을 뛰어넘고 나면) 생명은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그릇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 부분이 전통적인 진화론과 다른 지점이다. 전통적인 진화론에서는 개체나 개체군, 또는 종 種을 단위로 해서 자연선택에 의해서 진화가 이루어지는데 반해서 도킨스는 유전자가 진화의 단위라고 한다. 기존의 진화론에 비해서 훨씬 기계적인 관점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의 단위를 생명체가 아니라 유전자이다.


생명은 기계다 - 가치 따위는 없다
일단 진화의 단위를 생명체에서 유전자로 새롭게 설정하고 나서 모든 생명의 활동을 이 기준에 따라서 설명을 한다. 1장에서 4장까지는 DNA의 관점에서 생명체를 다시 설명한다. 유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같은 DNA를 최대한 많이 복제해서 번성하게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다른 유전자와 합쳐져서 세포를 만들고, 그 세포들이 모여서 생명체를 이룬다. 5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유전자간에 자신의 복제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한 생명활동을 설명한다.


어떤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유전자를 공격하는 것이다. 게임이론을 통하여 유전자가 어떻게 살아남기 위한 가장 적합한 전략을 취하고 경쟁에서 승리해 나가는지 설명한다. 그런데 문제는 경쟁과 공격이 아니다. 인간이 생각하기에 생명체의 고귀한 덕목이라고 느끼는 이타주의,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지극한 사랑까지도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한 전략이라고 도킨스는 설명한다. 정확하게는 살아남기 위해서 전략을 선택했다기보다는 그 전략을 선택한 유전자가 살아남은 것이다. 계속해서 이런 설명을 읽고 있다 보면 생명에 대한 존중은 사라지고 생명체는 그저 이기적인 유전자의 전략에 의해서 기계적으로 진화해 나가는 것이라고 느끼게 된다. 진화론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화를 낸 것과 마찬가지로 이기적 유전자론 역시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낸다. 인간이 오랜 역사동안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던 가치를 산산조각내 버리기 때문이다.

 

생명체는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든 이타적인 행동, 협력 등은 단지 유전자가 자기복제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주의 - 읽는 사람을 화나게 하는 것들

"나는 어머니를 하나의 기계로 취급한다. 이 기계의 내부에는 유전자가 들어앉아 있고 이 기계는 그 유전자의 사본을 퍼뜨릴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P. 218


책을 읽다가 저런 문장이 나오면 누구라도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모성애야말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모든 생명체에 우선한다. 모성애 뿐만 아니라 협력, 도덕성 등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사실 생명의 본질적인 모습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선택된 것일 뿐이다. 이건 도킨스가 의도하는 바가 맞다.


유전자를 의인화해서 설명하는 과정에서 또 읽는 사람들을 화가 나게 하기도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유전자가 독립적인 의지를 가지고 생명체를 조종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건 도킨스가 의도한 바라기보다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약간 편법을 쓴 것이다. 유전자에 무슨 의식이나 의지가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책의 초반에 도킨스는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의해야 할 세 가지를 명시해 놓고 있다.


1. 나는 진화에 근거하여 도덕성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2. 이 책은 '천성이냐 교육이냐'라는 논쟁에서 어느 한쪽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3. 나는 선택의 기본 단위, 즉 이기성의 기본 단위가 종도 집단도 개체도 아닌, 유전의 단위인 유전자를 것을 주장할 것이다.
위의 세 가지 사항을 먼저 충분히 머릿속에 담아 두지 않고 이 책을 읽으면 읽다가 집어 던지고 싶은 생각이 여러차례 일어날 것이다.

 

부모의 사랑까지도 유전자의 전략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르면, 이 책에 대해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협력의 발생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에서 협력이 발생하는 것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자연선택에 의해서 적당한 유전자가 살아남으려면 경쟁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유전자(또는 그릇인 생명체)의 협력에 대해서 책에서 설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도킨스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에 초판이 발행이 되었는데 개정판이 발행된 1989년 사이에 '로버트 액설로드'가 죄수의 딜레마를 토대로 협력이 발생하는 원리를 밝힌 <협력의 진화, 이기적 개인의 팃포탯 전략(이하 협력의 진화)>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마치 <이기적 유전자>라는 직소 퍼즐의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은 것같은 책이다. 도킨스는 <협력의 진화>의 내용을 12장에 추가했고, 이로써 <이기적 유전자>는 완전체가 된 느낌이다. 함께 읽으면 좋다.

