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일요일은 할로윈이다. 캐나다에서는 나름 크게 챙기는 날이라고도 하고, 미국꺼니까 안챙긴다고도 하고, 십대들만 즐긴다고도 하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방인인 나는 그냥 섹시컨셉 마녀분장이나 하고 클럽이나 돌아다닐까 했는데 또 하우스파티 위주라서 클럽에는 사람도 없다는 소문이 있어서 집에서 술이나 먹고 뻗으려고 하는 찰나에 하우스파티에 초대받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굳이 파티가 아니더라도 나름 자유로운 영혼이 모여있는 우리 가게에서 할로윈을 그냥 넘길리가 없었는데, 요새 그저 별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제 알았다. 금요일에 코스튬을 입고 와야 한다는 걸.. 굳이 하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가끔 있는 패션데이 때마다 나의 뛰어난 패션감각(ㅋㅋㅋㅋ)이 이미 친구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에 이번에도 아무것도 안하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부랴부랴 집에 와서 인도에서 사온 옷에 머플러로 터번도 둘러보고, 그리스 신 삘 나는 원피스에 월계수관을 만들어서 써볼까 생각도 해 봤지만 마땅치가 않아서 없는 옷 있는 옷 다 꺼내봤다. 너무 평범해도 안되고, 너무 튀는 것도 그렇고, 게다가 조금은 예쁘기도 해야 하는 조건을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서 여기저기 조언을 구해보다가 결정했다.
이런 컨셉 까지는 아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쁜 꽃무늬 원피스가 있어서 생화 사서 왕관도 만들고 얼굴에 꽃도 그려넣고 꽃신도 신고 해서 한여름밤의 꿈에 나오는 요정 정도의 컨셉을 하겠다며 들떠 있었는데...
오늘 친구네 놀러갔다가 내 얘길 들은 친구가 한복을 빌려줬다. 아.... 최고다 진짜. 근데 입고 일도 해야 하는데, 치마가 약간 길고 저고리 입고 에스프레소 튀기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남의 소중한 한복인데 어떻게 구겨서 입을 수도 없고. 고민이다. 게다가 파티도 가야하는데 너무 정숙하게 한복 다 차려입고 가면 ㅋㅋㅋㅋㅋ 예전에 김민선처럼 저고리 벗고 치마만 입을까 생각도 했는데 또 술마시다가 찢어지기라도 할까봐 걱정 ㅠㅠ그래도 할로윈 걱정 하느라고 요새 딴 생각 할 시간이 줄어서 좀 좋다. 하지만 새벽 4시까지 잠못이루는 건 여전;; 술 적당히 마시고 와서 오늘 밤은 오랜만에 일찍 편하게 자겠다 했는데 또 4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