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출간

‘좌편향 현대史’ 균형 잡는다

1979년 첫 권이 나온 이래 6권까지 발간되며 한국 현대사에 대한 좌파 수정주의 사관을 학계와 일반인에게 확산시킨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해전사’). 이 책의 ‘오류와 편향을 바로잡은’ 새 책이 8일 출간됐다.

서울대 박지향(서양사), 이영훈(경제사), 연세대 김철(국문학), 성균관대 김일영(정치학)교수 4인이 책임편집을 맡고 28명의 학자가 집필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총 2권·책세상·이하 ‘재인식’)이다. 20여 년간 연구성과를 총결집한 이 역사서의 출간으로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현대사의 주요 쟁점들을 둘러싼 좌우 진영 간의 학술논쟁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먼저 ‘해전사’는 민족지상주의와 민중혁명론이라는 70년대 한국 좌파 지식인들의 코드에 맞춘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인식을 집대성한 책이다. 80년대 386 운동권들의 필독서였고 80년대 말 사회주의 붕괴 이후에도 대표적인 현대사 교양서로 자리잡았다.

‘재인식’의 1권은 일제시대와 북한 친일파 청산의 실상을 재조명한다. 일제하 조선인들의 삶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면서 독립운동가/친일파라는 이분법으로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다수 민초들의 삶을 보여주는 데 초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자기이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인이라는 숙명에 좌절해야 했던 이중성이 대다수 주민들의 실상이었다는 것이다.

‘재인식’은 현재 몇몇 좌파 진영에서 진행중인 ‘친일 청산’에 대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이영훈 교수는 “현재의 법에 따르면 30~40%가 넘는 고리대에 시달리던 조선 농민들에게 7~8%의 저리대출을 해주는 업무를 했던 식산은행의 근무사실만으로도 친일파로 몰아세운 법이 제대로 시행될 리 없다”고 말한다.


‘북한은 친일 청산을 완벽하게 했다’는 세간의 믿음도 ‘해전사’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재인식’은 그것은 “만들어낸 역사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북한의 경우 친일파라도 사회주의에 동조할 경우 문제삼지 않았고, 더불어 방조의 형식으로 지주 자본가 계급을 대거 남쪽으로 내려보냄으로써 ‘완벽한 친일 청산’이라는 허구를 창조해냈다는 것이다.

‘해전사’에 비해 ‘재인식’이 특징적으로 다른 점은 50년대 이승만 시대에 대한 적극적 해석이다. 편집 책임자인 박지향 교수조차 “나도 이승만 하면 부정선거와 4·19만을 떠올렸으나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그가 정치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경제적으로 미국의 달러를 끌어들여 수입 대체화 산업을 일으켰으며 사회적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과 국민교육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재인식’은 또 이광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 친일파 청산문제, 분단의 책임문제, 농지개혁의 성공, 좌익노조인 전평(조선노동조합 전국평의회)의 실패 원인, 부산정치파동의 배경 등을 둘러싼 새로운 자료와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다양한 논쟁들을 발화시킬 전망이다.

이번 ‘재인식’은 단순히 좌편향 ‘해전사’에 대한 우파의 반격이라는 의미를 훨씬 넘어선다. 무엇보다 국내외 일류학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카터 에커트(하버드대 한국학), 기무라 미쓰히코(아오야마가쿠인대 국제정치경제학) 등 외국학자들을 비롯해 연세대 유영익 석좌교수(한국사), 이만갑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이정식 미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정치학) 등 국내 원로학자들과 동국대 김낙년, 서울대 전상인, 충남대 차상철 교수 등 중진 학자는 물론이고, ‘해전사’의 필자였던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완범 교수(정치학)와 연세대 신형기 교수(국문학), 그리고 커밍스의 부인인 우정은 교수(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가 쓴 글까지 들어 있다.

한편, 박지향 서울대 교수는 편집진을 대표해 머리말에서 “1980년대 출간된 ‘해전사’를 읽고 ‘피가 거꾸로 흘렀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을 지면을 통해서 접하고, 우리 사회의 역사인식을 이대로 두고 본다는 것은 역사학자의 ‘직무 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이번 ‘재인식’이 제목으로 보나, 성향으로 보나 거의 모든 면에서 한국근현대사를 해석하는 일종의 준거 구실을 하고 있는 ‘해전사’에 대한 파상공세의 일환임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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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교사상 흐름 한눈에


일본불교사
스에키 후미히코 지음|이시준 옮김|뿌리와 이파리 400쪽|2만 2000원

 
도쿄대 교수로 일본 불교사 및 불교 사상사를 전공한 저자는 불교를 중심으로 전개된 일본 사상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일본 불교의 역사는 538년 백제 성왕이 불상과 불경을 전해주면서부터 시작된다. 일본 불교는 불(佛·부처), 법(法·교리와 사상), 승(僧·교단)의 삼보 중 부처 숭배가 중심이 되고, 현세의 이익과 사자(死者) 공양 위주, 전통적인 신 숭배와 일체화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보편적 종교인 불교가 일본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토착화’와 ‘풍화’란 시각에서 분석한다.