 

로버트 액설로드 Robert Axelrod의 <협력의 진화>는 죄수의 딜레마를 통해 협력이 발생하는 원리를 밝히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와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문화의 유전자 - 밈 Meme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밈 때문이다. 밈은 인터넷 상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전용되어 사용하고 있지만, 문화의 유전자라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유전자가 자기복제와 자연선택에서 의해서 번성해 나가는 것처럼 인간의 문화에도 밈이 있어서 복제와 자연선택(밈에 있어서는 인간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에 의해서 번성해 나간다. 밈은 유전자처럼 서로 경쟁해서 이건 밈은 번성하고 진 밈은 사라진다. 밈도 원시상태가 있었고, 생존을 위해서 몇 개의 밈이 합쳐져서 군 群을 이룰 수도 있다. 하나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처음 제시되었지만 문화를 쪼개서 유사성이 있는 밈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명확히 했다는데 의의가 있어 보인다.

 

'유전자 : 생명체 = 밈 : 문화'라고 이해하면 된다. 밈은 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의미있는 단위이며 유전자와 같은 원리에 의해서 자기복제를 해 나간다.


<이기적 유전자>는 엄정한 논문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적이다. 실례를 풍부히 제시하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유전자나 밈의 전략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촘촘하게 설명을 하고는 있지만 기본 전제가 허술하다. 설명을 하는 방식이 '1.이렇다고 가정을 해 보자. 2.설명을 해 보니 그럴듯하지? 3.그러니까 이렇게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진행이 된다. 하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밈 부분을 빼고 나면 리처드 도킨스가 독창적으로 생각해 낸 아이디어도 아니다. 여러 명의 과학자들, 사회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인식의 틀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이 점은 도킨스도 책에서 계속해서 밝히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정확한 정체는 그동안 쌓여왔던 진화론의 다양한 견해를 유전자의 관점에서 일반 사람들이 알기 쉽도록 설명해 놓은 교양서이다. 절대로 이 책을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이미 진화론의 고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니 누구라도 한 번쯤은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읽을 때는 위에서 밝힌 세 가지 주의점을 잘 이해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책의 내용이 어려울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적이므로 쉽게 읽을 수 있다. 단, 이상하게 읽는데 진도가 잘 나가질 않는다. 어려운 건 아닌데 문장이 잘 읽히지 않는다. 위에서 잠깐 소개한 '로버트 액설로'의 <협력의 진화>와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한다. 검색을 해 보니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한 책이 있는 것 같은데, 읽어 보고 싶지만 정식 계약에 의한 책은 아닌 것 같고, 절판되어서 구하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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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 민중사
문익환 지음 / 정한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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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 민중의 역사를 노예공동체인 하비루와 농민공동체의 해방운동으로 읽었다.. 생각보다 과격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경험도 녹아들어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문익환목사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재발간된 멋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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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18 창간호 - Vol 1 :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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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인문학의 열풍 속에서 하나의 주제로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는 인문학 잡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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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루티드
나오미 노빅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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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네뷸러 상을 받은 작품


마법사 영주에게 잡혀간 말괄량이 소녀, 마녀가 되다
아그니에슈카는 폴니아 왕국의 드베르닉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다. 드베르닉은 우드라는 저주받은 숲으로부터 약 11km 정도 떨어진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다. 먼 산등성이에는 하얀 분필을 닮은 탑이 하나 서 있다. 그 탑에는 이 지역의 영주이면서 폴니아 왕국 최고의 마법사인 드래곤이 살고 있다. 드래곤은 10년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와서 17세 소녀를 데리고 간다. 물론 '드래곤은 자신이 데려가는 소녀를 잡아먹지 않는다.' 도대체 왜 데려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10년 후 마을로 내려온 소녀들은 모두 마을을 떠나 버린다.


항상 얘기는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법이다. 우리의 주인공 아그니에슈카는 17살 소녀이고, 때마침 드래곤이 내려와서 소녀를 데리고 가는 바로 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 영주가 드래곤이라고 해서 우리가 상상하는 용은 아니다. 이름이 드래곤이다. 마법사로서는 샬칸이라는 멋드러진 별칭도 있다. 드래곤이 마을에 내려왔다. 마을에는 누가 봐도 예쁘고 드래곤에 꼭 마음에 들만한 카시아가 있다. 아그니에슈카의 단짝 친구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드래곤이 카시아를 데리고 갈 거라고 생각했고, 카시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드래곤은 카시아를 데려가지 않았다. 그렇게 아그니에슈카는 얼떨결에 드래곤을 따라 가고, 성에서의 생활이 시작한다.

