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최근에 나온 책들(82)

보관함에 자꾸 쌓이는 책들을 좀 털어내보려고 한다(머릿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이 벌레들!). 이번에 다룰 책들을 뭉뚱그리자면, "곤충들의 도서관에서 세계의 명작들을 읽으며 내면의 침묵에 빠져들다가 끝내 국경을 넘어 중세로 달아나버린 한 책벌레"에 관한 이야기 정도가 되겠다(이 이야기에 캐스팅되지 않은 책들은 또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그럼, 먼저 '전략의 귀재들, 곤충'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 

 

 

  

 

제일 먼저 꼽을 책은 토마스 아이스너의 <전략의 귀재들, 곤충>(삼인, 2006). 원제는 'For Love of Insects'(하버드대출판부, 2005)이고 원서의 표지는 국역본의 표지와 같다. 그러니까 내가 보기엔 파리 종류인 거 같다. 국역본의 제목은 다소 튀는데, 같은 제목이더라도 '곤충, 전략의 귀재들'이라고 배치하는 게 보통일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인 아이스너 교수는 코넬대학의 석좌교수인데, 동물행동학과 생태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아주 작고 놀라운 곤충의 세계. 반세기 동안 우루과이, 호주, 파나마, 유럽, 북아메리카 대륙을 넘나들며 관찰하고 실험하여 발견한 곤충들의 아름다움과 놀라운 생존 전략을 보여준다"고. 특히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곤충들의 생존 전략, 진화에 승리한 비밀을 해독해내는 과정과 연구 순간순간을 포착한 원색 사진들이 돋보인다"고 한다.

568쪽 분량에 책값도 5만원에 육박하지만, 사실 이 정도 설명뿐이었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한데, 역시나 세계적인 개미학자이자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이 책은 프랑스의 위대한 곤충학자 파브르를 계승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유능하고 열정적이며,박학다식하고 저명한 생물학자이자 동물학자가 반세기 넘는 시간을 곤충에 투자한 노력의 산물이다"라는 최상급의 추천사를 쓰고 있지 않은가? 흔한 말로 '강추'라는 것이다. 그러니 한번 더 눈길을 주는 수밖에(참고로, <파브르 곤충기>는 아직도 완역되지 않은 듯하다. 분량이 방대하긴 하지만).

거기에 <살아있는 모든 것의 정복자 - 곤충>(다른세상, 2005)의 저자 메이 베렌바움이 거들기를 "곤충학의 세계에도 초인적인 영웅이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바로 토머스 아이스너일 것이다. 톰은 화려한 업적을 쌓아오면서 곤충이 화려한 색상이나 기이한 돌기, 아주 고약한 분비물을 지닌 이유를 수도 없이 밝혀냄으로써,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과학자들의 기를 꺾어왔다. 이 책에서 그는 재치 넘치는 문체와 입이 떡 벌어지게 멋진 사진들을 통해 흥미진진한 과학의 세계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곤충과 그 친척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정도 밀어주는 분위기라면 소장용 도서로 꽂아두어도 무방하리라고 본다. 원색 사진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고 하니까 초등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에도 유용할 듯싶다. 어른이야 곤충을 '사랑할' 사람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두번째 책은 책벌레들의 전당, 도서관에 관한 것이다. 로널드 맥케이브의 <도서관, 세상을 바꾸는 힘>(이채, 2006)이 그것인데, 딱히 이 책에 주목해서라기보다는 그간에 도서관을 표제나 주제로 해서 나온 책들을 이 참에 호명해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령, 얼마전에 출간된 최정태 교수의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한길사, 2006)이 소장가치로는 더 앞선다. 도서관의 역사를 다룬 책들도 있고,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미궁 같은 도서관의 모델의 되었다고 하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관한 책도 눈길을 주어볼 만한 책이다.

원제가 'Civic Librarianship: Renewing the Social Mission of the Public Library'(2001)인 신간은 '도서관과 사서의 위기 극복을 위한 철학적 고민'이란 부제를 갖고 있으며, "책은 미국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펼치며 도서관 사서들이 지역 사회를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시민사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미국 공공도서관 역사를 짚어가며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의 새로운 공공도서관의 청사진을 이야기한다"는데, 순전히 미국적 상황과 처지에 관한 내용일 듯하지만 '기적의 도서관' 건립운동 등에서 촉발된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여론을 보다 체계화/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으로 보인다.

