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지가 동면에서 깨어났다. - P425

"몇 년 늦게? 그럼 적응하기가 더 힘들지 않겠어요?"
"아니죠. 아직 전시라서 사회의 관심이 우리에게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몇 십 년 뒤에 평화 협상이 타결되면 태평성세가 찾아오겠죠."
"평화 협상? 누구와?"
"누구겠어요? 당연히 삼체 세계지."
슝원의 마지막 말에 뤄지는 깜짝 놀랐다. - P430

얼마 후 회진 의사가 찾아와 몸 상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뤄지가 의사의 질문에 다 대답하고는 면벽 프로젝트를 아느냐고 묻자 의사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물론 알죠. 우스운 옛날 일이잖아요."
"면벽자들은 다 어떻게 됐어요?"
"아마 한 명은 자살했고 또 한 명은 돌에 맞아 죽었을 거예요. 어차피 200년 가까이 지난 아주 옛날 얘긴걸요." - P435

"하지만 그때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게 있습니다. 지금은 강대국이없죠. 세계 모든 국가가 쇠퇴했으니까요."
"모든 국가라고요? 그럼 국가 대신 누가 강해졌습니까?"
"국가가 아닌 실체가 있습니다. 바로 우주 함대죠."
뤄지는 한참을 곰곰이 생각한 후에야 조너선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주 함대가 독립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함대는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독립된 존재죠. 국가와 마찬가지로 UN 회원으로 가입했고요. - P446

"지금 이 시간부터 면벽 프로젝트는 종료되며 UN 면벽법도 폐기됩니다. 나는 태양계 함대 협의회를 대표해 빌 하인스와 뤄지에게 UN 면벽법에 의해 당신들에게 부여되었던 모든 특권과 관련 법률에 대한 면책 특권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통보합니다. 당신들은 각자 자국으로 돌아가 평범한 국민의 신분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 P451

게이코가 몸을 돌려 하인스에게 말했다.
"면벽자 빌 하인스, 내가 당신의 파벽자입니다."
막 자리에서 일어나던 하인스는 등 뒤에서 들린 그녀의 한마디에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의자에 주저앉았다. - P455

멘털 스탬프는 사고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얻어진 게 아니야. 당신은 처음부터 그걸 만들려고 했던 거야. 그게 연구의 최종 목표야. - P456

"후회하지 않는 게 아니라 후회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나도 멘털 스탬프로 신념을 주입받았으니까요. 내가 사용한 명제는 ‘내가 면벽 프로젝트중에 하는 모든 행동은 옳다‘라는 것이었습니다." -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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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구약성서를 다양한 관점으로 읽을 수 있다. 수세기 동안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다양한 관점들을 통해 구약성서의 의미를 더 풍부하게 이해해왔다. 구약성서는 고대의 문헌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이 책은 이스라엘이라고 불리는 한 민족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 책의 본문들의 배후에는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회적 배경이 전제되어 있는데, 바로 그러한 배경을 통해 본문이 형성되고 그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 P34

현재 많은학자들은 구약성서의 대부분의 본문들이 역사적 실재에 기초를 두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학자들 대부분은 구약성서 내러티브 전승의 많은 부분을 포로기 이후 유대공동체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로 생각한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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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 가지 여쭤볼게 있습니다. 만약 우주에 삼체 외에 다른 관찰자가 존재한다면 지금 지구의 위치가 알려졌을까요?"
"그럴 리 없소." - P312

진시황이 말했다.
"주께서 새로운 지령을 내리셨다. 면벽자 뤄지를 제거하라." - P318

간단히 말하면 태양의 전파 확장 기능을 이용해 우주로 메시지를 보낼 겁니다. 그 메시지에는 간단한 그림 세 장과 간단한 부가 정보만 포함되죠. 그 그림이 자연적으로 발생된 것이 아니라 지능을 가진 개체가 발송한 것임을 표시하는 정보입니다. - P323

장베이하이는 줄곧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고 바라던 기회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황허 우주 정거장에서 우주학계의 고위급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가 제거하려는 세 사람 모두 그 회의 참석자에 포함되어 있었다. - P349

"멘털 스탬프를 사용하고 싶지 않나요? 그것으로 승리에 대한 확고한신념을 가진 우주군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까? 군대에는 정치위원이 있고 사회에는 목사가 있어요. 멘털 스탬프는 기술적인 수단으로 그들의 일을 도와주는 장치일 뿐이죠." - P374

"통제란 통제하는 자와 통제받는 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자신의 의식 속에 멘털 스탬프를 찍겠다고 자원한다면 그것도 통제라고할 수 있을까요?" - P378