일본 불교를 ‘일본’과 ‘불교’의 긴장 관계로 보는 시각이 흥미롭다. 일본 불교가 중국과 한반도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동향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불교가 일본인의 생활 속에 뿌리내리면서 일본화하는 긴장 관계 속에서 발전해온 과정을 분석한다. 그는 일본에서 스님이 장례를 담당하는 장례불교 및 불교계의 타락이란 낙인이 찍혀왔던 근세 불교에 대해 비판보다는 역사적 필연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양의 기독교가 중세에서 근세로 이행하는 과정과 비슷한 종교적 동향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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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과 有神論의 유쾌한 만남"


다윈 안의 신
존 호트 지음, 김윤성 옮김, 지식의 숲, 440쪽, 2만2000원

 
“진화론과 종교가 서로 충돌한다고 생각하는 분 손들어 보세요.” 매 학기 대학에서 과학과 종교에 관한 강의를 시작할 때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손이 올라갈까? 내 강의의 목표는 그 손의 숫자를 어떻게든 줄여보려는데 있다. 간혹, 열성당원을 만난 죄로 온갖 질문 공세에 휘말리다 보면 논의는 다음 시간까지 연장된다.

흥미롭게도 그 열성당원들은 대개 두 부류이다. 하나는 창세기를 문자 그대로 믿는 기독교인들이고 다른 하나는 다윈이 신을 몰아냈다고 믿는 진화론자들이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서로 핏대를 세우고 싸우지만 중요한 대목에서는 놀랍게도 생각이 정확히 일치한다. 진화론은 영락없이 무신론이며 따라서 유신론과 진화론의 만남은 ‘적과의 동침’일 수밖에 없다는 것.

오랫동안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저명한 종교학자 호트는 바로 이런 열성당원들을 ‘계몽’하고 ‘설득’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먼저 그는 그들이 모두 문자주의에 빠져있다고 진단한다. ‘성서적 문자주의’와 ‘우주적 문자주의’가 그것이다. 그에 따르면 전자는 성서를 피상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반면 후자는 ‘근본적 물리 법칙들과 자연선택의 이면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믿음’으로서 자연을 표피적으로만 읽게 만든다. 가령,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으로 유명한 동물행동학자 도킨스가 바로 대표적인 우주적 문자주의자이다.

왠지 모르게 다양성에 대한 공포가 휘감고 있는 현실 상황에서 과학과 종교의 문제는 우리에게 대체로 양자택일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런 양자택일식의 협박을 참지 못한 이들은 대개 영토분리를 선언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다. 즉, 진화론은 사실적 진술인 반면 종교는 가치와 윤리적 진술이기 때문에 서로 겹치거나 충돌하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저명한 고생물학자였던 굴드가 대표적인 영토분리론자이다. 하지만 저자는 분리론도 과학과 종교의 창조적 만남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저자는 두 분야의 협력가능성을 탐구한다. 왜냐하면 ‘과학적 설명은 종교적 이해를 심화시키는 핵심 동력이며 종교적 사고는 과학 탐구의 동기와 의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진화론이 무신론을 입증해주는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에 대한 통전적 이해를 위해서 왜 진화론과 종교가 모두 필요한지를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대안으로 ‘진화론적 유신론(또는 진화의 신학)’이라는 카드를 꺼내놓는다. 어떤 독자에게는 이런 줄타기가 위태롭게만 보이겠지만 다른 이들에게 그것은 차라리 하나의 예술일 것이다. 원래 진정한 실재는 이렇게 위태위태한 것이 아니었던가!

이 책으로 인해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선보일 내 절묘한 줄타기도 앞으로는 좀 더 과감해질 전망이다. 그리고 좀 더 자신있는 말로 멋지게 마무리 될 것 같다. ‘종교와 과학은 적도 남도 아닌 좋은 친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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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결정, 2초 안에 끝난다


블링크
말콤 글래드웰 지음|이무열 옮김|348쪽|1만3000원|21세기북스

‘눈 깜짝할 사이, 그러나 너무나 중요한 첫 2초에 주목하라.’

스티브 잡스가 위기에 놓인 애플사로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통찰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맥, 아이팟 등으로 애플을 혁신기업의 대표주자로 만들었다. 빛의 속도보다 빠른 스티브의 판단력 덕분에 애플은 IT 르네상스를 이끌어가고 있다. IT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경쟁사들이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기 위해 멈칫거리는 동안, 애플은 순간적인 판단력을 앞세워 남보다 앞서 달려갔던 것이다.

