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집에서 책을 읽는다고 핍박을 받을 때면 숲으로 달려가 울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던 감수성의 소유자 쥘리엥 소렐. 그는 신분 상승하겠다는 야심을 이루기 직전 돌연 그 모든 것을 떨치고 명예회복 위해 레날 부인에게 총을 쏘고 감옥에 들어가 죄를 인정한다. 어찌 보면 자기 자신에게 그토록 충실했기에 가능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그의 야심은 사실 그의 본성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오만하며 다정하고 그럼에도 감수성이 풍부해 세상 모든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었던 소렐. 오만함을 사랑으로 승화시켜 아름다운 위엄을 획득한 마틸다. 마지막 장면을 그려보면 그녀가 진정한 승자로 느껴진다. 안타까울 따름인 레날 부인.. 그리고 작가 스탕달. 작가의 인생과 책, 배경, 등장인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역자 후기가 감동을 더해준다. 번역도 자연스럽고 정말 좋았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 많은 작가들이 등장했는데 그 중 관심을 갖고 작품을 읽게까지 한 챕터는 스탕달 뿐이었다.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