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피아노를 뚱땅거리며 놀았습니다. 악보를 보는 것이 좀 눈에 익어서 용기내어 쇼팽의 이별곡을 쳐볼까 하고 펴봤는데요, (이 악보는 편곡된 것이므로 아마 진짜 이별곡의 악보는 좀 더 엄청나게 복잡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그런데 왠걸 시도조차도 할 수 없어져서 인내심/실력의 한계를 절감하고는 피아노에서 내려와 계란빵을 해먹은 포스팅을 합니다. 피아노 건반보다는 키보드를 두들기는게 더 쉬운 것 같아요.


충격과 허무의 계란빵을 만드는 방법은 제가 좋아하는 어느 블로거님이 가르쳐 주셨는데요. 저도 해볼 수 있겠다 싶어서 만들어보았습니다. 출처: http://mephisto9.tistory.com/96

1. 식빵 2개를 놓고 빵 하나에만 구멍을 뚫습니다. 예쁘게 해도 되겠지만 그냥 뜯어먹었어요. 

사진은 클릭하면 커지니 원하신다면 크게 보세요. ㅋㅋ 

 


 

2. 식빵 한쪽 면에 잼을 바릅니다. 사과잼이나 파인애플잼같은 맛이 좀 덜강한 잼을 바르는게 좋다고 하는데요, 집에 딸기잼밖에 없어서 그냥 딸기잼 발랐습니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수제잼이라 조금 덜 달것이라고 위안하면서요. 



 




3. 위에 슬라이스 치즈를 얹습니다. 슬라이스 햄을 얹어도 맛있다고 해요. 저는 치즈를 더 좋아해서 치즈를 얹었어요. 집에 햄도 없었고요. 

그러고보면 우리 집엔 인스턴트 식품이 없는게 불만입니다. 간식도 없고요.  

 



4. 제가 깜빡하고 계란을 터뜨려 넣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안찍었는데요, 3번 위에 1번의 구멍뚫은 빵을 올리고 구멍에 날계란을 터뜨려서 넣습니다. 혹시 전자렌지 안에서 계란이 팍 하고 터질지도 모르니(사실무근) 숨구멍을 포크같은걸로 조금 뚫어주시구요, 약간의 소금을 뿌립니다. 

그리고 큰 그릇으로 사진과 같이 덮어서 전자렌지에 2분동안 돌려요.
 




5. 짜잔! 이게 뭐죠 근데? 원본은 더 먹음직스러웠는데말이죠. 저는 반숙을 잘 못먹어서 일부러 2분 30초를 돌렸는데 아직도 흰자가 흐물흐물해요. 빵도 물컹거리고 너무 뜨겁습니다. 너무 오래 돌려서일까요? 약간 실망을 했어요. 

 

 




6. 그래서 조언대로 후라이팬에 약간의 올리브유를 두르고 구워봤습니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어요. 이제 먹으면 됩니다!! 

 

 






 



 

 

 

 

 

 

 

 

 

 

 


 

 

 

속 안은 저렇게 생겼습니다. 딸기잼이라 단맛이 조금 강했어요. 다음엔 꿀을 바르는 게 더 나을 것 같단 생각을 했지만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먹은 요리 중 가장 예쁘게 나온 것 같네요.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 중에 지금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시는 중이라면 잠시 덮고 충격과 허무의 계란빵을 만들어보아요.

필요한 것: 식빵, 잼(사과잼이나 파인애플잼 추천), 날계란, 슬라이스 햄 혹은 치즈, 전자렌지 

* 피아노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피아노를 방에 들여놓고는 옷걸이로 쓰고 있기 때문에 죄책감에 뭔가 보상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진도 올리고 짧은 이야기도 적었어요. 예전에는 도~미 까지 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도~도 도 힘겹네요. 욕심을 버리고 쉬운 곡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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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3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공돌이인지라...빵 두개를 쓴다는 설명이 없는 평면도를 이해 못하다 마지막 단면도 사진에서 아하..해버렸다는.....

뷰리풀말미잘 2010-01-30 16:5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는 사회과학도인지라.. 어떻게 집에서 계란빵을 만들 수 있었을까 이해못하다가 '전자렌지'라는 설명을 듣고 아하.. 역시 기술이 사회를 변혁시키는구나 해 버렸다는.

뷰리풀말미잘 2010-01-30 16:56   좋아요 0 | URL
저는 미잘님 아이디를 빌린 이명박인지라.. 저 빵의 배후가 누굴까, 저 빵을 산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아직도 궁금해하고 있다는.

뷰리풀말미잘 2010-01-30 16:5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치인지라..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봤을때 뽀님, 너무 과중한 가사노동에 시달리고 계신거 아닌가 싶다는..

뷰리풀말미잘 2010-01-30 17:00   좋아요 0 | URL
저는 다락방인지라.. 뽀님 저 계란계란계란빵 너무너무너무 멋져욧!!