삼체 세계와의 전쟁에서 인류는 반드시 승리하고 태양계를 침범한 적들은 패배할 것이다. 지구 문명도 우주에서 영원히 존속될 것이다. - P380

영국 대표가 레이디아즈의 말허리를 자르고 끼어들었다.
"굳이 수성에서 지하 핵실험을 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보세요. 예산 소모의 또 다른 방법이라는 것 외엔 달리 해석할 방법을 찾을 수가 없군요."
레이디아즈가 냉정한 말투로 반박했다.
"의장님 그리고 각 대표님들, 이제 PDC는 면벽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면벽 프로젝트의 원칙에 대한 존중도 다 상실했군요. 우리가 모든 계획에 대해 시시콜콜 해석해야 한다면 면벽 프로젝트가 무슨 의미가 있소? - P391

방문객이 말했다.
"면벽자 마누엘 레이디아즈, 나는 당신의 파벽자입니다."
레이디아즈가 암담한 눈동자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파벽자가 물었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안 되오." - P397

삼체 세계에게 태양계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들의 행성이 세 항성에삼켜지기 전에 안정적으로 이주할 수 있는 다른 세계를 찾을 수 없겠죠.
그러면 인류의 뒤를 이어 삼체 문명도 철저히 멸망하게 될 겁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의 공멸 전략입니다. 이 모든 준비가 완료되고 모든 수소 폭탄이 수성에 배치되면 당신은 이것을 빌미로 삼체 세계를 위협할것이고 결국에는 인류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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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감에 도취되어 있던 뤄지는 타일러가 바로 옆에 다가온 뒤에야 그의 방문을 알아차렸다. 같은 신분이라는 심리적인 장애물 때문에 네 명의 면벽자들은 여태껏 사적인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전에 전화 통화를 했기 때문에 뤄지도 타일러의 방문에 놀라지 않았다. 뤄지가 깍듯한 친절함으로 타일러를 맞이했다. - P268

당신의 전략에는 트릭과 연막전술이 부족합니다. 남을 기만할 수 있는 함정이 없습니다. 너무 명백하고 직설적이죠. 당신이 처음으로 파벽당한 면벽자가 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 P274

뤄지를 바라보는 타일러의 창백한 얼굴 위로 한 가닥 웃음기가 떠오르더니 이내 미치광이처럼 히스테릭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당신도 웃는군! 면벽자를 향한 미소를 지었어! 면벽자가 다른 면벽자를 보며 미소를 지은 거야! 당신도 내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군! 내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어! 내가 계속 세상을 구할거라고 생각하겠지! 하하하하!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웃기지도 않은 상황에 빠진 거지?"
뤄지가 가벼운 한숨을 지었다.
"타일러 선생, 우린 이 올가미를 영영 빠져나갈 수 없어요." - P278

좡옌이 뤄지를 쳐다보며 물었다.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게 정말로 면벽 프로젝트의 일부인 거지?"
그녀의 표정은 천진하기만 했다.
"당연하지."
"하지만 인류 전체가 불행한데 우리만 행복할 수 있을까?"
"여보, 인류 전체가 불행할 때 행복하게 사는 게 바로 당신의 의무야. 당신과 아이가 행복할수록 면벽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도 커져." - P280

여보, 마지막 날로 가서 당신을 기다릴게. - P286

"당신 같은 정치가들은 툭하면 인류 전체를 논하죠. 하지만 내게 인류전체는 보이지 않아요. 내 눈엔 그저 개개인이 보일 뿐이죠. 나도 한 사람이고 또 보통 사람이니까. 인류 전체를 구하는 책임은 감당할 수 없어요. 그저 각자의 생활을 바랄 뿐입니다." - P290

뤄지가 고개를 들었다.
"정말로 내가 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째서 해보지도 않으려는 거죠? 모든 면벽자들 가운데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 바로 당신일 거예요. 난 그걸 당신에게 얘기해주려고 찾아왔어요."
"그럼 말씀해보세요. 어째서 날 선택했죠?"
"전 인류를 통틀어 삼체 문명이 유일하게 죽이려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에요." - P291

"박사 같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 사실이 모든 것을 압도하죠. 삼체 세계가 박사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 자신의 파벽자가 되어 그 이유를 파헤쳐 보세요." - P294

뤄지는 자신이 면벽자가 된 그 순간부터 면벽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으며 한 번도 사고가 멈춘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모든 사고가 잠재의식 속에서 이루어져 그자신조차 감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 P304

‘저길 좀 봐. 별은 그저 작디작은 점이야. 우주에 존재하는 각각의 문명사회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하지만 그 혼돈성과 우연성은 까마득히 먼 거리에 희석되었지. 우리에겐 그 문명들 하나하나가 매개변수를 품고있는 점이야.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지.‘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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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레이디아즈는 기괴한 태양 공포증을 앓게 되었다. 태양을 보기만 하면 그는 육체와 정신이 거의 붕괴에 가까운 공황 상태에 빠졌다. - P208

