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과 有神論의 유쾌한 만남"


다윈 안의 신
존 호트 지음, 김윤성 옮김, 지식의 숲, 440쪽, 2만2000원

 
“진화론과 종교가 서로 충돌한다고 생각하는 분 손들어 보세요.” 매 학기 대학에서 과학과 종교에 관한 강의를 시작할 때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손이 올라갈까? 내 강의의 목표는 그 손의 숫자를 어떻게든 줄여보려는데 있다. 간혹, 열성당원을 만난 죄로 온갖 질문 공세에 휘말리다 보면 논의는 다음 시간까지 연장된다.

흥미롭게도 그 열성당원들은 대개 두 부류이다. 하나는 창세기를 문자 그대로 믿는 기독교인들이고 다른 하나는 다윈이 신을 몰아냈다고 믿는 진화론자들이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은 서로 핏대를 세우고 싸우지만 중요한 대목에서는 놀랍게도 생각이 정확히 일치한다. 진화론은 영락없이 무신론이며 따라서 유신론과 진화론의 만남은 ‘적과의 동침’일 수밖에 없다는 것.

오랫동안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저명한 종교학자 호트는 바로 이런 열성당원들을 ‘계몽’하고 ‘설득’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먼저 그는 그들이 모두 문자주의에 빠져있다고 진단한다. ‘성서적 문자주의’와 ‘우주적 문자주의’가 그것이다. 그에 따르면 전자는 성서를 피상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반면 후자는 ‘근본적 물리 법칙들과 자연선택의 이면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믿음’으로서 자연을 표피적으로만 읽게 만든다. 가령,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으로 유명한 동물행동학자 도킨스가 바로 대표적인 우주적 문자주의자이다.

왠지 모르게 다양성에 대한 공포가 휘감고 있는 현실 상황에서 과학과 종교의 문제는 우리에게 대체로 양자택일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런 양자택일식의 협박을 참지 못한 이들은 대개 영토분리를 선언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다. 즉, 진화론은 사실적 진술인 반면 종교는 가치와 윤리적 진술이기 때문에 서로 겹치거나 충돌하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저명한 고생물학자였던 굴드가 대표적인 영토분리론자이다. 하지만 저자는 분리론도 과학과 종교의 창조적 만남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저자는 두 분야의 협력가능성을 탐구한다. 왜냐하면 ‘과학적 설명은 종교적 이해를 심화시키는 핵심 동력이며 종교적 사고는 과학 탐구의 동기와 의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진화론이 무신론을 입증해주는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에 대한 통전적 이해를 위해서 왜 진화론과 종교가 모두 필요한지를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대안으로 ‘진화론적 유신론(또는 진화의 신학)’이라는 카드를 꺼내놓는다. 어떤 독자에게는 이런 줄타기가 위태롭게만 보이겠지만 다른 이들에게 그것은 차라리 하나의 예술일 것이다. 원래 진정한 실재는 이렇게 위태위태한 것이 아니었던가!

이 책으로 인해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선보일 내 절묘한 줄타기도 앞으로는 좀 더 과감해질 전망이다. 그리고 좀 더 자신있는 말로 멋지게 마무리 될 것 같다. ‘종교와 과학은 적도 남도 아닌 좋은 친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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