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삼촌은 물을 뚝뚝 흘리며 두 팔을 벌렸다. 별다른 반응도 없었다. 그는 다정한 아빠처럼 웃으며 말했다. 

"안되겠구나. 안되겠어. 이번에는 널 용서할 수가 없어. 하느님 뜻대로 하는 수밖에." 

삼촌은 한 마다씩 또박또박 말했다. 

"새 옷이 걸레가 됐어. 나한테 행운을 가져다주는 옷인데." 

그러더니 곧 자리를 떴다. 길가에서 대기 중이던 운전기사가 깍듯이고개를 숙이며 검은색 벤츠의 뒷문을 열어주었다. 

다음날, 살 삼촌은 풀비렌티 씨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풀비렌티 씨는 바로 모습을 감췄다.

 
  [아무도 보스를 찾지 않는다] 中

 1. 내가 꿈꾸는 마피아 친구는 이렇다. 잔인해도 어쩔 수 없다. 인간은 모두 사악하나니.. 아멘. 난 결코 마피아 친구, 혹은 삼촌을 둔 친구가 파티를 벌이고 있는 집 정원에 물을 뿌려대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2. 만남의 포옹이 안도감을 준다면 헤어짐의 포옹은 희망을 남긴다. 이것이 현명하고 이성적인 관계라 본다.

 3. 명동의 엄청나게 번잡스러운 거리의 어느 골목에 '비꼴로'라는 아주 좋아하는 파스타집이 있다. 문제는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을 매번 깜박하는데 오늘도 깜박했다는것. 우린 때로 좌절된 욕구는 갈망을 깊어지게 한다며 결국 다른 후보를 모두 물리치고 듣보잡 파스타집에 갔는데, 대실패!!!!!!!! 음식점에 불만을 토하기 보다는 적당한 음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입맛이 점점 까다로워지기만 하는 내 모습에 염증이 났다. 별것에서 스트레스를 다 받잖아.  

 4. 그에 비해 비오는 군산에서 먹었던 싸구려 만두국과 김밥은 맛있었는데. 역시 혀는 뇌의 기대치에 반응하는 것인가. 

 5. 부조리극이라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지지부진한 세 남자의 대화에 염증이 날 무렵 등장한 그녀의 모습은 마치 여신같이 빛났다. 짓밟히는 그녀의 허약한 자존심에 내 손이 떨릴 지경이었고, 증오가 담긴 그녀의 목소리와 난무하는 실제적 폭력에 난 방어기제와도 같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예전에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고 멈출 수 없었던 웃음처럼. 그녀가 선택한 연극은 나와 맞지 않았지만 그녀의 연기와 노력에만은 온힘을 다해 박수쳐주었다. 조금 더 좋은 연극과 능력있는 연출을 만났더라면 그녀의 잠재력은 더욱 더 빛을 발했을 것 같단 아쉬움이 자꾸 드는 걸 걷잡을 수가 없다. 아, 내게는 빠르게 불태워져버린 그녀의 질 좋고 풍부한 연료가 자꾸 아깝게만 느껴진다. 더불어 접어두었던 배우만이 누릴 수 있는 환희가 떠올라 부러웠다.

 6. 아픈 몸이 채 낫지도 않은 상태로 하루만에 군산에 다녀오니, 엄마가 정성도 보통이 아니라고 놀린다. 

 7. 아르바이트 면접을 봤다. 사는 곳이 멀고 나이가 많은 것이 걸리나보다. 정작 내겐 하나도 문제가 되질 않는 것인데. 나는 멀어도 상관 없고, 나이가 적어도 역량에 따라 언니로 모시는 것도 마다않을 수 있다. 초반에야 약간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아르바이트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8. 당신, 지금 무슨 생각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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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3-0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맞이 잡담 잘 듣고 갑니다. 마침 뭔가를 주문하고 있어서요^^

Forgettable. 2010-03-01 01:01   좋아요 0 | URL
무슨 생각 하시냐니깐요. 듣기만 하고 가십니까 ㅋㅋ
3월 1일이네요. 신한카드사이트를 통해 주문하고 신한카드로 결제하면 6프로가 할인되는날;;;;;; ㅎㅎ

머큐리 2010-03-01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군산에 다녀오셨구나...
여신 같은 그녀의 모습은 혹 찍어오시진 않았는지...
파스타가 뭔지 얼마전에 알았는데...나중에 일요일에 맛보지 못한 파스타를 대접할께요...물론 뽀님이 시간되면..ㅋ

Forgettable. 2010-03-01 01:08   좋아요 0 | URL
연극 중에 사진 찍으면 안되서요.. 게다가 무겁게 들고간 카메라의.. 배터리가.. 나가서.. 핸드폰 배터리도 나갔고요. 흑흑 ㅠㅠ 제 마음에만 찍어왔답니다. ㅋㅋ

저 이제 백수잖아요! 시간은 얼마든지. 머큐리님이 만든 파스타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막이래 ㅋㅋ
3월중으로 한번 보아요 ^^

머큐리 2010-03-01 01:15   좋아요 0 | URL
헉...파스타가 이탈리아 면요리라는 것 말고는 암것도 모르는데...어찌 만들겠어요
사드린다는 말이죠..ㅎㅎ 군산 맴버들 연락해서 함 뭉쳐볼까요??

