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거미줄처럼 조각난 거울이 타일 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어요. 수십 개의 눈동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가운데 움푹 팬 곳엔 동그랗게 핏자국이 말라붙었더군요. - P119

옆에서 형사가 부축을 해주며 나직하게 속삭이더군요. 제가 그 남자의 목을 잡고 거울에 밀어붙인 채… 사정없이 멍키스패너를 휘둘렀다고. 머리를 빈 맥주캔처럼 우그러뜨려놓았다고. 이 손으로 말이죠. - P119

어디까지 했죠? … 아, 명함 지갑. 그 28만 원짜리 가죽 쪼가리를 다시 진열대에 올려놓는데, 문득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훔쳐! 분명제 가슴 밑바닥 어딘가, 휑한 지하실 같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였어요. - P124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다중인격. 그건 꽤 편리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카드 명세서를 확인할 때마다 뒷골이 쑤셨지만 톰을 끊을 수가 없었어요. 톰은 활력이 넘쳤으니까. - P132

신체적인 변화보다 더 기이한 일이 제게 벌어지고 있었어요. 제리가 나타난 겁니다. - P134

톰과 제리, 그리고 나. 우리 세 사람은 한동안 기묘한 동거를 계속했습니다. 거칠고 제멋대로인 한량이 되어 신나게 즐기고, 소심한 자폐증 예술가가 되어 자기만의 세계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저는 사회생활을 책임지며 그들을 아우르고 각자가 원하는 대로 지내면서 그 모든 걸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 P141

겁내지 마, 친구, 분노야말로 순수하고 인간적이지. 자신이 누구인지 가장 잘 알게 해주거든.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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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왓슨
이곳 사우스시에 내려온 이후 자네에게 처음 편지를 쓰는 것 같군. 우리의 우정은 나의 무심함을 참아주는 자네의 비범한 인내심에 늘 신세를 지고 있다네. - P49

왓슨, 자네는 그동안 내 사소한 경험들을 끈기 있게 기록하고 발표해 주었네. 하지만 홈즈를 깊은 권태의 수렁에서 건져낸 이 사건이 빠진다면, 작은 성취를 모은 그 사건 기록부도 불완전한 것이 될 걸세. 그럼 자네의 작업을 위해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사실에 입각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겠네. - P52

정갈하게 손질되어 있었지. 벽난로 앞 고풍스런 장미목 책상에 우람한 사내가 고개를 처박고 쓰러져 있더군. 목 우측의 벌어진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책상 위에 흥건했다네.
"경위, 이 남자에 대해 조사는 했습니까?"
"조사요? 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 사건이 알려지면 런던 시내가 발칵 뒤집어질 겁니다. 홈즈 선생님, 놀라지 마십시오. 이분은 바로 아서 코넌 도일 경입니다." - P56

내가 늘 말하지 않았나. 여러 가지 추론 중에서 불가능한 것을 빼고 남는 것이, 비록 아무리 그럴듯하지 않더라도, 진실일세. - P64

다행히 도일 경은 쓸 만한 단서를 하나 남겨주었어. 그는 새로운 소설을 통해 자기가 죽인 그 유명한 탐정을 다시 살려내려는 순간에 살해당한 것처럼 현장을 꾸몄지. 그렇다면 그 탐정이 부활하는 것을 극렬히 반대하는 살인 용의자, 그게 바로 자기자신이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 P71

도일 경이 탐정소설 작가로서 자존심을 걸고 미스터리를 만들었다면, 나는 현실 세계 최고 탐정으로서 자존심을 걸고 그걸 풀고 싶었네. 그게 나를 향해 마지막 유언을 남긴 탁월한 식견에 대한 예의 아니겠나. - P75

일종의 자신이 만든 환상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침몰한 도일 경과 자신을 매혹시킬 현실에 목말라 환각제에 의지한 나. 이 양극단의 고뇌는 어딘가 닮아 있지 않나? - P79

그래,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내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삶이 공존한다. 내가 선택한 삶과 선택하지 않은 삶. - P83

이현정?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갈라졌다. 지영 선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화연아, 네가 어떻게… 현정이를 모르니?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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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나머지 부분에서 매우 중요한 ‘유다‘라는 지파의 이름은 이 초기의 "이스라엘"에 대한 조사에서 결코 언급되지 않는다. 도움을 주었거나 도움을 주지 않았던 많은 지파를 드보라가 나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다와 시므온이라는 남부의 지파들은 그녀의 레이더망 위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 P29

이스라엘의 지파들은 글쓰기를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 P31

사울이 전투에서 전사했을 때 이스라엘 지파들은 급진적인 행동을 취했다. 이스라엘 외부에서 한 지도자를 선택한 것이다. 그의 이름은 다윗이었다. - P32

