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새벽 4시 7분, 다나가 내 침대에서 죽었다. 부검의에 따르면 사인은 저혈당 쇼크였고, 위에선 소화되지 않은 떡과 당면이 발견되었다. 마지막 식사는 떡볶이였다. 다나는 엄마가 간섭하지 않는 곳에서 떡볶이를 실컷 먹는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까짓 게 뭐라고. - P7

범죄 교사를 위해서는 수스앱에 접속해 자신의 전자지갑 잔액을 인증해야 했다. 신원을 밝힐 필요는 없다. 복수를 위해 꼭 필요한 건 자금력뿐이었다. - P21

수스는 매우 공격적으로 인간 생태를 해치고 있었다. 모체인 바빌론은 범죄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얻는 것 외에도 각종서비스를 판매했다. 그들은 거점 지역마다 편의점으로 위장한 서비스센터를 운영했다. - P23

남자가 암 밴드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와 동시에 긴 진동 소리와 함께 ‘매칭 완료‘라는 알림음이 났다. 숨을 훅 들이마신 탓에 목구멍으로 넘어가려던 커피가 기도로 넘어갔다.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면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매칭완료라는 알림음은 수스에서 교사자가 실행자를 고용하고 거래를 확정할 때 나는 소리였다. - P31

평범한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뜨거운 심장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은 삼촌의 쇼핑몰밖에 없었다. 삼촌이 이룬 거대한 비밀 안에 내 작은 비밀을 수몰시킨 뒤 냉랭한 표정으로 살기로 했다. - P39

나와 민혜가 떠나고 삼촌도 생각이 많아졌을 터였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새파랗게 어린 조카가 사업장을 내놓으라고 큰소리치니 분노가 그러데이션으로 치솟았을게 뻔했다. - P47

기대 없이 이루어진 관계는 없어. 기대하는 만큼 상대에게 투자하지. 금전이든 감정이든 뭔가를 꾸준히 불입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값을 기다리기 마련이야. - P49

"방금 수스에 정지안 살해 요청 글이 올라왔어요."
브라더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핸드폰을 삼촌에게 던졌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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