아마도 도서관 사서들의 연수교재용으로 딱 알맞아 보이는데, 이 '공적인 책'에 따분함을 느끼는 독자라면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들의 풍광을 잠시 훔쳐보아도 좋겠다(저자는 러시아 도서관들을 훑어볼 포부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공부가 절로 될 만하지 않는지?.. 

 

 

 

 

그럼, 우리의 아름다운 (가상의) 도서관에서 무슨 책들을 읽어야 할까? 최근에 나온 따끈따근한 고전 명작들은 어떻겠는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문학사에서나 자주 접하던 프랑스 작가 테오필 고티에(1811-1972)의 <모팽양>(열림원, 2006)이다. <미라 이야기>(열림원, 2006) 같은 청소년물이 지난 7월에 출간되기도 했지만, '예술을 위한 예술'의 주창자 고티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다(이런 유미주의 작가로 가장 유명한 이로는 영국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가 있다).

작가 고티에가 고작 24살 때 발표한 작품이라는 <모팽양>은 "관습적인 성역할을 넘나드는 여주인공을 통해, 사회적 성정체성인 젠더(gender)를 치열하게 성찰한 작품"으로 "주인공 '모팽 양'의 실제 모델은 17세기의 남장 여가수이자, 후에 모팽 부인이 되는 '마들렌 도비니 양'이다. 그녀는 소설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자존심이 높았고, 기사복을 입고 다녔으며, 결투를 했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봤을 때도 다소 '전복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듯한데, "이 작품은 1835년 출간되어 발자크, 위고의 극찬을 받았고, 당시의 프랑스의 고전비평과 부르주아 신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특히 동시대 공리주의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아름다움의 무용성을 극단적으로 주창한 서문은 커다란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니 작가의 나이는 잠시 잊어주는 게 좋겠다.

체코 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엄밀히 감시받는 열차>(버티고, 2006)도 최근에 나온 작품이다. 한데 엄밀히 말하면 이미 출간됐던 작품이다. 지난 1990년에 나온 중앙일보사의 소련동구문학전집 중 한권으로 밀란 쿤데라의 <존재의 견딜 수 없는 가벼움>과 함께 묶여 있었던 것이다. 중앙일보사판은 역자가 이윤기씨로 돼 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이 "국내 최초의 체코어 완역본"이라는 건 그런 사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무려나 흐라발은 쿤데라와 함께 체코 현대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고 하다. 안면이 좀 있었던 체코출신의 한국 유학생은 대단한 작가라고 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적이 있었다.

그 작가 '보흐밀 흐라발'의 1965년 작인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체코를 배경으로, 독일에 점령당한 체코인들의 삶을 그렸다. 냉혹한 현실에 우스꽝스러운 등장인물들을 배치, 희극과 비극의 경계를 넘나든다. 수습 역무원 흐르마는 소심한 성격의 스물두 살 청년. 여자친구와의 첫 경험에 실패하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벽돌공의 도움으로 살아나 3개월 만에 근무에 복귀한다. 하지만 독일군에 점령당한 기차역의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신호를 잘못 보냈다고 총살당할 뻔하고, 화물차량 가득 실려 오는 아사 직전의 불쌍한 가축들을 보아야 한다..."

해서, "파시즘에 저항하는 영웅적인 이야기이지만, 진한 휴머니즘도 내재되어 있다. 체코에서 영화화되어 196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며(*영화의 스틸 사진들은 보시는 바와 같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중앙일보사에서 펴낸 '소련, 동구 현대 문학전집'에 이윤기 씨의 영어 번역으로 소개된 바 있다(*여기 내용이 다 나오는군). 함께 실린 단편 '간이주점'은 비가 몹시 내리는 어느 날, 결혼 피로연이 열리는 왁자지껄한 간이주점에서 목을 매고 죽은 젊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곧 분량도 많지 않으므로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에 유쾌하게 다 읽을 만한 소설이겠다.

그리고, 또 우리에겐 <주홍글씨>의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미국작가 나다니엘 호손(1804-1864)의 장편소설 <블라이드데일 로맨스>(문학과지성사, 2006). "사회주의 공동체의 실현을 위해 모인 남녀들의 다층적인 연애 사건을 그린" 작품으로 "1852년 발표되어 '호손의 형식 미학을 뚜렷이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번에 국내에 초역된 작품이라고. 줄거리 소개에 따르면, "19세기 미국 매사추세츠 부근, 일군의 뜻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사회주의 공동체를 만들고 '블라이드데일'이라고 이름을 짓는다. 행복의 골짜기라는 뜻처럼, 처음 이 공동체 생활은 밝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고무적으로 펼쳐진다." 호손의 지명도를 고려하면 한번쯤 읽어둘 만한 작품이겠다.

