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티벳 운동을 하는 친구가 있다. 

몸과마음을 모두 소진하는 친구에게 물었다. 

티벳인들의 생각은 어떠니? 

친구는 쓰게 대답했다. 정작 핍박받는 티벳인들은 무력하고, 자유를 향한 의지가 없다. 그래서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 

글쎄- 

라고 갸웃거렸던 것 같다. TV에서 무기력한 티벳인들을 스치듯 봤었고, 이미 답을 알고 잔인한 질문을 했었다. 난.  

 

정의에 대한 희망을 가졌던 적은 있을까? 

그저 내 밥그릇 부둥켜안고, 내게 주어진 작지만 큰 쾌락을 즐기기에도 시간과 마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의가 뭐가 중요해. 당장 나도 내일 잘려도 이상할 것 없는 비정규직인걸- 

며칠 바쁘기도 했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페이퍼질을 하던 난 이곳의 분위기가 불편해져버려서 페이퍼를 쓰다가도 지웠다. 

김종호씨 사건을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본다는 게 알려지기라도 하면 개념없는 알라디너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자꾸 합리화하고, 변명하고, 혼자서 그러다가 모순투성이가 되어버려서 한입으로 네말, 다섯말 하고 그랬다. 

근데 그냥 인정하자 싶다.  

간단하게 '우리 세대에서 변할 수 있을까?' - 이렇게 기한을 멀리 잡아도 앞은 여전히 깜깜하다,  

앞으로 세상은 더 경쟁구도가 될 것이고, 나는 내 밥그릇을 더 꽁꽁 쟁여두게 될 것이고, 자본은 나를 더욱더 잠식할 것이다.  

나는 점점 더 내 우물 안 쾌락에 안주하게 될 것이고, 남의 밥그릇은 신경쓰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난 무심히 스치듯 본 TV 속 티벳인들처럼 무참히 핍박당하면서도 모른척, 외국에서까지 내게 자유를 주려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하는 것도 모른척, 하면서 무력하게 내 상한 밥그릇만 생각하면서 가끔 배탈이 나긴 해도 행복하게 살 것 같다. 

판도라의 상자 속에 남은 것이 희망이긴 한데,, '헛된'희망이었다지.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analei 2009-12-15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복잡한 생각은 미모에 도움이 안돼. (X)
이런 성찰에서 배어 나오는 미모야 말로 진정이다. (O)

Forgettable. 2009-12-15 01:37   좋아요 0 | URL
똑똑-
OX가 바뀐거 아닙니까? ㅋㅋ

이게 뭐 성찰인가요. 열심히 정의를 구현하는 분들 힘빼는 잡설이죠. 저같은 사람들 때문에 앞날이 더 깜깜한건가요!!?? 아웅 배고파 ㅎㅎ

뷰리풀말미잘 2009-12-15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우리 뽀님을 개념없는 알라디너로 본답니까! 걱정도 팔자에요. ㅎㅎ

위의 레이시즌님의 댓글이 투표라면 저는 전자에 하겠어요. 좋은 밤입니다. 복잡한 생각 뽀님.

Forgettable. 2009-12-15 01:49   좋아요 0 | URL
저 개념없잖아요. 아 개념없단 형용사는 이제 너무 친근해요. ㅋㅋㅋ
아놔 이제 잘시간인듯. 제가 댓글쓰는 걸 제가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현상이 벌어지네요.

이시간에 글을 쓰니 레이님과 미잘님을 만날 수 있네요. 좋아라 ㅎㅎ

Arch 2009-12-15 11:25   좋아요 0 | URL
나도 전자에 한표. ^^
뽀님, 헛된 희망이라도 있어야 난 좀 살거 같아서, 내가 편하려고 하는거에요. 게다가 프리 티벳하는 친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사치스러운 행동일 뿐이구요.
뽀님 생각은 나랑 비슷해요, 알죠? (강요 아니에요! ^^)

Forgettable. 2009-12-15 14:47   좋아요 0 | URL
그게 나한테나 헛된희망이지 아치님껜 알찬희망이잖아요! 믿습니까? ^^
그리고 전혀 사치스럽지 않아요. 알면서~♡

근데 레이님 댓글 진짜 센스있지 않나요? ㅋㅋ

Arch 2009-12-16 01:32   좋아요 0 | URL
글도 센스있는 분이니, 뭐! 난 그저 뽀가 부러울 뿐이고~ (우리 둘만 알도록 해요. 속닥속닥 ^^)

Joule 2009-12-15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디서 주워들은 건데요. 원래 그 상자가 재앙의 상자잖아요. 그런데 제일 밑바닥에 있던 게 희망이었으니까 희망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재앙이라는.

인간은 역시 잘 때는 자야 해요. 그죠? ☞☜

Forgettable. 2009-12-15 14:50   좋아요 0 | URL
그쵸. 그게 샤방샤방 예쁜 동화책에서나 희망이지, 신화적으로 해석해보면 무시무시한 것 같아요-_-
잘 땐 자야해요. 저 오늘 계속 헤롱거리고 있어요 ㅠ_ㅠ
쥴님 몸조심하세요~ 잠 맨날 늦게 주무시다가 아프지 마시고!

푸하 2009-12-1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지... 이해력이 뛰어나다 싶더니 많은 고민들을 하고 계시는 군요. 풀리지 않는 고민이 사실 미모 뿐아니라 매력의 앙양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Forgettable. 2009-12-15 21:13   좋아요 0 | URL
오 레이님,미잘님,아치님의 견해에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하시네요 ^^
시험은 잘 치르고 계신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