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학교에 다닐 땐 매일매일 다른 옷을 입어야 했었다. 매일 다른 구두를 신고 다른 컬러의 섀도우를 바르곤 했다. 언제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매일 만나는 친구들에게도 매일 매일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싶어 했었다. 난 "옷은 수수하게 차려입었으나 타고난 기품이 몸에 밴" 여인은 커녕 겉멋만 든 양아치였다.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어느 순간부터 패션에 대한 집착의 끈을 놓아버리게 되었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도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출퇴근 지옥철의 압박에 굴복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어느새 "옷은 수수하게 차려입었으나 타고난 얼굴도 마땅치 않아 그저그런" 찌질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요즘 어떤 사건을 계기로 찌질함과 품위에 집착하고 있음) 

그러던 어느날 내 공상 속 친구인줄로만 알았던 친구가 내 일상으로 침투해왔다. 회사 앞이라고 잠시 얼굴이나 보자길래 난 우습게도 일거리를 들고 나갔다. 난 외출시간을 따로 만들 수 없는 말단직원이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쌩얼을 들이 밀며 우체국으로, 은행으로 데리고 다니며 난 이 친구가 내 일상에 들어올 수 있는지 실험을 해봤다. 신기하게도 난 2년동안 단 한번도 까먹지 않았던 통장 비밀번호를 까먹고는 초조해했고, 난생 처음으로 등기를 부치는 무인기계를 앞에서 우쭐해했다. 이 공상 속 친구는 당연하게도 나의 일상을 공상화하는데 성공해버렸다. 단 24분으로 24시간을 꿈같이 만들어주는, 외국인 여자친구를 갖고있을거라 추정되는 친구. (ㅋㅋ) 

게다가 화장도 안하고, 옷도 거지같이 입고 있는 나같이 품위없는 찐따에게 볼매(불매아님)라는 문자까지 넣어주었다.
이거슨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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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10-01-08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매.. '볼'수록 '매'력있다는 뜻인가요? 어머, 내가 이런말을..
>,.<

Forgettable. 2010-01-08 10:59   좋아요 0 | URL
앗 Tomek님께 이런 귀여운 면이 있을줄이야^^
네! 제가 그 '볼'수록'매'력있다는 볼매입니다. ㅋㅋ

Arch 2010-01-0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매는 사실 접니다.라고 사악하게 속삭이고 싶다. 하악하악. ㅋㅋ
그분은 일상 속에도 쏙쏙 잘 스며들고, 축지법이 아니라 와이드 시간 법(막 지어낸다. ㅋㅋ)도 만들줄 알고, 정말 부럽군요. 뽀님, 이제 볼매 뽀~ 라고 불러줘요? 달레랑스랑 서재 요정보다 약한데요. 히~

Forgettable. 2010-01-08 15:19   좋아요 0 | URL
자기가 자기보고 볼매래.
아치님, 그분이 내 일상으로 스며든게 아니라 나를 일상에서 끄집어 냈다니깐요. 이거참 내 글도 주어서술이 어줍인거에요? 아치 바보ㅎㅎ
와이드 시간법ㅋㅋ 좋아요 ㅋㅋㅋ

원래부터도 달레랑스나 서재요정은 별로 부럽지 않았어요, 쳇


Arch 2010-01-08 20:14   좋아요 0 | URL
난 자아도(취) 아치니까요. ㅋㅋ (지가 지 별명을 막 짓는다.) 저만 하려구요. 주어 술어 어줍은 저로 족해요. 서재 요정은 몰라도 달레랑스는 좀 부럽지 않아요? 달콤하잖아요.

Forgettable. 2010-01-09 13:00   좋아요 0 | URL
나 자꾸 눈에 경련이 와요. 이럴땐 뭐를 먹어야 낫죠? ㅠㅠㅠㅠ

음, 사실은 서재요정이나 달레랑스 부러워요, 땡깡부린거임ㅋㅋ 서재요정 아치 뽀레버!

Arch 2010-01-09 19:52   좋아요 0 | URL
그거 비타민 뭐가 부족해서래요. 경련 일어나고, 조금 떨리는거 말하는거죠? 뽀 요새 피곤한가봐요..

무해한모리군 2010-01-0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나도 볼매라고 말해줄수 있고 뽀님 일상속으로 막 밀고 들어갈 수 있는데~
뽀님은 깜찍한 볼매녀예요 ㅎㅎㅎ

Forgettable. 2010-01-08 15:20   좋아요 0 | URL
제가 어디가서 볼매 취급 받겠습니까? 바로 알라딘뿐이죠! ㅎㅎ
데이트 좀 지루해질려고 하면, 저를 불러주세요!!! (인서점 가면서 저를 빼놓고 가다뇨ㅜㅜ <-엄청 뒷북ㅋ)

perky 2010-01-0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쟁이 대학생이셨군요! ^^
지금은 볼매 사회인이고! ^^
저는 한국에 있을 때만해도 치마도 입고 멋도 내고 했던 것 같은데,
미국 '서부' 촌년으로 살게 되면서 멋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버렸지요..ㅋㅋ

Forgettable. 2010-01-09 13:02   좋아요 0 | URL
차우차우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괜히 기분이 좋네요!!! 양아치에서 멋쟁이 대학생으로 신분 급상승ㅋ

저는 촌년이 되어도 좋으니 캘리포니아에 살고 싶어요!! 하지만 지진은 ㄷㄷㄷ 이틀연속으로 너무 무서우시겠어요 ㅠㅠ

2010-01-08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9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