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건방지고, 어떻게 보면 자신만만해서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흠이라기 보단 매력적이다. 눈은 커다랗고 깊다. 무심한 듯 냉랭하지만 다소 따뜻해보이기도 한다. 옷을 잘 입는다. 한눈에, 사랑에 빠지면 위험할 인물이란 게 빤히 보인다. 두려움 혹은 불안감때문에 두근거린다.

이런 사람 앞에서는 당당해봤자 당당한 척이 되고 따라서 가소로워지기 십상이다. 어떤 말을 뱉어도 너무 평범해서 허공에 흩어진다. 그런 내가 너무 초라해져서 주눅이 든다. 데이트는 지루해지고 나는 공허하고 매력없는 내가 점차 참을 수 없게 되어 우울해지기 시작하고 시간은 걷잡을 수 없이 천천히 가고 언젠가의 약속만을 기약하며 이제 우리의 두번째 데이트는 끝을 향한다. 

밤인걸 깜빡하고 대낮인양 샷을 추가해서 마신 까페모카 덕분인지, 허세로 가득찬 매력덩어리에게 가는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다는 답답함 때문인지, 정처 없이 살아가는 책 속의 아름다운 라일라 때문인지, 어쩌면 1주일 내내 지독하게 쌓인 스트레스와 지난 밤에 마신 술로 방점을 찍은 신경성 위염때문일지도. 난 새벽 내내 뱃속이 빈 공허함에 더불어 가슴이 뛰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매일매일 다른 사랑에 빠진다. 외로워서 그런건지, 그래서 외로운건지는 모르겠으나
참 오래간만에 느껴본다.
견딜 수 없는 자기비난- 그로 인한 우울함- 꿈결같은 밤들- 유치한 일기장-
매년 봄이 되면 난 사춘기 소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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