만약 우리가 이스라엘의 가장 오래된 "성서", 즉 다윗과 솔로몬 왕국의 성서에 관해 어떤 것을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다. 이 성서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히브리 성서 또는 구약성서와 매우 상이했다. 비록 하나님이 등장한다 할지라도, 이 문서의 초점은 이스라엘과 함께한 하나님의 역사에 있지 않다. 대신에 이 문서들은 학생들에게 사회적인 생활, 우주의 구조, 그 안에서 왕위의 역할에 대해 교육한다. - P34

다윗과 솔로몬이 왕실 찬양들, 지혜교훈들, 신화들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에, 여로보암은 이스라엘에게 조상들과 출애굽에 관한 더 오래된 전통으로 돌아가도록 요청했다. - P35

다윗의 제왕시들은 야웨가 예루살렘에 거주한다고 선포하는 반면에 (시 9:11; 135:21), 창세기의 야곱 이야기는 야웨가 오히려 이스라엘의 벧엘에 산다고 주장한다(창 31:13). - P37

초기 유다 예언자들은 출애굽 또는 광야에 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호세아의 경우는 다르다. 호세아의 말은 성서에 기록됐는데, 유일하고도 진정한 이스라엘 예언자였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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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성서에 대한 내 연구의 종합으로서, 그리고 트라우마/기억에 대한 연구를 가지고 그러한 학문을 보완하는 실험으로서 제시한다. - P12

나의 주장은 현대의 트라우마 연구를 통해 유대인의 바빌론 포로기 상황에서 작성된 예언서들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 P14

여기서 나는 어떻게 유대인과 기독교인의 성서들이 고통에 대한, 특별히 집단적 고통에 대한 반응으로 등장하게 됐는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 P15

유대교와 기독교의 경전들은 삶이 산산이 부서졌을 때에도 여전히 현존하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그림을 제공한다. 나는 이것이 현재 우리가 유대인과 기독교인의 성서들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 P19

내가 이해하는 바에 따르면, 트라우마는 그 충격이 너무 폭발적이어서 직접 맞닥뜨릴 수 없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개인/집단의 행동과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압도적이고 잊을 수 없는 재앙 경험을 뜻한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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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6월 9일, 한국 서울 K대학교
백정인 강사, 교양과목 <영화 속의 여성들>

자, 수업 시작합시다. 그런데 출석 체크된 인원이 머릿수하고 왜 이리 안 맞아. 일인다역 엑스트라가 많은 모양인데, 오늘은 연기력이 괜찮았으니 그냥 넘어가겠어요. 거기 창문 좀 닫읍시다. 밖이 시끄럽네. 그렇게 덥지는 않죠? 덥다는 사람이 점퍼는 왜 입고 있어? - P9

이 영화에서 남작의 성은 인간 욕망이 응축되어있는 내적 공간의 상징이라 할 수 있어요. - P10

호러영화 속 여성은 크게 두 가지 이미지로 그려졌어요. 뭐죠? ……
바로 욕망의 대상이거나 공포의 대상이죠. - P10

그녀는 기껏해야 소리나 꽥꽥 지르다가 넘어지는, 당시의 관습화된 호러영화 속 여성상을 탈피하여 적극적인 내러티브의 주체로 등장하죠. - P12

이 영화의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하는 모호함이나 언밸런스한 요소들에 오히려 매료되었던 것 같다. 하나의 장르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인물의 디테일을 살리고 있어 볼 때마다 새로운 감상 포인트를 갖게 되는 작품이다. - P17

난 그런 풋내기 옆에서 소리나 꽥꽥 지르는 멍청한 아줌마로 나올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전혀. 신인 감독에 신인 배우와 일하는 건 나로서도 큰 모험이라고요. 그만한 동기가 부여돼야죠. - P24

미국 애틀랜타에서 오십대 부부가 일곱살 난 조카딸을 납치해 살해하고 인육을 먹은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이 부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본 후 모방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혀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 P28

이 영화는 화려한 성에 사는 귀족 부부가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소작농의 자녀를 하녀로 사들여 살해하고 인육을 먹는다는 내용으로, 할리우드 원작을 일본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 P29

소설 속 퀴르발 남작은 아이들을 잡아먹으며 200년 넘게 살고 있지만, 괴물이라기보다는 점잖은 주술사에 가깝다. - P31

굳이 고리를 연결할 필요 없이 후손들을 내 안에 육화시킴으로써 사슬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을 회피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무슨 차이가 있겠나. - P32

우리는 관객이 원하는 걸 줘야해. 불이 켜지고 극장 문을 나설 때, 그 사람들이 우중충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어 극장까지 왔겠나, 응? - P36

그렇다. ’퀴르발 남작의 성‘은 바로 독재자에 의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공산주의 체제를 상징하고 있다. - P38

옛날 옛적에 크고 높은 성에 퀴르발 남작이라는 거인이 살고 있었단다. 이 거인 남작은 너희같은 어린아이들을 잡아먹고 살았지. - P40

"여보, 하지만 퀴르발 남작이 애들을 데려다가 추잡한 짓을 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또 악마의 자식이라 애들을 잡아먹는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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