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Heaven helps those whom help themselves)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 한국에서도 이 말 한마디를 벽에 붙여놓고 살아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 말을 만든 사람은 11명의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나 맨주먹으로 세상을 헤치고 살아갔던 19세기 영국의 의사이자 작가, 개혁운동가 새무얼 스마일즈(1842~1904)다. 그는 이 책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정치나 권력, 돈이 아니라 인격”이라고 웅변한다. ‘궁극적으로 인생을 지배하는 가장 고결한 재산’이라는 것이다.
일하고 사는 인간에 대한 믿음, 근면의 미덕, 그리고 인격에 대한 신뢰가 지금 탈 산업사회를 부르짖는 이 시대에 인격이니 도덕이니 하는 말이 도대체 들어먹힐 이야기인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부와 쾌락을 얻어내는 것이 영웅적인 성공담으로 받아들여진지 너무 오래인 이 타락한 사회에서 ‘산업혁명기’ 도덕주의자의 ‘성공학’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그는 개혁주의자였다. 의사로 일하면서 가난한 사람을 돕던 그는 노동자와 중산층 개혁자들과 함께 참정권 확대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정치개혁 운동에서 벽을 느낀 그는 개인 개혁으로 관심을 돌린다. 첫번째 결실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주장을 담은 ‘자조론(Selp-Help·1859)’이고, ‘인격론’(1871)은 그 속편격이다.
그의 주장 중에 돋보이는 것은 ‘인격은 훈련의 산물’이라는 시각이다. 인격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신을 가다듬는 노력의 결과로 형성된다. 자신을 닦아나가는 것은 칩거나 명상, 독서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근로 윤리는 노동 계급의 탄생을 맞은 산업혁명기 영국의 특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이 나온 것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나온지 4년 뒤다. 계급 모순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스마일즈는 “일이야말로 인격을 가르치는 스승”이며 “실용적인 지혜는 보통 사람들과의 폭넓은 접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브루조아와 노동자들을 건강한 시민사회의 주인공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한다.
스마일즈는 보통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가져야할, 그리고 가질 수 있는 ‘용기’를 강조한다. “솔직할 용기, 유혹에 저항할 용기, 사실을 말할 용기, 가식없이 있고는 그대로 보여줄 용기, 다른 사람의 부(富)에 부도덕하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 내에서 정직하게 살아갈 용기”야말로 인격을 완성하는 중요한 바탕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장 관대해질 여유가 있는 사람을 바로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충동과 격정에 통제력을 빼앗기지 않는 ‘자제’는 또다른 형태의 용기이다. 기만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에 맞닥뜨렸을때는 당연히 분노해야 한다.
특정 시기 특정 사회의 가치관이 듬뿍 담겨있는 책이지만, 보편적 교양으로 읽고 간직할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하다. 소크라테스로부터 중세, 근대에 이르는 숱한 철학자와 영웅, 학자들의 일화를 통해 그는 양심과 용기, 의무감, 정의감, 희망을 고양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실패 처럼 보일 수 있는 성공을 기억하라’는 글에서 그는 역사가 월터 랠리, 개혁가 루터 등을 소개하며 ‘고통을 모르는 자, 무엇을 알겠는가’는 글에서 역경을 딛고 일어선 수많은 사람들을 되살려낸다.
['인격론'의 명 구절]
- 사람이 지치는 것은 부지런히 움직일 때가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이다.
- 사람들은 천재는 찬미할 뿐이지만, 인격적인 사람은 신봉한다.
- 일에 대한 사랑은 천해지고 악해지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책이다.
- 변함없는 의무감은 인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 "모든 이가 당신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내가 모두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죠"
-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의 장점을 진심으로 칭찬하는 것이다.
- 결혼 생활에 있어 황금률은 "참고 또 참아라"이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결혼은 협상의 연속이다.
- 누구나 노동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과로로 죽는 사람도 있지만 이기심, 게으름, 방종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