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릴리 킹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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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리던 여름날 만났을 때 우산이 없는 척을 했고 우산 하나를 나눠 쓰면서 살짝 팔을 잡았다. 우리가 만난, 수도 없는 날들 중 하루 어느 날 밤에는 상수의 바에 앉아서 진토닉을 마셨다. 신청곡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그 사람은 헤드윅의 디 오리진 오브 러브를 신청했고 난 헤드윅의 감독이 한국에 와서 콘서트를 했을 때 혼자 가기도 했다며 내가 이 노래를 더 좋아한다며 토로했는데 사실 노래보다 더 좋았던 건 그 사람이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알아차릴 정도로 커져버린 내 마음 때문에 우리는 돌이킬 수 없이 멀어졌다. 한 동안 보지 않다가 내가 스페인에 가기 전 열었던 생일파티에 와서는 헤드윅 ost 시디를 선물로 주었다. 나는 노트북에도 cd플레이어가 없는데, 우리의 추억은 플레이할 수 없는 시디에 들어있는 음악처럼 묻어두어야겠구나.. 그렇게 그 사람에게 안녕을 고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기억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제목인 “겨울”과는 상관없이 자꾸 머릿 속에 여름이 지나갔다. 그 중 병렬독서를 하던 <황금방울새>의 시오와 보리스의 여름도 있었고.. 위에 언급한 나의 여름날 짝사랑도 있었다. 손을 뻗어도 이젠 부여잡을 수 없게 된 어린 날의 기억들은 사라져가고 아련한 느낌만 남았는데 이 책은 어린날의 불안한 기분을 기억하게 만든다.

괴물: 대체 왜 그런 사람에게 빠진걸까 싶었지만 나 역시 그런 애틋함과 트라우마를 동시에 주는 사랑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마지막에 퀼트 이불을 빠는 장면이 왜인지 계속 기억에 남는다.

도르도뉴에 가면: 가장 좋았던 단편.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이 교차하며 지나간다. 독자로서는 평생 알 수 없는 새드엔딩의 스토리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묘사되지 않은 그들의 마음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저민다.

북해: 이 단편에서는 힘을 살짝 뺀다. 휴가 왔음에도 일상의 지리멸렬함이 갑자기 등장. 엄마의 마음이란 다 그런걸까..

타임라인: 마지막 장면에 모두가 다 모인 장면은 희곡의 클라이막스 같다. 조금 작위적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시애틀 호텔: 하아.. 이런 이별이라니. 차라리 평생 그리워하는 게 낫겠지만 이런 종지부가 필요한 관계도 있다. 깨끗하게 묻어두고 행복해라 주인공. 네가 과거의 늪에서 빠져나와 빛을 향해 휘적휘적 나아가는 동안 아마 상대방은 자기혐오의 늪에 빠져 그저그런 삶을 살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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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6-23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ㅑ ~ 이런 감성적인 리뷰 넘나 제 스타일입니다. 과거의 어느 여름날 짝사랑을 소환하다니요. ㅋ ㅑ ~ 술 한잔 필요하네요.

잠자냥 2025-06-23 22:03   좋아요 0 | URL
먹고 있으면서…..😝

다락방 2025-06-24 09:34   좋아요 0 | URL
안마셨거든요?! 흥!!

Forgettable. 2025-06-24 10:29   좋아요 0 | URL
돌이켜보니 짝사랑은 다 가을에 해서 소환하는데 애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오늘은 술 한잔 드셔요.
 

헉.. 리뷰 보고 재밌겠다 싶어서 샀는데 기시감이.. ㅠㅠ 읽은 책이다! 아마 이북 도서관에서 읽었나봄 ㅠ 이래서 리뷰를 꼬박꼬박 남겨야 하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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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6-23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25-06-23 13:58   좋아요 0 | URL
이런 적 처음이에요!! 예전에 산 책을 못찾아서 다시 산 적은 있어도 ㅠㅠ

카스피 2025-06-24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혹 가모우저택사건아닌가요? 전 북스피어에서 나온 구판본 1~2권 가지고 있는데 이게 한권으로 다시 나오면서 제목을 가모저택사건으로 바꾸어 버렸네요.이럼 구판을 갖고 있어도 새론 나온 책인지 오해하고 살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사실 같은 책이라도 출판사가 바뀌게 되면 판매를 위해 제목을 바꾸는 경우가 종종있는데(이런 경우 나중에 같은 책인줄 알게되고 출판사에 욕을 퍼붓게 되지요),같은 출판사에서 동일한 책의 제목을 살짝 바꾸는 경우는 처음 보는것 같아요^^;;;

Forgettable. 2025-06-24 10:28   좋아요 0 | URL
저는 리뷰를 보고 샀는데 리뷰 쓰신 분이 구판본도 같이 올려 주셔서 가모우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디. ㅎㅎㅎ 아마
발음 문제인걸까요? 가모우보다 가모는 뭔가 더 고풍스러운 느낌이긴 해서 잘 모르겠네요. 저는 리뷰에서 내용을 살짝 보고 참 미미여사 책은 많이 읽었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르는 책이 있담?! 하면서 샀습니다. 전적인 제 기억력 잘못… 또르르

출판사 바뀌고 책 제목 완전히 바꿔서 나오는 경우는 정말 화가 나긴 합니다. 전 그래도 속아서 산 적은 없지만요 ㅋㅋ
 

주말 마무리로 지앤티! + 선물 받은 라임 슬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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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6-23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투명한데 라임 슬라이스 예쁘네요!

Forgettable. 2025-06-24 10:30   좋아요 0 | URL
건조된건데도 살짝 향이 나는 듯 했어요. 찰떡선물 감사 ㅋㅋ
 
황금방울새 1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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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재미있으려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그립고 아련한 느낌이 있었는데 대상이 없는 그리움이었기에 허상을 쫓는 느낌이었다. 캐릭터 누구에게서도 누군가를 떠올릴 수 없긴 했지만 오히려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그들을 그리워하는 기분이 종종 들긴 했다.. 그러나 나랑 주인공의 접점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마저도 머나먼, 잡을 수 없는 그 무언가.
바로 이 때문에 이 책이 실제로 존재한 황금방울새를 모델로 한 그림을 중심으로 한 것은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 작은 새는 손을 뻗으면 바로 잡힐 것처럼 사실적이고 생동감있다. 하지만 이렇게 진짜처럼 보이는 새는 400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라 잡을 수 없다.

책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올리버 트위스트의 다저를 떠올리게 하는 보리스는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 갇혀 자기파괴적 욕망의 사슬에 묶여있는 주인공을 자유롭게 해주었다고 본다. 보리스가 나의 친구가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또한 나의 친구이기를 강렬하게 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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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코워커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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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이 책을 피지 말라고 띠지에 경고문이 적혀 있었는데 나의 미천한 자제력을 모른척 하고 그냥 읽다가 새벽까지 완독해버린 사람 저예요.. 워낙 등장인물이 적고 작가에게 속지 않겠다 경계하면서 보니 대체 어찌된 일인지는 중반부부터 대략적으로 상상 가능했다. 하지만 속속들이 드러나는 디테일한 부분은 역시 유추 불가능했기에 놀라움은 독자의 몫. 선물 받아서 읽었는데 취향저격 선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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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6-0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벌써 읽었어요? 전 아직.. 율리시즈 때문에 독서가 멈춤요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25-06-07 17:15   좋아요 0 | URL
지금 읽는 책에 ㅋㅋㅋ 제임스
조이스를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빨리 끝내버리세요…. 이 책은 비행기에서 읽으면 시간 후딱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