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에서.
신비한 이야기
옛날에 어떤 약장수가 살고 있었다. 하루하루 빌어먹고 살던 시절 어떤 고아를 만나게 되었다.
둘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운명이라고 느꼈고, 약장수는 그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약장사를 했다.
둘은 온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약을 팔고 거짓말을 해서 돈을 벌었다.
그러나 카드게임과 체스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더이상 약장수의 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장사는 점차 쇠락해졌다.
가난해지기 시작하자 전보다 더 난폭해진 약장수는 고아를 지하방에 감금해두고 학대하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매를 맞고, 거의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서 고아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약장수가 여느 때와 같이 술에 취하고 화가 나서 지하로 내려왔다.
그는 죽은 토끼를 한마리 들고 와서 빈정거리며 말했다.
"야 이자식아, 넌 이 토끼만도 못한 인생이야. 이거나 처먹던지 말던지 해라."
라고 욕을 중얼중얼 하면서 토끼 한마리를 버려두고 문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 때 갑자기 그 동안의 감정과 모든 울분이 복받친 고아는 죽은 토끼를 주워들어서 온 힘을 다해 약장수를 향해 집어 던졌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그 토끼가 살아난 것이 아닌가.
이렇게 해서 고아의 능력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약장수의 품을 떠난 고아는 그때부터 사람들을 진짜로 치료해주며 온 나라를 돌았다.
그렇지만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주지는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시간이 흘러 고아는 나라에서 유명해졌고 왕과 귀족의 모임에도 참석할 수 있는 인사가 되었다.
화려한 옷을 입고 모임에 참석하고 있던 와중에 한 죄인의 처형식이 거행되겠다고 알려왔다.
고아가 그 죄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약장수였다.
고아와 헤어지고 나서 더 더욱 비참해지고 타락하여 악행을 일삼다가 사형에 처해지게 된 것이었다.
고아는 왕과 귀족들에게 특별히 요청했다.
" 이 분은 제가 어렸을 때 깊은 은혜를 입은 분입니다. 부디 장례만은 제가 치르도록 해주십시오."
고아는 사형당한 약장수의 시체를 가지고 사막 한가운데로 갔다.
그곳에는 피라미드와 같이 생긴 건물(혹은 지하실)이 있었는데, 그 속 깊숙히 약장수의 관을 묻어두었다.
그리곤, 약장수를 살려냈다.
고아는 아주 가끔씩 그 사막을 지나며 약장수의 희미한 흐느낌을 확인했다.
벽에다 귀를 대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땐, 다시 약장수를 살려냈다.
고아는 살아있는동안 계속해서 이를 반복했고 반복할 것이다.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었던 고아는 당연하게도 영원히 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