뤄지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스창 옆에 앉았다.
"절도와주세요. 경찰이었을 땐 사람 찾는 일을 주로 하셨죠?"
"그렇지."
"자신 있으세요?"
"사람 찾는 거? 그야 당연하지."
"좋아요. 그럼 사람을 찾아주세요. 스무 살쯤 된 여자예요. 이것도 제 계획의 일부예요."
"국적은? 이름은? 주소는?"
"아무것도 몰라요. 심지어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할 가능성도 아주 적죠.
스창이 몇 초간 뤄지를 쳐다보다가 불쑥 물었다.
"꿈에서 본 여자야?"
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 P209

스창이 켄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만일 어느 날 갑자기 선생이 면벽자로 정해졌다면 뤄 교수처럼 그걸이용해 호사를 누릴 수 있겠습니까?"
"나라면 아마 좌절했겠지."
"그렇겠죠. 그런데 뤄지는 유유자적하고 있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기가 쉬울 것 같아요? 대범하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큰일을 하려면 그런 대범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나 선생 같은 사람들은 큰일을 할 수가 없어요." " - P217

타일러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 가지 해답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왔습니다. 대령의 의견을 들어볼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말씀해보시죠."
"신념만으로 무장했던 과거의 군대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보시오?" - P219

스창, 당신은 정말 악마군요. 그녀를 어디서 찾았죠? 이런 젠장, 어떻게 그녀를 찾아낼 수가 있냐고요! 뤄지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모닥불을 쳐다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두 눈 가득 고였다. - P222

"면벽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최고의 사기꾼이죠."
"그건 면벽자가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는 진담이에요. 믿어줘요."
좡옌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게요. 말씀하세요."
뤄지는 쉽지 않은 얘기를 하려는 사람처럼 한참 뜸을 들였다.
"나도 왜 내가 뽑혔는지 몰라요. 난 평범한 사람이에요."
뤄지가 좡옌을 향해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좡옌이 또 고개를 끄덕였다.
"힘드시겠네요." - P229

2년 전 그가 만든 문학적 이미지가 상상 속에서 생명을 얻었을 때 뤄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 대자연이라는 화폭의 여백에서 사랑의 신비로움을 깨달았다.
"좡옌, 당신이 할 일은 스스로 행복해지는 거예요."
좡옌의 두 눈이 커졌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즐거운 여자가 되어줘요. 이건 면벽 프로젝트의 일부예요." - P235

"공동의 적이 생겼으니 서방에 대한 우리의 원한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소.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삼체인들이 전 인류를 멸망시킨다면 우리가 한때 증오했던 서방인들까지 모두 죽게 되니 적과 공멸하는 희열을 느낄수도 있지. 그래서 우린 삼체인에게 원한이 없소." - P241

"삼체인들이 인류의 문화유산을 보존할까요? 그들은 인류의 문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들이 우리를 벌레라고 칭하기 때문에요? 그건 달라요. 다른 민족이나 문명을 존중하는 최고의 방식이 뭔 줄 알아요?"
"그게 뭐죠?"
"바로 멸종시키는 거예요. 그건 문명에 대한 최고의 존중이예요." - P246

"내 생각이지만....…… 그저 내 생각이니까 비웃지 말아요. 소통 방식을 찾을 수는 없을까요? 인간만이 이해할 수 있고 지자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소통한다면 인류는 지자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아니에요?" - P248

"장군, 간단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저 항성 세 개 주변에 우주 먼지가있습니다. 고속 운동 중인 물체가 우주 먼지를 뚫고 지나가면 고속 충격으로 인해 우주 먼지에 항적이 남게 되죠. 항적은 뒤로 갈수록 확산되는 형태를 띱니다. 지금 그 항적 단면의 직경이 목성의 두 배만큼 길어요. 항적과 그 주위 먼지의 차이도 아주 미세하고요. 그러므로 가까이 가도 볼 수가 없고 4광년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만이 그걸 관찰할 수 있는 겁니다."
피츠로이가 말했다.
"내가 세어보니 대략 1,000가닥이었소."
"아마 그 정도 될겁니다. 장군, 우리가 지금 삼체 함대를 본 겁니다." - P257

하지만 그 가련한 불청객이 용기를 내서 첫 마디를 꺼냈을 때 타일러는벼락이 정수리에 꽂힌 듯 휘청거리며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에게는 그 말 속 한 글자 한 글자가 하늘을 찢는 벽력과도 같았다.
"면벽자 프레드릭 타일러. 내가 당신의 파벽자요."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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