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종이컵을 원하자 종이컵이 나타나 모래밭에 박혔다. 투명한 플라스틱 컵으로 생각을 바꾸자 곧장 그대로 재현이 됐다. - P378

"홀로그램이 당신을 도와줄 겁니다."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기억이 만들어내는 홀로그램이었다. 기억이 얼마나 구체적인가에 따라 구현의 완성도가 다를 뿐. - P379

나는 제이에 대한 기억을 압축해서 머릿속 한구석에 가둬놓았다. 다시는 화약고가 열리는 일이 없도록 빗장을 지르고 못질을 해버렸다. 아무리 그리워도 나를 태워가며 함께 살 수는 없었다. - P381

더 견딜 수 없었던 건 롤라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스스로 시간의 태엽을 감아야 했다. 아침이 왔구나, 생각해야 해가 떴다. 이제 잘 시간이야, 해야 어둠이 왔다. 나는 내가 만든 사막에서 모래알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 P381

극장에 입장한 후 중간에 되돌아 나올 수 없습니다. 당신이 선택한 세계의 생애가 끝나야만 롤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신중하게 선택하세요. - P382

억겁을 살아도, 모든 것이 가능한 천국에서 살아간다 해도 인간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 안의 고통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감정적 존재였다. - P388

"롤라 극장의 원칙 말이에요. 일단 들어가면 선택한 생애가 끝나야 나올 수 있어요. 롤라 극장을 기반으로 하는 드림시어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에요. 반드시 죽어야만 끝이 나요. 죽지 않으면 롤라로 돌아오지 못해요. 가상의 세계를 유령처럼 영원히 떠돌게 된다는 얘기예요."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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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다 알고 싶냐? 나는 모르고 싶다."
가만히 생각해봤다. 나도 모르고 싶을 것 같았다. 다 안다면 과연 열렬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열렬하게 산다는 건 내가 인생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그 존중마저 없었다면 나는 험상궂은 내 삶을 진즉에 포기했을 터였다. - P273

삼애원은 입주 경쟁률이 높은 재활원은 아니었다. 제아무리 복지나 시설이 좋아도 고립된 오지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노숙자들이 많았다. 그 바람에 입소자가들고 나는 기간이 대체로 짧았다. - P276

삼애원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일의 원동자가 무엇일까. 답은 모르겠지만 랑이 언니의 말은 옳았다. 이곳은 복마전이었다. - P281

"당연한 거지만 개발에 성공하면 받게 될 포상도 있었지. 주식배당과 롤라 이주민 자격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해주겠다는 거였어." - P318

"롤라에 보낸다는 건 정보 형태로 네트워크에 업로드시킨다는 얘기야. 몸을 뺀 나머지, 그러니까 한 개체의 고유한 의식, 무의식, 본성, 반사작용, 감각이나 신경 회로 같은 것들 모두." - P319

"과학은 후진이 불가능해. 그저 도착하기로 예정된 곳에 도착한 것 뿐이야." - P320

세상사가 그렇다. 일이 요행처럼 풀리면 멈추고 생각해봐야 한다.
왜 이렇게 쉬울까? - P328

생각을 해봤다. 지금껏 나를 걸고 타인의 일에 끼어든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그것이 일관된 내 삶의 태도였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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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보기 싫은 것과 무서운 것은 다르다. 꼴 보기 싫은 건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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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체가 어떤 것에 대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반응이 기질이라면, 나는 꼴 보기 싫은 걸 잘 견디는 기질을 지녔다. - P236

"나한테 신경 끄지 그래."
제이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나직했으나 날이 파랗게 서 있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냉랭한 어조였다.
"날 좀 도와줬다고 내 주변을 기웃대고 다녀도 되는 건 아냐." - P238

제이는 왜 여기에 왔을까. 단순히 돈을 벌려고 오진 않았을 것 같았다. 아픈 연인을 두고 서해 오지까지 왔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 P242

내일 아침에 뭘 할것인지 생각하려 애썼다. 팀장에게 일을 그만두겠노라 말해야지. 후임자가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 할 테지만 뿌리치고 떠나버려야지.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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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하 9장은 다윗의 왕위 계승사를 "왕위 계승"이란 주제로 볼 때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다윗의 왕위 계승이란 측면에서 사울 왕가의 남은자가 있고 없고는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P51

요나단을 생각하는 다윗의 진심은 표면적으로 요나단의 아들을 지척에 두고 돌보려는 배려로 이해될 수 있지만, 이면적으로는 "왕의 씨"를 자신의 목전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고 견제하려는 정치적 조치로 이해될 수도 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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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올 10월까지 용산 텐트촌에 있었잖아. 거기 있을 때 젊은 애가 하나 죽었는데 그 애를 두고 야릇한 소문이 돌았단 말이지." - P105

천국을 만들었으면 일단 실물 인간을 보내봐야 하잖아. 정말로 안 죽고 신이 되는지 확인해야 할 거 아냐. 본선 티켓을 가진 VIP 투자자들을 안전하게 모시려면 예선 리그를 뛰어줄 선수가 필요하다. 이 말씀이지. - P106

아버지의 친구는 병의 진행에 관해선 어떤 것도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빠를 수도, 예상외로 늦을 수도 있다고 했다. 가급적 빨리 스케줄을 잡아 치료를 시작하자고 권유했다. 여러 치료를 병행할 것이며 치료 목표는 생존기간 연장이라고 했다. - P155

"막내지?"
제이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기울였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몸짓이었다. 나는 동물행동학 전공자였다. 인간은 동물의 한 종이고. 사실 그런 이론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온몸으로 ‘나는 막내다‘라고 외치는 남자였다. - P163

그때, 녀석과 눈을 맞대던 바로 그때 나는 또 다른 소리를 들었다. 울음소리였다. 처음엔 녀석이 내는 소리인가 했다.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아마도 살고 싶어 하는 내 욕망이 내는 소리였을 것이다. - P173

말은 참 이상한 힘을 가진다. 그러하다,라고 말하면 정말로 그러한 상황이 닥친다. - P175

"고국에 온 걸 환영합니다."
"나는 고국이 아니라." 그는 내 손을 힘주어 잡았다. "너한테 온건데." - P183

내 입장은 달랐다. 그가 무책임하기를 바랐다. 훌쩍 떠나주기를 바랐다. 아무 약속 없이, 어떤 기대도 품지 않도록 무심하게 돌아서면 이후가 좀 쉬워질 것 같았다. 마법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가는 일이. - P187

"그래서 너를 따라갈 수가 없어. 네가 오는 것도 바라지 않고. 왜냐하면......." 나는 옆으로 맥없이 벌어진 내 오른발을 노려봤다. "아버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지 기억하니까." - P191

제이가 살아 있는 나를 지긋지긋하게 여길까 봐 두려웠다. 이 건강한 남자의 정신을 뿌리까지 망가뜨릴까봐 미치도록 무서웠다.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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