Forgettable. 2010-01-30 17:03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꺼 내가 할려고 했는데 ㅠㅠ

Forgettable. 2010-01-30 17:08   좋아요 0 | URL
저는 문학도인지라.. 평면도와 단면도의 차이점을 이해 못하다 사진을 비교해보고 아래위로 왔다갔다 해보고서야 아하..해버렸다는.....

메피님, 첫번째 사진은 저도 저게 빵 한갠지 두갠지 헷갈리더라구요.
미잘님, 아주 중요한 전자렌지 설명을 빠뜨릴 뻔 했는데, 넣길 잘했어요. 저 빵은 집에 굴러다는 백원짜리와 십원짜리와 오십원짜리를 모두 긁어모아 딱 1,700원을 모아서 사왔구요. 동생은 자꾸 주머니에 들어있던 동전이 어디갔지 한답니다. 아치께 제일 마음에 드네요. 빵터졌어요. ㅋㅋㅋ

뷰리풀말미잘 2010-01-30 17:13   좋아요 0 | URL
소이부답님이랑 라주미힌님 버젼도 있었는데 차마 올리지는 못했다는.. ㅎㅎ

주말인데 집에서 뭐 하고 계시냐는..

평면도와 단면도의 차이점 구분은 문학도인것과는 관계없지 않냐는...

Forgettable. 2010-01-30 17:20   좋아요 0 | URL
저 피아노연습하고 계란빵해먹고 있어요. 집에서. ㅋㅋㅋ
소이부답님이랑 라주미힌님 버젼도 무척 궁금합니다. 진심..
문학도니까 평면도와 단면도를 모르죠. 이사람이 뭘 모르네^^

Mephistopheles 2010-01-30 18:32   좋아요 0 | URL
저는 전녀옥인지라 뽀님의 저 레시피를 배껴 마치 제가 창조한 것처럼 만들고 이름까지 녀옥빵으로 명명해버리고 말겠어요.

Forgettable. 2010-02-01 09:39   좋아요 0 | URL
아우, 메피님과 미잘님은 역시 알라딘삼절이라 불릴만 하옵니다. ㅎㅎ

뷰리풀말미잘 2010-01-3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바이엘도 못 뗀 제가 다시 피아노에 관심을 갖게 된게 쇼팽 때문이었어요. 누가 친 피아노곡이 그렇게 멋질수가 없어서 그 곡이 뭘까 잠을 못 이루다가 결국 3박 4일에 걸쳐 수백곡의 피아노곡을 섭렵하다시피 뒤져댔고 결국 찾아낸게 쇼팽 에튀드 10번 '혁명'이었죠. 그리고 악보까지 구해서 먼지쌓인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젠장, 도대체 뭘 알아야 치지. 그래서 만만한 곡으로 연습을 하기 시작했는데 팝 몇곡 쉬운 클래식 몇곡 연습한다고 칠 수 있는 곡이 아니더군요. 좌절하고 대신 피아노 잘 치는 여자를 꼬셔서 듣는걸로 만족했답니다. 눈물 겨운 이야기죠.

식빵에 잼에 치즈에 계란이라.. 무슨 맛일지 잘 상상이 안가네요. 사진은 참 맛있게 나왔습니다만. ^^

Forgettable. 2010-01-30 17:02   좋아요 0 | URL
저는 역시 바람둥이인지라.. 피아노 잘 치는 여자를 꼬셔서 피아노곡을 듣는걸로만 만족했는지 궁금하다는..

뷰리풀말미잘 2010-01-30 17:08   좋아요 0 | URL
만족 못 할 즈음 차였다는..

Forgettable. 2010-01-30 17:19   좋아요 0 | URL
수백곡의 피아노곡을 섭렵했다면..
바로 이런 건가요?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3&dirId=30208&docId=47536682&qb=65Sw65286528IOuUsOudvOudvCDrlLDrnbzrnbzrnbzrnbzrnbzrnbzrnbw=&enc=utf8§ion=kin&rank=9&sort=0&spq=0

이거 찾다가 늦었네요. ㅋㅋㅋㅋ

제가 혁명까진 안되고 녹턴정도는 연주해드릴 수 있는데요. '-')

뷰리풀말미잘 2010-01-30 17:2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폭소했다는..

녹턴 기대되는데요? 듣는 것 처럼 쉬운곡은 아닌데 말이죠..

Mephistopheles 2010-01-30 18:31   좋아요 0 | URL
젓가락 행진곡부터 기초를 다지시기 바랍니다.

gimssim 2010-01-3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주부이지만 샌드위치가 제일 자신 없습니다.
올려주신 레시피대로 한 번 해 볼까요? 아주 맛있어 보이는데...

Forgettable. 2010-02-01 09: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모든 음식에 자신이 없는 저도 만들 수 있는 쉽고 맛있는 빵요리에요. 흐흐
요즘 계란빵덕에 집에 식빵이 남아나질 않네요. ^^;

다락방 2010-01-3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기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계란빵 해주는 아내.