 

 

 

 

네번째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시대의 초상' <내면의 침묵>(열화당, 2006)이다. 이번에 그의 에세이집 <영혼의 시선>(열화당, 2006)이 같이 출간됐다. 지난 여름에 출간된 평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유문화사, 2006)까지 갖춰놓으면, 게다가 좀 무리해서 사진집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그는 누구인가>(까치글방, 2003)까지 마련해놓으면 국내 출간된 '브레송 컬렉션'은 일단 완벽하다 하겠다.

<내면의 침묵>이 먼저 눈에 띈 건 사실 표지로 쓰인 사뮤엘 베케트의 초상 때문이다. 말년의 베케트를 역시나 대가다운 솜씨로 포착하고 있는 사진이다. 혹은 아래와 같은 사진의 베케트.

 

한동안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다시 상기해보자면 올해는 베케트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내에서는 이렇다할 기념 출판이 없어서 다소 아쉬웠는데, 베케트를 표지로 한 브레송의 사진집이 그 아쉬움을 얼마간 달래준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그의 드라마 한두 편을 다시 읽어볼 수 있을까? 한국어 베케트의 목록을 뒤적거려보지만 빈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고도를 기다리기 이전에 베케트를 먼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책벌레가 어느덧 국경에까지 이른 모양이다. 다섯번째 책은 니시카와 나가오의 <국경을 넘는 방법>(일조각, 2006). 몇년전에 <국민이라는 괴물>(소명출판, 2002)로 우리에게 처음 소개된 저자는 근대 국민국가의 비판과 극복에 학문적 화두를 두고 있는 듯하다. '문화, 문명, 국민국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부제로 갖고 있는 이번 책에서도 "문명과 문화가 근대 국민국가의 국가통합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명쾌하게 지적하면서, 우리들이 얽매인 편견과 이데올로기를 예리하게 파헤친다"고 한다. 

요컨대, "문명과 문화라는 말은 근대 국민국가의 성립과 때를 같이하며, 뛰어난 근대적 이데올로기임을 밝힌다. 따라서 근대 국민국가의 형성을 둘러싼 역사 또는 국민국가 스스로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문명, 문화라는 용어나 개념을 사용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마저도 국가라는 이데올로기에 포박당한다"는 걸 지적하는바, "책은 문화를 매우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사문화'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문화의 대안을 모색한다."

이에 대한 임지현 교수의 추천사는 이렇다: "'서양'에게는 '동양'이자 '동양'에게는 '서양'인 일본, 오리엔트화되는 오리엔트이자 오리엔트화하는 오르엔트인 일본에 대한 니시카와 나가오의 날카로운 성찰은 비교문화 연구의 진경을 보여준다. 비교문화의 단단한 이론 틀 속에서 '일본적인 것' 혹은 '일본 고유 문화'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문화적 본질주의를 해체하는 그의 차가운 시선은, 좌우를 막론하고 '국민문화'의 회로 판에 갇혀 있는 일본 지식사회에 대한 엄정한 자기비판이다."(강조는 나의 것)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저자는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중요한 이론전 전거로서 참조한다. '오리엔탈리즘'을 주제로 한 국내서/번역서 몇 권을 같이 꼽아본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림은 존 맥켄지의 <오리엔탈리즘 예술과 역사>(문화디자인, 2006)의 표지로 쓰인 들라크루아의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보통 다섯권의 책을 꼽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엔 서양 중세사의 거장 조르주 뒤비의 책을 보너스로 더 집어넣는다.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생각의나무, 2006) 가 그것인데,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프랑스 아날학파의 거장 조르주 뒤비가 쓰고 백과사전의 명가 라루스 출판사가 출간한 책으로 그림과 지도로 보는 대 세계사 연감이다. 인간 역사의 파노라마를 520개의 사건으로 분류하여 편집 기술이 집약된 지도 위에 그 전개 상황과 개요를 새겨 넣어 역사 기술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책값이 12만원에 이르는 만큼 뭔가 대단한 걸 보여줌에 틀림없다! 아, 세계는 넓고 서민-책벌레로선 이 책값들을 벌기가 참으로 어렵도다!..

