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rnleft님이 어플로 IreaditNow라는 걸 개발하고 무료로 배포하셨다길래 냉큼 써보았다. 나의 첫 문장은 이것. 

마시다 만 한 잔의 압생트. 

저는 그 영원히 보상받지 못할 것 같은 상실감을 혼자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다자이 오사무를 처음 만나고, 번역된 그의 작품이 또 무엇이 있나, 온 도서관과 서점을 휩쓸고 다녔던 적이 스물두살때 정도였던 것 같다. 5년이 지나도 어쩜 이 작가는 나를 휘청거리게 만드는지.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 지하철이 덜컹해서 넘어질 뻔 했다.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주려고 가져왔는데, 다시 읽으며 생각해보니 줘도 되는가 싶다. 나의 기억에 남은 인상은 우울하고 코믹하단 것인데, 지금 다시 읽으니 죽도록 고독하고 냉소적이다. 나는 왜 그렇게 어린 나이에 이 책을 읽었던가. 나는 그 친구에게 악마의 꿀을 선물하는 것은 아닐까, 갑자기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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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0-01-1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소리... 이곳만 봄이네요. ^^

Forgettable. 2010-01-15 23:59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빠르죠;; 벌써 겨울이 가는게 아쉽습니다. ㅎㅎ

Mephistopheles 2010-01-15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전 차마 친구에게 '파우스트'를 선물하지 않습니다.

Forgettable. 2010-01-15 23:59   좋아요 0 | URL
전 결국 줘버렸어요. 부디 그 친구의 감성이 내 생각만큼 예민하지 않기를;;

turnleft 2010-01-16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실 때 책 정보나 노트에 '(작은따옴표) 쓰지 마세요. 버그가 있어서..
조만간 업데이트 버전 나갑니다 ㅠ_ㅠ

Forgettable. 2010-01-16 10:24   좋아요 0 | URL
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업데이트 나오면 받을게요~

perky 2010-01-1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간실격에 거의 환장했었는데..
제게도 치명적이었어요, 이 책은!!

Forgettable. 2010-01-16 17:34   좋아요 0 | URL
또 읽어도 환장하고, 또 읽어도 치명적입니다. ㅠㅠ
뭐 이런 사람에, 이런 책이 다있는지!!

비로그인 2010-01-2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술집에서 누군가에게 제가 다자이 오사무 얘기했더니, 상대방이 김승희 작가의 얘기를 해주던 생각이 슬쩍 나네요.. 그때가 아마 대략 이 시간대였지 싶어 살짝 흔적 남깁니다 ~~ '-'

Forgettable. 2010-01-28 09:46   좋아요 0 | URL
술을 늦은시간까지 드시는군요. 전 막차시간때문에 뭐..11시 좀 넘으면 집에 와야 해요ㅠ_ㅠ
제가 외국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어의 수준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번역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김승희작가의 책은 왠지 좀 어려운 느낌이라;;;;; 전 역시 다자이 오사무가 더 좋습니다. 미남이기도 하잖아요~ 헤헤

지나가던.. 2012-06-2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시다 만 한 잔의 압생트.
저는 영원히 치유받지 못할 것 같던 상실감을 이 문장으로 은근히 표현해 봅니다....

이런 번역도 있더라구요 ㅎㅎ

Forgettable. 2012-06-25 05:44   좋아요 0 | URL
와... 오랜만에 예전 글을 덕분에 읽었네요. 잊고 있었던 첫 문장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