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두 번째 재즈 음반 12장 - 보컬 ㅣ 당신의 재즈 음반 12장
황덕호 지음 / 포노(PHONO) / 2014년 10월
평점 :
첫 번째 책으로 재즈를 시작했다..
처음 재즈를 듣기 시작했을 때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 때 우연히 알게 된 책이 황덕호 선생의 '당신의 첫번째 재즈 음반 12장'이었다. 재즈를 처음 듣는 입장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음반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들어 봤지만 재즈라는 음악이 하도 넓어서 도대체 어디서 시작을 해야 할 지 모를 때에 그책은 나에게 정말 가뭄에 단비같은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건 뭘 들어야 할지 몰랐던 때에 일단 12장만큼은 안심하고 사서 들으면서 재즈에 대해서 익숙해지고 취미를 붙일 수가 있었다. 그 후 4개월여.. 꽤 많은 음반을 사고 들었다.. 하지만 첫 번째 책에서 추천했던 음반들이 대부분 밥 계열의 재즈라서 (나중에 안 얘기지만 다른 재즈 애호가들과는 좀 다르게) 비밥이나 하드밥 계열의 재즈를 먼저 좋아하게 되었다.
두 번째 책으로 재즈 보컬로 넓혀 가는 중..
왠지 너무나 재즈에 대해서 편식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고 있을 때 두 번째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하고 출판사가 주최하는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저자와의 대화 행사에도 다녀 왔다. 첫 번째 음반이 2개의 음반을 제외하고는 모두 연주곡 중심이었다면 이번 두 번째 음반은 12개의 음반이 모두 보컬 음반들이다. 특히 재즈라고 하면 절대로 빠지지 않아야 할 것 같지만 첫 번째 책에서 빠져 있던 냇 킹 콜, 루이 암스트롱으로 시작해서 3대 여자 보컬이라고 하는 빌리 할리데이(는 사실 첫 번째 책에 있었다), 사라 본, 다이나 워싱턴의 음반 뿐만 아니라 목소리의 마술사 바비 맥퍼린의 음반까지 총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재즈 보컬의 정수를 구경할 수 있다.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 주로 밥 계열의 음반을 다루었다..>
음반 하나하나를 듣다 보면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재즈..
집에 재즈에 대한 다른 책이 약 5권 정도 있다. 재즈를 듣기 시작하면서 재즈 전반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구입한 것들인데 대부분 책의 구성이 비슷하다. 기본적인 재즈의 이론을 설명하고 재즈의 역사와 장르를 차례차례 설명을 한다. 그 후에 마지막으로 추천할만한 재즈 명반을 소개해 주고 있는 식이다. 그런데 이 재즈라는 음악이 그냥 듣기에는 편해도 전반적으로 알고 가려면 만만치 않게 어려운 점이 많아서 일단 처음에 나온 기본 이론부터 이해가 쉽지 않아 이것저것 찾아 가면서 읽다 보니 책이 쉽게 넘어가질 않는다. 꼭 공부를 하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책들에 비해서 이 책의 장점은 뚜렷하다. 크게 공부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저자가 소개를 하는 음반들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설명을 듣다 보면 재즈라는 음악에 대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설명하고 있는 음반의 배치도 저자의 의도에 맞게 설명하고자 하는대로 배치를 한 것 같다. 보통 이런 형식의 책들은 아무 장이나 한 장을 펼치고 읽는 것이 좋은 경우다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고 책을 읽는 순서도 되도록이면 앞에서부터 읽는 것이 좋다.
책의 장점이 있다는 것은 그 이유로 단점도 파생한다는 것인데 실제 음반으로 재즈를 설명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반적인 재즈를 이해하는데는 일반적으로 감상 수준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조금은 듬성듬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다른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그런 의욕이 생기게 하는 것만으로도 책 한 권이 가지는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에 크게 단점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저자와의 대화에서의 황덕호 선생.. 시간이 짧아서 앞부분 몇개의 앨범밖에 듣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여전히 음반 구하기는 어렵다..
음악을 다시 열심히 듣기로 결심하고 나서 되도록이면 음악을 MP3로 듣기보다는 음반으로 듣자고 마음을 먹었다. 우연히 그 시기가 재즈를 듣기 시작한 시기와 겹쳐서 벌써 꽤 많은 음반을 사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번째 책을 사고 그 안에 있는 12장의 음반을 살 때도 음반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해외 구매대행까지 해 가면서 한달이 넘게 걸렸는데, 이 책에 있는 12장의 음반은 좀더 어렵다. 책을 산지 꽤 되었는데도 아직 3장의 음반을 사질 못했다. 주문은 했지만 재고가 없다고 하니.. 게다가 이 책은 앞에서부터 읽는게 좋은데 두번째 다이나 워싱턴의 음반을 아직 구하지 못해서(물론 다이나 워싱턴의 다른 음반은 가지고 있어서 대충 들어 볼 수는 있다) 진도가 안나가는 걸 이러다가는 영영 책을 못 읽을 것 같아서 없는 건 넘겨가면서 음반 한 번 듣고, 해당 내용 한 번 읽는 식으로 읽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쓸 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구하기 쉬운 음반만 가지고 쓰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이건 책을 쓴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덕분에 그동안 귀찮아서 손을 대지 않았던 해외직구를 이번 기회에 시도해 봐야 할 것 같다. 음악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해외직구에 대한 의욕까지 불타오르게 하다니.. 이 얼마나 인생에 도움을 주는 책인가..?(물론 이 두 문장은 농담이다.)

<12장의 음반을 살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각 음반에서 몇 곡씩 뽑아 놓은 컴필레이션 음반도 발매중이다.>
여전히 재즈를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책..
재즈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재즈에 대해서 쉽게 접근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특히 음반을 하나하나 사면서 책을 읽으면 그 재미가 더 있을 것 같다. 어차피 거의 모든 음악이 MP3로 소비되고 있기도 하고 편리성으로는 따질 수가 없지만 명반이라고 불리워지는 재즈 음반 24장(내년쯤이면 세번 째 책이 나올지도 모르니 36장 정도 되지 않을까?)이 집안 어디엔가 꽂혀 있는 것도 참 그럴싸한 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소개되어 있는 음반들의 대표곡들을 한곡씩 뽑아 만든 음반도 있으니 12장의 음반을 다 살 형편이나 마음이 없는 사람은 그걸 사서 들어도 될 것 같다. 물론 인터넷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들어도 좋고.. 하지만 음악을 듣지 않으면서 이 책을 읽는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책의 절반 이상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첫 번째 책이나 두 번째 책이나 어느 책을 읽든지 순서는 상관없어 보이는데 첫 번째 책을 먼저 읽으면 비밥이나 하드밥 계열의 재즈를 좋아하게 될 것 같고, 두 번째 책을 먼저 읽으면 보컬 재즈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이건 내 생각엔 그냥 운이다.
개인적으로는 재즈를 전혀 듣지 않았던 내가 이 두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재즈에 깊이 빠지게 되어서 고마운 책이다.
재즈를 처음 듣는 사람들과 어느 정도 들은 사람들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한다. 재즈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도 교양 삼아 읽을만하지만 재즈에 대한 체계적이론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조금 부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