06. 0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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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 > 레니 리펜슈탈을 만날 수 있는 작품들

 나치시대 히틀러와 함께 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히틀러의 정부 에바 브라운을 비롯하여 제 3제국을 살았던 여성인물들의 삶을 다각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당대를 살았던 독일 상류사회 여성의 삶과 정신세계를 함축하고 있으며, 흥미롭고 신선한 내용으로 감추어진 역사의 이면을 색다르게 제시함으로써 독자의 눈과 마음을 자극한다.영혼을 저당 잡힌 히틀러의 여인들! 그녀들은 히틀러를 위해 저택, 고급 자동차, 값비싼 보석은 물론 식탁보에 이르기까지 아낌없이 바쳤을 뿐 아니라 히틀러를 위해서라면 절대적인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1923년 4월 3일, '뮌헤너 포스트' 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히틀러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는 여인들에 대한 기사를 실으면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히틀러에게 바치는 여성 골수 신봉자들을 신랄하게 비꼬았다. 물론 나치는 폭력집단을 동원해서 이 신문사를 박살내버린다.
지금 독일에서는 제 2차 세계대전의 과정에서 가정에 충실하고 헌신적인 희생자로 묘사되었던 독일여성상을 뒤집고 나치정권의 열렬한 협력자로 독일 여성을 그리고 있는 TV 다큐멘터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 민족을 파멸로 이끈 배경에는 히틀러를 숭배한 많은 여성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히틀러는 여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연설을 할 때는 맨 앞줄에 열광적인 여성을 배치하는 등 독일 여자들이 자신에게 '메시아적 매력'을 느끼도록 유도했으며,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남자보다는 여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히틀러의 여성상은 정치나 사회에서 여성이 지도적인 위치에 올라서는 것을 절대로 용납치 않았다. 여성은 물레 앞에 앉아 실을 뽑거나 우월한 게르만인을 생산하는 도구로서의 역할만 인정되었을 뿐이다.
물론 이런 여성상에서 벗어나는 여자들도 있었다. 바로 핵심 권력층 주변에 있던 여인들이다. 이 책은 핵심 권력층 여인들의 삶을 통해 이들이 당시 일반 여성들과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당시 이 '우아한' 여인들의 생활은 철저한 베일 속에 가려져 있었다. 입 소문으로 흘러 다니는 이야기도 잘못 입에 올렸다가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 책에서는 모두 여덟 명의 여성들을 증언대에 세운다. 사진관 점원으로 히틀러를 만나 1944년 총통 관저 방공호에서 결혼반지를 끼고 함께 자살하기까지 숨겨진 정부情婦 노릇을 해야 했던 에바 브라운, 삼촌 히틀러의 정부라는 소문과 함께 의문의 권총 사살로 삶을 마감했던 겔리 라우발, 세계적인 여성 영화감독으로서 히틀러와 염문을 뿌렸던 레니 리펜슈탈, 남편을 버리고 전설적인 전투기 조종사인 헤어만 괴링과 사랑에 빠진 스웨덴 귀족 카린 괴링, 여섯 명의 자식과 함께 히틀러를 따라 자살로 생을 마친 막다 괴벨스 등이다.
사랑의 광기로 죽어간 여성들을 통해 역사적 진실을 캐나가는 흥미로움과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전 손택의 세 번째 에세이 모음집
“수전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뉴욕 지성계는 그녀를 만들어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평을 받았던 수전 손택은 작년 12월 28일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기념 암센터에서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전후 비평의 전통적 태도를 버리고 예술 연구의 급진적 관능주의를 지지하며 내용이 아닌 형태를 중요시하고 고급과 저급의 경계를 “가장 파괴적으로 허물었”다는 그녀 특유의 날카롭고 시원스런 목소리는 이제 그녀의 남겨진 유작으로 만나보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손택에 뒤따르던 숱한 수식어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에게는 특유의 풍부한 교양과 박식함으로, 때로는 거만하고 거침없이, 때로는 인간적이고 순수한 시선으로 소외되고 절망적인 것들에 따뜻한 시선을 담아 되살려내는 비범함이 가득했다. 수전 손택은 1960년대 미국 문단에 등장한 이후 철학과 예술, 문학 비평부터 영화, 연극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영역을 넘나들며 그녀만의 독자적인 안목과 간결하고 명쾌한 문장을 선보여 뉴욕 지성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에세이 모음집으로는 세 번째 책인 이 책 ''우울한 열정 Under the Sign of Saturn''(1980)은 1972년에서 80년 사이, 손택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정신적 절정기에 쓰인 글들이다.
