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 중 반 이상의 주말을 경마장에서 알바를 하며 보냈다. 금요일 저녁 엠티를 가도 토요일 새벽에 나서서 아침에는 경마장의 '고객'마냥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일을 하러 나가는 기염을 토했는데, 어렸으니까 가능했지 싶다. 

처음에 한달에 한두번은 울음을 터뜨렸었고, 정말 밑바닥의 모든 사람들을 만나서 이유 없이 온갖 욕을 얻어먹기 위해 일을 하는 것만 같았다. 어쨌든 이 때의 경험 덕에 나는 왠만하면 서비스업계의 사람들 성질을 안건드린다.  

원래 밝은 사람이더라도 어쩌다가 기분이 나쁜 날이 있을 수도 있는거고, 내가 괴롭히지 않아도 이미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칠대로 지친 사람들이니까- 

주말에는 미용실에 갔다. 자세한 에피소드는 말해봤자 내살깎기인것 같고.. 더 화만 날테니 쓰지 않겠지만, 

아 사람 정말 천박하다. 요새 내가 농담삼아 '격이 낮아~'란 말을 가끔 하는데 얜 진짜 격이 낮다.

술집이나 미용실은 단골을 정해두고 가야한다는 걸 다시금 확인. 

파마하는데 15 - 25를 부른다. 내 마음에 드는 머리를 해주겠다고 확신도 못하고 신경질만 부린다. 게다가 설교까지.
사실 난 좀 기분 좋게 돈 쓰러 갔다. 그런데 비싼 돈 내고 기분잡칠것 같아서 짧은 시간 동안 수만가지 생각을 하다가 그냥 관두고 나와버렸다. 머리 말리면서 ㅁㅊㅅㄲ가 또 한소리 지껄이는데 진짜 싸대기 날릴 뻔 했다 . 아 열나- 
결과적으로 다른 미용실 가서 친절한 미용사 언니 만나서 머리가 예쁘게 나와서 다행이긴 하다. 

솔직히 내가 그렇게 까다로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까다로웠나? 내가 말한마디만 해도 그렇게 재수없나? 단골이 아니니 아쉬울 게 없으니까?
(내 생각이지만) 난 그래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킨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뭐 그 사람에게 웃음을 팔라고 강요한 적도 없고, 단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말했을 뿐인데 말이다.
체인점인 미용실은 정말 다신 가지 않을테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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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3-30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용실에서 고객을 '혼내는' 미용사들 진짜 열나죠. 전 옛날에 한 번 머리 말리는데, 무슨 개새끼 털말리는거보다 더 함부로 머리를 마구 말려대서 참다참다 소리를 꽥 질렀던 적이 있지요.

전 사회생활 서비스 업종에서 시작해서, 서비스 디디하게 하는 것들 보면 더 열나요. 그래도 딱 돈 쓰는 값만큼만 열냅니다. 만얼마짜리 갈비탕 먹으러 가서 조선족 아줌마가 그릇을 던지건 말건 그냥 속으로 욕하고 말지만, 십몇만원짜리 코스의 서비스가 병맛이면, 지배인 부르죠.

Forgettable. 2009-03-30 20:17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좀 소리지르는 성격이었으면 좋겠어요. 카운터 나가서 사장 어딨냐고 했더니 없다던데??
암튼 박승철 싸가지 없기로 유명하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어요 다시 생각하니 짜증짜증 왕짜증
가던데나 갈걸 ㅠㅠ 미용실에서 싸가지 없으면 진짜 더 화나는 거 같아요. 비싸니까? ㅋㅋㅋ


뷰리풀말미잘 2009-03-3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천 경마장에서 일 하셨어요? ^^ 반가워 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긴데도 왠지 반가운걸요ㅎㅎ 저도 가끔 거기 놀러 가거든요. 거긴 정말 엔간한 막장들은 다 모여있죠. 뭐 단란한 가족소풍이나 다정한 연인들도 꽤 있지만.
저는 단골집 같은건 안 만드는 주의인데 미용실 정도는 단골도 괜찮겠군요. 응가 밟았다고 생각하고 툭툭 털어버리세요!

Forgettable. 2009-03-30 20:22   좋아요 0 | URL
어머 말미잘님~ ㅋㅋ 네, 보통 뷰리풀한 사람들은 신관으로 가서 하던데, 신관으로 가시겠어요?? ㅋㅋㅋ
전 특히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은 구관에 있었어요. 아쉽게도 마주칠 일 없엇을듯..

상처가 많이 가라앉고 저도 작년에 처음 놀러갔었어요. 완전 재밌드만요 ㅋㅋ 돈 다 탕진하고 올뻔;;
다행히 마음을 다잡고 공짜로 나눠주는 양배추 두통 받아서 집에 힘겹게 이고 왔답니다.

진짜 이제는 미용실 새로운데 시도하기가 좀 겁납니다. ㄷㄷ 아 물가는 오르는데 왜 서비스는 점점 바닥일까요, 요즘은 속고만 사는 기분이에요 ㅠㅜ

Kitty 2009-03-31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용실 요새 가격이 후덜덜하던데 저는 1년에 한 번 가서 그런지 매번 2-3만원씩 오르더라고요 -_-;;;
경마장에서 알바를 하셨다니 대단하세요! 저도 과천 경마장 한두번 놀러가봤는데 기가 막힌 일이 있었어요.
친구랑 어리버리 마권 천원어치(...)를 사고 앉을 자리를 찾다가 플라스틱 의자에 신문지만 떡하니 놓여있길래 주인이 없나보다 하고 제가 신문지를 치우고 거기 앉았어요. 그랬더니 저 멀리서 어떤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면서 쫒아오는 거에요. '여자가 자기 신문지 만져서 재수 옴붙었다'고 고래고래 저한테 욕을 하더라고요. 이뭐 ㅎㄷㄷ (실제는 더 심한 욕이었음; 자체 검열;;) 너무 놀라서 눈물이 나더군요. 무서워서 친구(다행히 남자였음) 뒤에 숨었는데 친구도 너무 놀라서 어버버했다는 -_-;;; 얼른 자리를 떴습니다만 지하철역까지 와서도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ㅎㄷㄷ

Forgettable. 2009-03-31 09:24   좋아요 0 | URL
ㅍㅎㅎ 저 웃으면 안되는데 갑자기 경마장 사람들 생각나서 너무 웃겨요 ㅠㅠ
저는 최근에도 놀러가긴 했는데 절대 앉을 생각 안해요.
그 신문지(경마지)가 다 자리맡아 놓는거거든요. 좋은 자리 맡으려고 경마장 문 여는 시간 전부터 경마팬들이 줄 서있다가 문 열리자마자 우르르르 막 전력질주 합니다. 그런 자리를 뺏으(?)셨다니 용감하세요! ㅋㅋ 아, 그곳 정말 무섭죠. 저도 살면서 들을 욕 중에 2/3은 거기서 다 들은 것 같아요. 그래도 별로 적응 안되요..

미국은 미용실 더 비싸지 않나요? 호주는 엄청 비싸서 저 호주에서 제가 머리자르고 그랬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