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수십 개의 손이 함께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마지막 빨간불이 깜빡였다.
예원제가 서기 20세기의 어느 새벽 붉은 스위치를 눌렀을 때로부터315년이 흐른 뒤였다.
중력파 발사 시스템이 작동되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강렬한 진동을 느꼈다. 외부에서 오는 진동이 아니라 자기 몸 안에서 나오는 떨림 같았다. 모든 사람이 악기의 현이 된 듯 울림이 퍼져나갔다. 이 죽음의 악기는 12초간 연주되다가 멈추었고 그 후 모든 것이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함 밖에서 중력파가 시공의 박막에 부딪치며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깜깜한 밤 한 줄기 바람에 파문이 번지는 호수의 표면 같았다. 두 세계의 운명을 가를 죽음의 판결이 광속으로 우주 전체에 전송되었다. - P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