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내게 너무 멀어보였다.

그래서 애초에 다가가지 않는게 나을거라 생각했다. 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해서

그는 내가 그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나랑 손 잡는 거 싫어?"

"엉"

그는 잡안던 내 손을 장난스럽게 뿌리치며 삐진 듯 앞서 걸어가버렸다.

난 손에 땀이 만에 누군가와 손잡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는 내가 그와 손잡는 걸 싫다고 한 줄 알았다.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 비슴하게 서 있던 그가 날 두 팔로 끌어안듯이 안았다.

난 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내 시선도 향하게 몸을 돌렸다.

난 백허그가 더 좋았다. 그게 더 포근하게 느껴지니까..

그런데, 난 항상 백팩을 맨다.

그는 내가 그에게 안기를 걸 거북스럽거나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왠만한 걸로 화를 내지 않았다.

화가 안 나서가 아니었다. 사소한 걸로 화내는 쪼잔한 여친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는 내가 그에게 애정이 없어서 화를 내지 않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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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평범한(?) 내겐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는 꿈이 없었다는 거다. 

결혼, 가정, 그리고 가족. 

첫만남은 봄이었고 (정확히 말하자면 2.14일 발렌타인데이였다).. 그 해 눈이 유난히 많이 왔었다는 걸 기억하는 건 다시 볼 수 없다는 슬픔을, 상처를 그 눈 속에 묻어보려 했었기 때문일 거다. 

별로 특별할게 없는 만남이었다. 내겐 처음이었지만 그냥 흔한 소개팅. 주선자가 참석한 셋이 함께 한 만남. 대학동기 남자친구의 친구였던 주선자는 이상할정도로 유독히 날 맘에 들어했다. 내 동기 커플과 자신 커플 만날때 나도 함께 만났으면 좋겠다며 그런데 나만 커플이 아니면 어색하니 남자친구를 사귀면 어떻겠냐고 하더니 언제 한번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를 소개해주겠다고 해서 하게 된 소개팅이었다.

그는 좀 늦게 왔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난 기다리는데 익숙했으니까. 게다가 주선자도 있었고. 늦게 오는게 미안했는지 오는 길에 머리핀을 사왔다. 연두색의 리본 머리핀. 당시 난 단발머리였다. 그 리본 머리핀을 못할 머린 아니었지만 정말 내취향의 머리핀도 나한테 어울릴 것 같은 스타일의 머리핀도 아니었다. 그는 나를 보고 인사를 하고 늦은 것에 미안해하고 머리핀을 내밀면서 본인이 보기에도 나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보였던지 스타일이 다르다며 사온 선물에도 미안해했다.  

그는 키가 컸다. 183cm. 난 158cm. 너무 차이가 난다. 마른편에 유지태를 약간 닮았다. 난 한 눈에 나랑 어울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왠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속해있는 것 같은 사람이었다. 호프집에서 셋이 간단히 맥주와 함께 얘기나누다 헤어졌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어차피 날 맘에 안들어할 테니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듯 하다. 

헤어질 때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보통은 친구던 미팅에서 만난 사람이던 집앞까지 데려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처음 한 소개팅에 예의를 갖춘 사람에게 나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었는지 어차피 앞으로 만나게 될 일이 없다는 생각에서였는지 이 사람에겐 그냥 순순히 그러라고 했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나란히 앉아있었는데, 원래 말이 많은 편인 나는 외려 말이 별로 없고 그가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난 맞은편 자리 뒷유리에 비친 내게 얘기하는 그와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반사된 영상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보면서, 역시 나랑은 다른 세계 사람인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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