이런 순간 판단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블링크-첫 2초의 힘’이다.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이미 국내에도 번역된, 마케터들의 필독서로 알려진, ‘티핑 포인트’의 저자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접하는 처음 2초 동안, 우리의 무의식은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여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축적된 전문지식과 경험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이성적 직감하고는 다르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를 보며 일반인이 ‘이건 몇 대 몇으로 경기가 끝날 거 같은데’라고 예상하는 것은 ‘직감’이다. 그런데 해박한 축구 지식과 수많은 경기 경험으로 무장한 선수가 순간순간 어디로 공을 찰지, 어디로 움직일지 빠르게 판단하는 것은 순간 판단이다.

이 책은 매일 다른 상황 속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짜야 하는 조직과 개인에게 놀라운 아이디어를 준다. 남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가 이 책을 주목하는 이유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통찰력이 좋은 경우가 많다. 단지 지식이 많은 것만으로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 그것이 관건이다. 글래드웰은 누구나 순간 판단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순간 판단을 잘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전문 지식을 쌓고 판단을 흐리는 편견을 버리며, 자신의 순간 판단력을 믿고 마음을 여는 것이다.

이 책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의 생존 전략에 대해서 귀띔한다. 2000년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 앞서 엄청난 돈을 들여 대규모 전쟁 게임을 실시했다. 청팀은 상황이 터질 때마다 고성능 위성과 센서, 슈퍼컴퓨터를 지원받아 합리적으로 분석을 시도했고, 홍팀은 미리 분석을 마친 뒤 상황이 시작되면 순간적인 감각에 의지해 결정을 내렸다. 결과는 홍팀의 압승이었다. 중요하고 급박한 순간에는 과잉 정보보다 미리 경험과 지식으로 훈련된 순간 판단력이 훨씬 빛을 발하는 것이다.


순간판단이 무조건 올바른 것은 아니다. 눈을 가리고 두 잔에 담긴 콜라를 한 모금씩 마신 뒤, 맛이 좋은 것을 선택하게 했던 테스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테스트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펩시콜라를 선택했다. 결과에 놀란 코카콜라사는 펩시와 비슷한 맛을 내는 ‘뉴코크’를 만들었고 사전 조사까지 성공리에 마쳤지만 쫄딱 망하고 말았다. 왜? 한 모금 테스트와 한 캔 전체를 먹을 때의 맛의 느낌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테스트에서는 코카콜라가 늘 패했지만 전통적인 코카콜라는 시장점유율의 우위를 지킬 수 있었다. ‘뉴코크’는 순간판단을 잘못 활용한 경우다.

 
집단이 순간 판단을 잘못 내리는 경우도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종종 거론되는 워런 하딩. 유권자들이 볼 때 그는 누가 보아도 키 크고 잘생긴, 다시 말해 ‘대통령처럼 생긴’ 남자였기 때문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순간판단의 결과는 참혹했고 하딩은 지금도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것이다.

글래드웰의 메시지는 ‘2초의 순간판단’을 무조건 따르라는게 아니다. 그것이 그 만큼 중요하니 어떻게 우리 인간만이 가진 이 능력을 활용할 것인지를 탐구하라고 말한다. 그건 독자들 스스로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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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들의 공통점은 연습벌레


삼성전자&타이거우즈
김광호 지금 | 고즈윈 | 253쪽 | 1만원

 
‘골프를 통해 보는 인간경영’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개발해 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저자가 삼성전자와 타이거우즈의 공통점 16가지를 추출해 비교한다. 수신(修身) 항목에서는 둘 다 ‘생각하라’, ‘연습벌레’, ‘혼혈과 융합이라는 미래코드’, ‘스탠포드 정신’ 등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가(齊家)에서는 ‘상대의 성공을 통해 나의 성공을 발견하라’, ‘가장 위대한 이름의 조련사는 아버지’, ‘골프정신에 담긴 무한가치를 추구하라’ 등을 역설한다.

치국(治國)항목은 ‘디자인, 승부를 결정짓는 영혼의 표현’, ‘스피드, 빠른 자가 지배한다’, ‘싸우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미래경쟁의 핵심은 브랜드다’등이다. 남은 것은 평천하(平天下). ‘1등은 본능이다’, ‘정상에 서려면 바닥부터 다져라’, ‘월드 베스트, 온리 원’.

저자는 아시아의 한 후발업체 삼성과 미국의 변방 혼혈 젊은이가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은 이상의 15가지 ‘유전자’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마지막 남은 유전자 하나, ‘적은 바로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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