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집에서 책을 읽는다고 핍박을 받을 때면 숲으로 달려가 울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던 감수성의 소유자 쥘리엥 소렐. 그는 신분 상승하겠다는 야심을 이루기 직전 돌연 그 모든 것을 떨치고 명예회복 위해 레날 부인에게 총을 쏘고 감옥에 들어가 죄를 인정한다. 어찌 보면 자기 자신에게 그토록 충실했기에 가능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그의 야심은 사실 그의 본성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오만하며 다정하고 그럼에도 감수성이 풍부해 세상 모든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었던 소렐. 오만함을 사랑으로 승화시켜 아름다운 위엄을 획득한 마틸다. 마지막 장면을 그려보면 그녀가 진정한 승자로 느껴진다. 안타까울 따름인 레날 부인.. 그리고 작가 스탕달. 작가의 인생과 책, 배경, 등장인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역자 후기가 감동을 더해준다. 번역도 자연스럽고 정말 좋았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 많은 작가들이 등장했는데 그 중 관심을 갖고 작품을 읽게까지 한 챕터는 스탕달 뿐이었다.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
이건 진짜 완독한 나에게 주는 별 다섯개. 7개월 걸렸다. 작가가 친절하진 않다. 대문자 T라고 생각함. 비아냥거릴 때 제일 빛이 나기도. 문학과 예술을 통해 돌아보는 사회사. 사상의 흐름도 알 수 있을 뿐더러 정치와 경제의 흐름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가 다르다. 이제는 예술작품을 볼 때 “피카소의 강렬한 색감이 나를 사로잡았어!”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피카소는 부잣집에서 태어나 문화적 소양을 시대별로 즐길 수 있는 환경에 있었고 진정한 천재였기에 회화계의 적극적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었구나. 말이 테러이지 그의 반항적 결과물이 나쁘지만은 않아.”라고 말하게 되었다. 또한 작가의 이성주의 합리주의에 매우 감화를 받아 “이 모든 아름다움은 저절로 이루어졌다”는 낭만주의 꺼지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변증법 최고. 모든 흐름에는 장력과 중력이 작용하고 모두가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받아 왔다. 앞으로는 이런 상호작용이 얼마나 더 감소하게 될까. 작가는 예술의 민주화를 이루는데 기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지만 현대의 자본과 기술은 대중을 잠식하고만 있는 것 같다.
중반부까지는 책이 나를 잡아 당기는 것 같아서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다. 중간까지 읽고 책을 덮고 나갔어야 했는데 책에서 끈적한 손이 나와서 나를 옭아매는 느낌이 들어서 책을 덮기가 어려웠을 정도. 이 정도로 강렬하다가 결말에서 갑자기 힘이 좀 빠졌다. 아주 나쁜 후반부는 아니었지만 좀 더 나은 해결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만든 끝이었다. 에필로그는 좋았다. 잘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