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레이디아즈는 기괴한 태양 공포증을 앓게 되었다. 태양을 보기만 하면 그는 육체와 정신이 거의 붕괴에 가까운 공황 상태에 빠졌다. - P208
뤄지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스창 옆에 앉았다. "절도와주세요. 경찰이었을 땐 사람 찾는 일을 주로 하셨죠?" "그렇지." "자신 있으세요?" "사람 찾는 거? 그야 당연하지." "좋아요. 그럼 사람을 찾아주세요. 스무 살쯤 된 여자예요. 이것도 제 계획의 일부예요." "국적은? 이름은? 주소는?" "아무것도 몰라요. 심지어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할 가능성도 아주 적죠. 스창이 몇 초간 뤄지를 쳐다보다가 불쑥 물었다. "꿈에서 본 여자야?" 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 P209
스창이 켄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만일 어느 날 갑자기 선생이 면벽자로 정해졌다면 뤄 교수처럼 그걸이용해 호사를 누릴 수 있겠습니까?" "나라면 아마 좌절했겠지." "그렇겠죠. 그런데 뤄지는 유유자적하고 있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기가 쉬울 것 같아요? 대범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큰일을 하려면 그런 대범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나 선생 같은 사람들은 큰일을 할 수가 없어요." " - P217
타일러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 가지 해답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왔습니다. 대령의 의견을 들어볼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말씀해보시죠." "신념만으로 무장했던 과거의 군대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보시오?" - P219
스창, 당신은 정말 악마군요. 그녀를 어디서 찾았죠? 이런 젠장, 어떻게 그녀를 찾아낼 수가 있냐고요! 뤄지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모닥불을 쳐다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두 눈 가득 고였다. - P222
"면벽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최고의 사기꾼이죠." "그건 면벽자가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는 진담이에요. 믿어줘요." 좡옌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게요. 말씀하세요." 뤄지는 쉽지 않은 얘기를 하려는 사람처럼 한참 뜸을 들였다. "나도 왜 내가 뽑혔는지 몰라요. 난 평범한 사람이에요." 뤄지가 좡옌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좡옌이 또 고개를 끄덕였다. "힘드시겠네요." - P229
2년 전 그가 만든 문학적 이미지가 상상 속에서 생명을 얻었을 때 뤄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 대자연이라는 화폭의 여백에서 사랑의 신비로움을 깨달았다. "좡옌, 당신이 할 일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거예요." 좡옌의 두 눈이 커졌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즐거운 여자가 되어줘요. 이건 면벽 프로젝트의 일부예요." - P235
"공동의 적이 생겼으니 서방에 대한 우리의 원한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소.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삼체인들이 전 인류를 멸망시킨다면 우리가 한때 증오했던 서방인들까지 모두 죽게 되니 적과 공멸하는 희열을 느낄수도 있지. 그래서 우린 삼체인에게 원한이 없소." - P241
"삼체인들이 인류의 문화유산을 보존할까요? 그들은 인류의 문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들이 우리를 벌레라고 칭하기 때문에요? 그건 달라요. 다른 민족이나 문명을 존중하는 최고의 방식이 뭔 줄 알아요?" "그게 뭐죠?" "바로 멸종시키는 거예요. 그건 문명에 대한 최고의 존중이예요." - P246
"내 생각이지만....…… 그저 내 생각이니까 비웃지 말아요. 소통 방식을 찾을 수는 없을까요? 인간만이 이해할 수 있고 지자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소통한다면 인류는 지자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아니에요?" - P248
"장군, 간단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저 항성 세 개 주변에 우주 먼지가있습니다. 고속 운동 중인 물체가 우주 먼지를 뚫고 지나가면 고속 충격으로 인해 우주 먼지에 항적이 남게 되죠. 항적은 뒤로 갈수록 확산되는 형태를 띱니다. 지금 그 항적 단면의 직경이 목성의 두 배만큼 길어요. 항적과 그 주위 먼지의 차이도 아주 미세하고요. 그러므로 가까이 가도 볼 수가 없고 4광년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만이 그걸 관찰할 수 있는 겁니다." 피츠로이가 말했다. "내가 세어보니 대략 1,000가닥이었소." "아마 그 정도 될겁니다. 장군, 우리가 지금 삼체 함대를 본 겁니다." - P257
하지만 그 가련한 불청객이 용기를 내서 첫 마디를 꺼냈을 때 타일러는벼락이 정수리에 꽂힌 듯 휘청거리며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에게는 그 말 속 한 글자 한 글자가 하늘을 찢는 벽력과도 같았다. "면벽자 프레드릭 타일러. 내가 당신의 파벽자요."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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