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게을러져서 미쳐버릴 것만 같은 와중에 친구의 메일을 받았다. 페이퍼에도 몇번 언급했던 프리티벳 운동을 하는 친구인데 지금은 인도의 라닥지방에서 커피숍을 열어 운영중이다. 읽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몇차례씩이나 반복해서 읽으며 캐나다에 왔을게 아니라 그 친구의 사업에 투자를 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말이 그렇지 사실 후회는 없다. 진정으로 원한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으니까.
친구의 커피숍에는 싱크대가 없어서 개울가에서 설거지를 한다고 한다. 예전에 인도 여행할 때 양철통에 그릇을 담아와 강가에 쭈그리고 앉아 설거지를 하던 소녀의 모습이 떠오르며 짠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이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옛날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물이 시원해서 아드레날린이 치솟는다고 하는 친구는 어딜 가든 나처럼 웃으며 신나게 지낼 것이다.
친한 친구들과 술먹는 꿈을 매일밤 꾸며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요즘, 이렇게 반가운 소식을 들어 요 며칠간 기분이 좋다. 게다가 다른 친구는 9월 초에 캐나다에 '날 보러' 온다고 하니 더욱 신난다. 친구는 애인과 아주 안좋게 헤어지고 회사생활은 죽을맛이며 몸은 계속 아파서 컨디션이 최악인 상태인데, 휴가를 내어 캐나다에 올 여력이 있다. 말하자면 난 이 둘의 중간지점에 있는 셈인데 내가 어떤 미래를 선택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 아마 계속해서 이 둘의 중간지점을 고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 셋은 꿈은 모두 비슷하지만 삶의 방식은 모두 다르다. 인도에 있는 친구가 꿈에 가장 가깝다면, 나는 그 중간, 한국에 있는 친구는 가장 멀리 있다고 해야하나. 꿈에서 멀어질수록 돈은 가장 많으니 이것은 아이러니. 그래서 행복지수는 비슷비슷하니 신은 공평하다고 할 수 밖에.
이건 딴 얘기인데 어제 밤에 이곳의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로또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 같은 외국인이 캐나다에서 로또 당첨이 되면 정부에서 선택권을 준다고 한다. 당첨금이 만약 500억원이라면, 너 500억원 갖고 캐나다 시민권자로 살래, 아니면 250억원만 갖고 한국으로 돌아갈래? 난 이 선택 앞에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500억원 갖고 한국 국적 포기하고 캐나다 시민권자로 살며 친구들과 가족들을 불러모아 공동체 같은걸 꾸리며 살기로 결정했다. 물론 올 의향이 있는 가족과 친구만이겠지만 약간의 노동만 하며 이 축복받은 땅에서 함께 여유롭게 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