(미잘님이 쓰시고 뽀님이 짐작하신 다락방 버전 댓글은 그러므로 무효! -.-)

뷰리풀말미잘 2010-01-31 01:13   좋아요 0 | URL
제가 뽀님이랑 어떻게 중매라도 한번 서 드릴까 싶네요. ㅎㅎ


Forgettable. 2010-02-01 09:41   좋아요 0 | URL
우리는 연애결혼 할거임. ㅋㅋ

다락방 2010-02-01 12:04   좋아요 0 | URL
뽀게터블님 댓글 완전 미치게 사랑함. 아 단호한 뽀게터블님 ㅎㅎ 임팩트강한 단 한줄의 댓글. 샤방샤방~

Mephistopheles 2010-02-01 15:51   좋아요 0 | URL
댓글만 보고 커밍아웃 한 줄 알았다는...=3=3=3=3

Forgettable. 2010-02-01 16:50   좋아요 0 | URL
요즘 알라디너들의 화두는 성정체성인건지 ( '')

순오기 2010-01-31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욜부터 사흘간 단식중인데 이런 맛난 페이퍼를 보다니욧~ 그림의 빵이지만 추천은 접니다.ㅋㅋ
계란빵보다 샌드위치가 더 맛나요. 그것도 마요네즈 넣지 않은 감자샌드위치요.^^

Forgettable. 2010-02-01 09:42   좋아요 0 | URL
그럼 오늘까지 단식이신가요? ㅠㅠ 아 삼일째가 가장 힘들던데 부디 무탈히 단식마치시길 바래요 :)
샌드위치는 손이 많이 가서;; 잘 안해먹게 되더라구요 ㅋㅋ 마요네즈 넣지 않은 감자샌드위치 순오기님 서재에서 본 것 같은데 맛있나봐요. 전 마요네즈를 엄청 좋아하는뎅ㅋ

Arch 2010-01-3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맛있겠다능
저는 아치인데요. 미잘이 틀렸다능 ^^ 거기서 왜 가사노동이 나와~ 핏!

2010-01-31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2-01 01:25   좋아요 0 | URL
쌍마쵸로 할 걸 그랬어. ㅋㅋ

2010-02-01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0-02-01 09:44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 어디가 쌍마쵸냐능

Arch 2010-02-01 12:08   좋아요 0 | URL
락방님 말 듣고 여자 아내가 아니라 어떤 아내, 나를 보조해줄 사람으로서 아내가 필요하단 느낌이 들어서 그냥 넘겼나? 히~
저는 쌍마쵸인지라, 계란빵은 여성의 고운 손을 상하게 하니 반대오
좀 약하지? ㅋㅋ

다락방 2010-02-01 12:14   좋아요 0 | URL
내가 위에 쓴 아내는 여자일 필요도 없고 남자일 필요도 없음. 걍 계란빵 만들어주면 됨. ㅎㅎ

뭐, 남자이면 살짝 더 좋을 것 같긴 함. ( '')

Forgettable. 2010-02-01 16:5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제가 필요하시단 거죠? ㅋㅋㅋㅋ

아치님. 쌍마쵸의 어감은 뭐랄까, 굉장히.. "썅 이 마쵸색히들!" 의 느낌이 나요.

Seong 2010-02-0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를 보니 「모두에게 복된 새해」가 떠오르네요. "이 피아노 외롭습니다. 혼자 살았습니다." 체르니. 4개의 플랫으로 이루어진 숨가뿐 세상.

전 왜 이런것만 생각하는지... 빵은 맛있어 보입니다. ^.^;

Forgettable. 2010-02-01 17:00   좋아요 0 | URL
단 몇장만 읽고 김연수를 좋아하지 않게 되어버린 전 검색해보고서야 어떤 의미의 댓글인지 대충 감을 잡았습니다. ㅎㅎ

지금 딱 배고픈 시간이에요. 이 치료받으신 것 같은데 이에 난 구멍보다 통장에 날 구멍때문에 배도 안고프실 것 같다능;; (유경험자임다)

머큐리 2010-02-0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걸 이제 본거야...배고프다...뽀님아~ 나도 이거 한 번 해주면 안될까나?? 정말 먹음직스럽다...

Forgettable. 2010-02-03 14:33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이거 미잘님의 분투에 화제의 서재글에도 올라갔었다고요 :)
이거 따뜻할 때 먹어야되는데, 집에 놀러오실래요?ㅋㅋ 계란빵먹기 모임 이런거 하나 할까봐요 ㅋ

머큐리 2010-02-03 18:20   좋아요 0 | URL
서재글 검색은 잘 안하고...제가 즐찾하는 사람들 페이퍼만 보는데... 왜 이걸 못본건지...ㅎㅎ
먹는 거 가지고 약올리면 정말 집으로 쳐들어가는 수가 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