Mephistopheles 2010-03-01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타집이 문을 닫았다면.. 만만한 명동 칼국수나 섞어찌게로 메뉴를 변경해보는 것도....^^

Forgettable. 2010-03-02 09:29   좋아요 0 | URL
이게, 파스타를 못먹게 됐다고 생각하니까 파스타만 먹고싶어지는거 있잖아요 ㅠㅠ
게다가 파스타를 먹으러 용산에서 명동으로 이동한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다락방 2010-03-01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에 꽃청년 정종집엘 갔었어요. 그런데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는가봐요. 본인이 사장이라는 젊은 청년만 있었어요. 나는 꽃청년이 없어서 삼치구이에 정종도쿠리 하나만을 마시고 나왔죠. 그러니까 내말은,


주말에는 꽃청년이 무얼하는가, 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에요. ( '')

Forgettable. 2010-03-02 10:06   좋아요 0 | URL
호호 저도 급 궁금해진거 있죠. 전 꽃청년이 저보다 나이가 많아서 좋아요. 20대 초반이 아닌 사람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만의 사정이 궁금하기도 하고 동질감도 느끼고 말이죠. ㅎㅎ (현재상황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네요 -ㅁ-;)

저는 뭐..3일 쉰 게 쉰게 아니네요. 하도 싸돌아 다니느라;;


다락방 2010-03-02 10:11   좋아요 0 | URL
음...꽃청년의 나이를 뽀게터블님이 아는거에요? 네? 나도 모르는데요? 당신들 그날 무슨일이 있었던거에요!!!!!!!!!!!!!!!!!!!!!

Forgettable. 2010-03-02 10:23   좋아요 0 | URL
전 그날 대화는 미잘이 꽃청년을 불러서 나이를 물어보고 28..28.. 28..................
'동안이다~!!!' 밖에 기억이 안나요 OTL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3-02 10:25   좋아요 0 | URL
나 바보 ㅋㅋ 왜 나는 엉뚱한것만 기억하고 꽃청년 나이같은건 기억을 못할까요. 하긴 또 그걸 기억해서 내가 뭣에다 쓰겠어요. 그건그렇고,

근데 뽀게터블님 쫌 부럽다.
꽃청년보다도 어리다니. 난 아무리 노력해도 꽃청년보다 어릴 수 없는데요. 나는 시간을 몇년쯤 돌리고 싶어요. 스물다섯이나 여섯은 너무 욕심이고, 스물 일곱이나 여덟쯤, 아니면 아홉이어도 괜찮겠구요. 시간을 돌린다고 해서 내 삶이 뭔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젊음은 그 순간 뿐이라는 사실이 지나고나니 깨달아져요.

뽀게터블님, 상투적이지만 지금 참 예쁠 나이에요. 그러니 젊음을 실컷 즐겨요. 나도 나이드는걸 즐겨야 겠지만, 어떤사람들은 그것도 꽤 잘해내지만, 나는 그걸 잘 못하겠어요. 붙잡을수만 있다면 붙잡고 싶어요.

보톡스라도 맞을까봐요.

난 왜 이렇게 할게많죠? 성형수술도 해야하고 보톡스도 맞아야 하고. 그러나 아무리 그런들 내가 스물일곱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아요.

2010-03-02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0-03-02 10:43   좋아요 0 | URL
락방님. 정말 나이드는 걸 즐기는 사람이 저도 제일 부러워요. 저도 저보다 어린 친구들 보면 그게 부럽고, '다시 어려지기만 한다면' 이란 상상을 자주 해요. 그런데 그 때마다 상상하는건 제가 해왔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들이에요. 그래서 한번 해봤으니 됐다- 라고 만족하고 말아버리죠.

지금 제가 꿈꾸고 노력하는 건 지금 제 나이여서,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와서 가능한 일일거에요. 그래서 전 제 나이가, 지금의 제가 참 고마워요. 매년 나이를 먹을 때마다 이렇게 느끼고, 락방님의 나이가 됐을 때에도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볼 땐 락방님은 아주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직장에서 자리잡은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고, 그렇다고너무 세상에 찌든 비관론자나 냉소주의자도 아니고, 아직도 따뜻하고, 마음도 열려있고, 세심하고 풍부한 감성으로 글도 잘 쓰시고, 여전히 읽을 책도 많고 감동받을 책도 많잖아요. 이거 쉽지 않은 것 아닌가요. 어쩌면 나이드는 걸 즐기는 것보다 더 대단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2010-03-02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2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10-03-02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1과 2의 문장은 단순하면서 아름다워요. 뽀님이 전에 누구 글은 첫문장만 읽어도 느낌이 온다고 했을 땐 뭔소리하는거야 싶었는데 이제야 좀 알 것 같아요. 게다가 정성이 보통 아닌걸 넘어서 좋은평까지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다락방 2010-03-02 08:53   좋아요 0 | URL
앗! 군산김태희 혹은 여신님이닷!!

Forgettable. 2010-03-02 10:17   좋아요 0 | URL
아치님. 제가 문장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건만 이런 칭찬을 받으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ㅠㅠ제 평은 아치의 노력에 비하면야 보잘것 없는걸요. 인생을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당신의 모습을 좀 배워야겠다고 느꼈답니다 ㅎ

다락방 2010-03-02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뽀님 오늘부터 출근하지 않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2010-03-02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2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3-0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산에서 먹은 싸구려 만두국과 김밥이 맛있었던 이유는, 같이 먹었던 상대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난 그럴거라고 거의 백이십프로 확신해요.

Forgettable. 2010-03-02 10:26   좋아요 0 | URL
물론이죠. ㅋㅋ 게다가 하루종일 거의 암것도 안먹다가 먹은거라서 맛있었단거에, 한 일프로 정도..

2010-03-02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2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0-03-02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비꼴로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안간지 꽤 됐네요~
http://blog.aladdin.co.kr/wendy99/1822934
글도 쓴적 있어요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0-03-02 15:41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그곳에도 메피님의 칼국수 답변이.. 흐흐흐

비꼴로가 자리도 아주 넉넉하고, 조용하고, 편안하죠. 그렇게 비싸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암튼 조만간 다시 찾을 예정입니다 ^^

2010-03-03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3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