 

작가인 나오미 노빅 Naomi Novik (1973 ~ ) 뉴욕 출생. 전작으로 데메테르라는 8권짜리 장편 판타지 소설이 있다.


가상의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마법 판타지
SF 소설은 많이 읽지만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둘 다 장르문학이면서 현실이 아닌 새로운 세계를 상상력으로 창조해서 스토리를 짜나간다. SF는 과학이 발전한 미래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면, 판타지는 마법이 있을 것 같고, 인간 외의 종족이 있었을 것 같은 고대나 중세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결국은 세계 자체가 작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 지기 때문에 소설의 세계관이 질서있고 설득력이 있어야 읽는 사람도 몰입을 해서 읽을 수가 있다.


업루티드의 배경은 어딘가에 있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 중세유럽의 폴니아 왕국이다. 왕도 있고, 다른 나라의 왕자와 도망쳐서 20년간 행방불명이 된 왕비도 있다. 왕자와 마법사, 마녀가 등장한다. 마법이 난무하고 주문도 등장한다. 굉장히 익숙하고, 판타지라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배경이다. 이해하기 쉽고 무난하다. 한가지 특이한 설정이라면 왕국의 한쪽에 우드라고 하는 악한 숲이 있어서 왕국과 경계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래곤은 우드의 경계와 가까운 곳에 살면서 우드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막고 있다.

 

소설의 전반부를 지배하는 이미지는 어둡고 저주받은 숲이다.


온갖 사건에 휘말리는 좌충우돌 초보마녀
아그니에슈카는 드래곤이 사는 성에 가서 처음에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거나 음식을 만드는 생활마법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우드의 저주로부터 마을을 지켜내기도 하는 등 활약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격이 차가운 드래곤과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 않다. 드래곤은 아그니에슈카가 마법을 제대로 배우지는 않고 따지고 드는 것이 못마땅하다. 어느날 아그니에슈카가 전설의 마법서인 '야가의 마법서'를 사용하는 것을 본 드래곤은 깜짝 놀란다. '야가의 마법서'는 그동안 아무도 활용을 못했던 마법서였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아그니에슈카는 천재 마녀였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이니까..


이후 아그니에슈카는 어설픈 마법으로 우드로 납치된 카시아를 구출해 내고 우드의 저주에 먹힌 카시아를 마법으로 치료한다. 이 소식은 왕자인 마렉의 귀에 들어가서 또 함께 우드에 들어가서 20년전 납치되었던 왕비까지 구출한다. 그리고 왕궁으로 가고.. 다른 마법사들을 만나고.. 재판을 받고.. 마녀 인증을 받고.. 우드의 계략에 의해서 왕이 죽고.. 마렉의 형인 왕세자도 죽고.. 여러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아그니에슈카는 카시아, 왕비와 함께 성으로 가서 마녀로 인증을 받게 되고, 수많은 사건을 겪게 된다.


마법사와 마법에 대한 새로운 느낌
업루티드에서 마법사는 오래 산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죽지도 않고 늙지도 않는 것 같다. 궁정마법사인 알로샤 역시 마녀였기 때문에 백년을 넘게 살아 왔다. 중간에 아그니에슈카와 잠깐 마녀의 삶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알로샤는 자신의 고손자 얘기를 한다. 무려 67명의 고손자가 있는데, 이제는 자신의 자손인지 모르는 고손자도 생겼다고 한다. 오래 산다는 것, 잊혀진다는 것, 나이가 들어 감정이 무뎌진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 봤다. 소설의 뒷부분에서는 드래곤은 아그니에슈카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판타지에서 이렇게 성행위를 묘사하는게 일반적인가? 100살 차이가 나는 연인이다. 나이가 먹으면 감정이 무뎌지는 것.. 역시 주인공은 예외다.


