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산드라의 거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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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내가 좋아하는 멋진 작가다..
처 음으로 읽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꼭 갈릴레오 갈릴레이같은 운율이 느껴지는 이름도 참 좋다..)의 책은 역시 최초의 히트작이라고 할 수있는 '개미'다.. 얼마나 즐겁게 읽었는지.. 그 깊은 지식과 기가막힌 플롯의 구성.. 정말 글빨이 좋은 작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의 첫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타나토노트', '뇌', '파피용'같은 책들을 읽었는데 중간에 읽었던 '나무'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큰 실망감을 안겨 주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베르베르의 소설을 내 나름대로 정의를 해 보자면.. '오랜시간 쌓아놓은 지식을 소설가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독자로 하여금 약간의 추리력을 동원해 읽게 만드는 좋은 구성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베르베르의 소설은 항상 기대를 하게 하는 면이 있다..

뭔가 변했다.. 뭔지는 몰라도.. 하지만 확실한 건 재미는 없어졌다..
요 새 그다지 소설을 읽지 않고 있었던 나에게 '카산드라의 거울'을 읽을 일은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회사 직원이 1권을 읽어 보라고 주면서 손에 쥐고 나서부터.. 고통이 시작되었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전작과 다름없이 순식간에 읽어 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서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여러번 시도를 해 봤지만 70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어서 접어 놓고 다른 책을 읽고.. 또 시도했다가 못 읽고 다른 책 읽고.. 이러기를 6개월을 했다.. 도대체 왜 그런걸까..? 책장이 이렇게 안 넘어가는 책을 읽기도 참 오래간만이었다..
읽는 내내 너무 힘들었다.. 결국은 일주일전.. 이번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읽어버리자고 생각하고 저녁 운동도 제끼고 틈나는대로.. 참아가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결국 다 읽었다..

문제가 뭔지 좀 살펴 보자..
그럼.. 나름대로 도대체 왜 그렇게 읽기 힘들었는지 좀 보자..

1. 수사가 너무 많다..
워 낙에 좀 지저분하다 싶을 정도로 꾸밈이 많은 문체이긴 했지만.. 그게 심해지고 심해져서 '카산드라의 거울'에 와서는 정점을 찍은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불어를 몰라서 그러는건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번역이 이 정도라면 원문은 온갖 바로바로 이해하기 힘든 꾸밈과 (영어로 치면) 관계사와 대명사가 즐비할 걸로 추정된다.. 그리고 너무나도 비유가 많이 사용되어서 도대체 내가 읽고 있는게 뭘 비유하고 있는건지 까먹을 때가 많았다.. 한 페이지를 읽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는데 내용이 연결도 잘 안된다.. 한마디로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쉽게 읽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하다..

2. 본론과 관계없는 내용이 너무 많다..
위에서 베르베르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베르베르는 그 지식을 바탕으로 해서 '상상력 사전'이라는 책까지 써냈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한건 모자른 것만 못하다.. 너무 아는게 많다 보니.. 게다가 그걸 소설속에 풀어 놓다 보니 내용이 중간중간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역시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3. 2번과 연관되는 것이지만.. 베르베르의 잘난 척은 이젠 거의 극에 달한 것 같다.. 자신의 지식을 어떻게든 풀어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4. 서론이 너무 길고.. 개연성도 없고.. 상상력은 이제 너무 과하고.. 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 뿐이다..
적 어 놓은대로이다.. 내가 보기엔 1권이 다 서론이다.. 인물들도 너무 개연성이 없는데다가 행동의 설득력도 없다.. 카산드라의 꿈은 너무 뜬금없고.. 부모의 실험도 전혀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소설적인 개연성이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나 빨리 넘겨버리고 싶은 심정이 솟아오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재미있는 소설은 한장한장 넘겨 읽어서 소설이 끝나는게 아깝다.. 그런데 이 책은 그저 빨리 끝을 보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러고 보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이 약간씩은 그런 감이 없잖아 있긴 했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다는 생각뿐이다..

5. 그리고 번역..
뭐.. 세세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번역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요새 누가 학생한테 '양'이라는 표현을 쓰나..? 그 외에도 소소한 불만이 책을 읽는 동안 굉장히 많았는데.. 정말.. 다시는 책을 펴고 싶지 않아서.. 찾아 보지는 못하겠다..

6. 그밖에..
제일 근본적인 설정의 문제인데.. 자폐증을 가진 아이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그렇게 애를 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내가 좋아하는 멋진 작가였다..
가 장 최근에 읽은 책이 '파피용'이었고.. 그 다음이 '카산드라의 거울'이다.. '파피용'은 그래도 괜찮았는데.. 이건 정말 총체적인 난국이라고 생각한다.. 재미도 없었고.. 남는 것도 없고.. 읽기도 힘들고.. 지금까지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중에 최악의 책이다.. 이 책이 나오고 얼마되지 않아서 라디오에서 이 책의 광고가 끝이 나고 '신' 광고가 다시 나오던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인기가 없었던 듯..

또 그의 다른 책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아닐 듯..

하여간.. 오래간만에 강력 비추 한 방 날려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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