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결정, 2초 안에 끝난다


블링크
말콤 글래드웰 지음|이무열 옮김|348쪽|1만3000원|21세기북스

‘눈 깜짝할 사이, 그러나 너무나 중요한 첫 2초에 주목하라.’

스티브 잡스가 위기에 놓인 애플사로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통찰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이맥, 아이팟 등으로 애플을 혁신기업의 대표주자로 만들었다. 빛의 속도보다 빠른 스티브의 판단력 덕분에 애플은 IT 르네상스를 이끌어가고 있다. IT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경쟁사들이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기 위해 멈칫거리는 동안, 애플은 순간적인 판단력을 앞세워 남보다 앞서 달려갔던 것이다.

이런 순간 판단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블링크-첫 2초의 힘’이다.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이미 국내에도 번역된, 마케터들의 필독서로 알려진, ‘티핑 포인트’의 저자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접하는 처음 2초 동안, 우리의 무의식은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여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축적된 전문지식과 경험에 근거하여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이성적 직감하고는 다르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를 보며 일반인이 ‘이건 몇 대 몇으로 경기가 끝날 거 같은데’라고 예상하는 것은 ‘직감’이다. 그런데 해박한 축구 지식과 수많은 경기 경험으로 무장한 선수가 순간순간 어디로 공을 찰지, 어디로 움직일지 빠르게 판단하는 것은 순간 판단이다.

이 책은 매일 다른 상황 속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짜야 하는 조직과 개인에게 놀라운 아이디어를 준다. 남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가 이 책을 주목하는 이유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통찰력이 좋은 경우가 많다. 단지 지식이 많은 것만으로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능력, 그것이 관건이다. 글래드웰은 누구나 순간 판단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순간 판단을 잘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전문 지식을 쌓고 판단을 흐리는 편견을 버리며, 자신의 순간 판단력을 믿고 마음을 여는 것이다.

이 책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의 생존 전략에 대해서 귀띔한다. 2000년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 앞서 엄청난 돈을 들여 대규모 전쟁 게임을 실시했다. 청팀은 상황이 터질 때마다 고성능 위성과 센서, 슈퍼컴퓨터를 지원받아 합리적으로 분석을 시도했고, 홍팀은 미리 분석을 마친 뒤 상황이 시작되면 순간적인 감각에 의지해 결정을 내렸다. 결과는 홍팀의 압승이었다. 중요하고 급박한 순간에는 과잉 정보보다 미리 경험과 지식으로 훈련된 순간 판단력이 훨씬 빛을 발하는 것이다.


순간판단이 무조건 올바른 것은 아니다. 눈을 가리고 두 잔에 담긴 콜라를 한 모금씩 마신 뒤, 맛이 좋은 것을 선택하게 했던 테스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테스트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펩시콜라를 선택했다. 결과에 놀란 코카콜라사는 펩시와 비슷한 맛을 내는 ‘뉴코크’를 만들었고 사전 조사까지 성공리에 마쳤지만 쫄딱 망하고 말았다. 왜? 한 모금 테스트와 한 캔 전체를 먹을 때의 맛의 느낌은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테스트에서는 코카콜라가 늘 패했지만 전통적인 코카콜라는 시장점유율의 우위를 지킬 수 있었다. ‘뉴코크’는 순간판단을 잘못 활용한 경우다.

 
집단이 순간 판단을 잘못 내리는 경우도 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종종 거론되는 워런 하딩. 유권자들이 볼 때 그는 누가 보아도 키 크고 잘생긴, 다시 말해 ‘대통령처럼 생긴’ 남자였기 때문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순간판단의 결과는 참혹했고 하딩은 지금도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것이다.

글래드웰의 메시지는 ‘2초의 순간판단’을 무조건 따르라는게 아니다. 그것이 그 만큼 중요하니 어떻게 우리 인간만이 가진 이 능력을 활용할 것인지를 탐구하라고 말한다. 그건 독자들 스스로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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