마법은 입으로 주문을 외우면 몸속의 마법이 '흐르는 것'으로 표현을 했다. 주문을 정확히 외워야만 제대로 된 마법이 흐르고 주문을 정확히 외우지 않으면 마법이 꼬여서 무너지게 된다. 마법에 대한 이런 표현은 RPG 게임에서의 '마나', 무협소설에서의 '내공'같은 느낌으로 쓰인 것 같다. 마법에 대해서 뭔가 실체가 있는 기의 흐름처럼 표현을 해 놓았다. 마나든 내공이든 항상 사용하면 소진되는데, 업루티드에서도 마법을 사용하면 기력이 소진되는 것으로 표현한다.

 

아그니에슈카는 마녀다. 천재 마법소녀일지도..?


밀도가 낮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느낌
다시 말하지만 나는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 봤기 때문에 이 소설이 '좋은 판타지 소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이 '재미있는 소설'이냐고 물어 본다면 좀 멈칫할 수밖에 없다. 배경은 무난하다. 나같은 초보 독자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다. 쉽게 슥슥 읽을 수 있다. 문제는 전체적으로 밀도가 낮고 구멍이 숭숭 뚫린 듯한 느낌이 든다. 한 권짜리 소설로는 꽤 길이가 긴 670페이지짜리 소설이다. 그런데 읽는 동안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드래곤과 아그니에슈카가 처음 관계를 맺으려다 포기하는 부분도 그렇고 실제 관례를 맺는 부분도 그렇다. 그다지 감정적인 교감이 이루어진 적이 별로 없는데 뜬금없이 일을 벌이는 것 같았다.


왜 그런가 생각을 해 보니 사건이 시작되고 마무리되고 다음 사건으로 넘어갈 때 개연성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 제일 처음에 드래곤이 아그니에슈카를 선택한 장면부터 왜 아그니에슈카가 선택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마법은 아직 쥐뿔도 모르면서 아무 생각없이 우드로 쳐들어가서 카시아를 구출해 오는 장면도 그냥 운이 너무 좋다고 하기엔 어색하다. 뭔가 설명이 더 있어야 하는데 설명을 하다가 만 듯한 느낌이다.

 
캐릭터도 정돈이 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분량에 비해서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인물들의 성격이 뚜렷해 보이지 않아서 캐릭터에 대해서 애정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아그니에슈카는 실수투성이 천방지축 마법소녀이고, 드래곤은 쉽게 볼 수 있는 엄격해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마법사인 건 알겠다. 하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영 뒤죽박죽이어서 행동에서 개연성을 느끼기 쉽지 않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인물들을 생각했을 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머릿속에 명확히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나는 작가의 이전 소설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소설은 읽어 본 것은 아닌데 무려 8권짜리 소설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꽤 히트를 쳤다고 한다. 그렇게 긴 장편이라면 인물들이나 사건들을 세세하게 설정하면서 설득력있게 끌고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에 비록 길다고는 해도 업루티드는 한 권짜리 소설이다. 솜씨좋게 인물과 사건을 처리하기엔 분량이 너무 적었던게 아닌가 싶다.


장르소설을 읽고 나면 보통 그 소설 속에 나온 인물 중에 한 명(주로 주인공이겠지만)에게 굉장히 애정을 갖게 마련인데, 업루티드를 다 읽고 나서도 애정이 가는 인물이 없었다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문제로 느껴졌다.

 

외국판 표지. 가운데 아그니에슈카를 중심으로 카시아, 드래곤, 팔콘 등이 보인다.


이거 약간 애매하다
670페이지짜리 책을 대략 7~8시간 정도에 읽었으니 일단 책을 술술 읽을 수 있다. 지루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가 어떤 모습인지도 알겠다. 이런 소설에서 등장할 법한 여러가지 사건도 등장하고 숲과 마법사가 대결하고 숲에 끌려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껍데기만 남는다는 설정도 흥미롭다. 그런 면에서는 읽어봐도 좋다고 추천을 해도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뒤에서 쓴 것처럼 왠지 좀 어수선한 느낌이 든다. 소설을 읽는 내내 정돈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사건은 많이 터지는데, 긴장감이 들지 않고 밋밋하다는 느낌이다. 온갖 재료를 다 섞어서 보기에 좋은 탕을 끓여 놓았는데 재료가 따로 놀고, 결정적인 맛 하나가 빠진듯한 그런 느낌이다. 본격적인 소설을 쓰기전에 써 본 습작같다. 그런데 다른 상도 아닌 네뷸러 상을 받았다고 하니..


강하게 추천을 하지는 못하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비추를 날리고 싶지는 않다. 내가 판타지 소설에 너무 익숙하지 않은 탓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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