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죽은 남자를 주인공으로 단편소설을 쓸 생각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십대 가장의 괴이한 죽음. 그 비밀을 밝히는 과정에서 친근하지만 형체가 없는 ‘평범‘과 껄끄럽지만 압도적 실체로서 상존하는 ‘죽음‘이 불을 통해 합쳐지는 과정을 그려보고 싶었다. - P29
숨을 헐떡이는 불덩이, 불타는 날개, 녹아내리는 얼굴, 목에 걸린 뱀, 죽음의 천사… 뜨거운 물줄기 아래서 눈을 감고 있는데 기괴한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떠돌았다. 잠을 깨기 직전 마지막 꿈이었던 것 같다. - P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