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이 얘길 하려고 납량특집을 쓰기 시작해놓고선 너무 길어지면 나부터도 지겨우니까 일단 끊어놨다.
예전부터 나는 말주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이야길 해주는 것을 좋아했는데,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반응도 제일 좋고 나도 자신감이 붙어서 더 재미있게 이야기해줄 수 있다. 그래봐야 하잘것 없는 연애 사건사고를 주로 해서, 무서운 모험 꿈얘기, 술 주정뱅이 이야기, 여행 이야기, 아주 가끔 책/영화 이야기를 하는데 만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아무 얘기도 안하기도 하고, 시시콜콜 별 얘길 다하기도 하고, 특정 부문의 이야기만 집중적으로 하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가위 눌린 이야기는 여름특수호황을 누리는데, 말로 하면 이제 은근히 분위기도 조성하고 해서 좀 무섭게 할 수 있는데 글로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ㅋㅋ
역시 고등학교 때, 내 방이 동네 고등학교에 근접해있어서 축제를 한다 어쩐다 하면서 부산스럽고 시끄러웠다. 동네를 떠나 명문고를 다니던(ㅋㅋ) 나는 아직도 시험기간이었고, 2~3미터라도 떨어진 동생 방에서 낮잠을 자기로 마음을 먹었다.
꿈을 꾸는데 하얀 방 안에 나무 벤치가 덩그러니 있다. 좋아라 하며 앉아 있는데 어디에선가 머리를 빡빡 민 동자승 같은 아이가 나타났다. 울고 있어서 얘랑 좀 놀아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놀기 시작했다.
엄청 다정스럽게 왜 우냐고 했더니 애들이 자기랑 안놀아줘서 울고 있다나-
그 말을 듣고 나서 내가 놀아줄게~ 하면서 친절하게 구는데 아기 오른쪽 이마에 절 모양 같은-
卍
<- 이런 모양이 도장 찍혀있는 것이었다. 그 땐 아무렇지도 않게, 아- 이아이가 죽은 앤데 아직 하늘나라로 가지 못하는구나, 라고만 생각이 되어 얼른 아이에게 이 사실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자기랑 안놀아준다고 계속 징징대서 내가 '니가 죽어서 애들이 너를 못봐서 못놀아주는거야.' 라고 흘리듯 말하자 갑자기 아이의 눈이 희번덕 뒤집이지더니 '아아아아아아으으으으이이익'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내얼굴에 물을 쏟아 붓는다. 난 숨을 쉴 수 없게되고 너무 무서워서 어쩌나 싶은 순간, 꿈에서 깨어났는데 아이는 아예 내 위에 올라타서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이게 신기한게 팔이랑 다리는 다 움직여지고 아이가 올라탄 부분만 움직여지지가 않으면서 숨은 진짜로 쉬어지지 않아서 난 손을 겨우 뻗어서 침대 밑에서 상펴놓고 공부하던 동생을 툭 건드릴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동생이 해준 이야기-
내가 끄윽끄윽 숨이 넘어가는데 동생은 약간 겁을 먹어서 침대위로 올라와서 날 흔드는데, 도무지 내가 깨질 않는단다. 눈은 떴다 감았다 하고, 숨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니깐 동생이 무서워서 자는 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문자 진동소리에도 잠에서 깰만큼 예민한데 앉혀도 고꾸라져서 계속 깨질 못하니까 동생이 막 때리고 난리가 났더니 그제서야 퍼뜩 깨어났단다.
진짜 너무 무서워서 정신차리자마자 다시 정신놓고 엉엉 울었다.
그 때 만약 방에서 혼자 자다가 그 일 당했음 아마 자다 죽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이 사건 이후로 딱히 크게 가위 눌린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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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안무서우셨을 분들을 위한 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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