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까페 옆에는 정신치료센터가 있어요.
그래서 좀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요,
다들 착하고 해는 안끼치고, 어떤 분은 좀 웃기기까지 해서
지금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었어요.
근데 어젠 어떤 분이 자꾸 테이블을 걷어차서 넘어뜨리는거에요.
커피 종이컵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어요.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하면서 테이블을 일으켜 세우는데 또 그러는거에요.
그래서 보스한테 연락해서 이러이러하다 했더니 보스가 그 담당 의사에게 연락을 해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황급하게 우르르 내려오더군요.
그리곤 까페에서 정신 상담을 시작했어요. 나는 바에서 커피머신 정리를 하고 있었고요.
여자의사는 '다이앤, 왜 그렇게 화가 난거죠?' 라고 다정한 어투로 묻기 시작했어요.
눈썹이 아주 짙어서 프리다 칼로를 연상케하는 스패니쉬계의 여자환자는 징징거리면서 대답을 하기 시작했어요.
프리다 칼로보다는 두배 세배로 뚱뚱했어요. 참고로.
그런데 문득, 의사의 삶이라는거, 정신병환자의 삶이라는거, 이런게 모두 다 중요한 것 같은데
당황한 까페 알바생의 삶은 정말 엑스트라밖에 되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영화 같은데 보면 나오는 때로는 아름답기까지 한 정신병환자의 삶과,
그 환자와의 따뜻한 교감을 통해 치유되는 삭막한 의사의 삶. 이런 얘기 많잖아요. 왜.
그래서 갑자기 슬퍼졌어요.
그냥 나는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고 배경으로 사라지는 그런 엑스트라가 된 것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