앙토냉 아르토, 엘리아스 카네티, 레니 리펜슈탈, 발터 벤야민, 그리고 한스''위르겐 지버베르크, 거기에 더해 폴 굿맨과 롤랑 바르트와 같이 문학, 연극, 영화, 사진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우울함과 광기, 고통, 천재성 사이를 배회했던, 그리고 자신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일곱 명의 서구 아방가르드 지식인들에 대한 인물 평전이자 수전 손택 자신의 정신적 자서전이다.
'우울한 열정'이 담고 있는 글과 특징
첫 번째 에세이집 '해석에 반대한다'(1966)로 뉴욕 지성계에 스타덤에 오른 수전 손택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거나 잘못 알려진 작가들을 오로지 “광기와 그릇된 소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예술을 옹호하기 위해 집필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거기에는 우울과 고독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발터 벤야민도 있었으며, 오만하지만 순수한 윤리적 열정의 소유자 폴 굿맨, 치열한 광기로 시대와 불화한 앙토냉 아르토와 병적 아름다움 집착하는 레니 리펜슈탈도 있었다.
이 에세이들은 발표되는 족족 당시의 문화 지형을 상당히 바꿔놓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에 등장하는 일곱 명의 인물들은 서구 현대예술사의 다양한 물결에서도 가장 ‘얄궂은’ 유형에 속한다. 그야말로 “학계와 전문가들의 용(龍)”이 지키는 지적 전문 분야에서 “학술적 무단침입자”로 살아온 사람들이자, 뿜어져 나오는 광기와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재료 삼아 자유와 예술, 그리고 삶의 진실에 관한 현란한 수완을 발휘한 예술가들이다. 하지만 동시대 대중과 문화예술계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워, 아방가르드적 난해함과 그노시스적인 광기로 이해될 뿐인 사람들. 그러한 그들을 손택은 그녀 특유의 냉정하고도 합리적이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들의 언어를 예술의 영역에 포함시키려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손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열정’이 베인 아방가르드적인 언어의 확장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로도 사용된 발터 벤야민에 관한 에세이 '토성의 영향 아래'는 사실 이 책에 시종일관 흐르는 기조이자 주제적인 글로 벤야민의 삶과 글을 작가의 ‘기질’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한 독특한 글이다. “나는 토성의 영향 아래 태어났다. 가장 느리게 공전하는 별, 우회와 지연의 행성……” 벤야민이 (심리학적 개념을 경멸하여 쓴) 점성술적 개념으로 동원해 스스로를 규정하듯 자신을 우울한(saturnine) 사람으로 생각했고, 향후 그의 모든 주요 연구와 글쓰기 과제에 그런 그의 기질은 투사된다. 벤야민은 프루스트, 카프카, 칼 크라우스 등과 심지어는 괴테에서도 토성적(우울한, 혹은 음울한) 기질을 발견하게 되는데, 특히 벤야민은 보들레르의 “구체화된 산책자(flneur) 상에 19세기적 감성을 결부시키면서, 자기 자신의 감성도 도시와의 몽환적이고 예민하고 미묘한 관계에서 대부분 이끌어”내게 된다.
초현실주의라는 그릇으로 담아내기가 어려울 만큼 버거운 인물 앙토냉 아르토에 관한 글(이 책에서 가장 긴 글인) 아르토에 다가가기는 원래 아르토 저작 선집의 소개 글로 쓰인 글로 아르토에 관한한 가장 권위 있는 글로 손꼽힌다. “연극이라는 예술 분야에 아르토가 미친 영향은 엄청난 것이어서, 요즘 서유럽과 미국에서 상연되는 진지한 연극의 줄기를 아르토 전과 아르토 후 이렇게 둘로 나눌 수 있을 정도다.”라는 손택의 평가는 아직까지도 연극에서의 아르토의 성과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만큼 유명하게 인용되는 문장이다. 손택은 이글에서 “작품에서나, 삶에서나” 아르토의 “결과로서의” 모든 것들을 실패했다고 규정하지만 “완성된 예술 작품이 아닌 독특한 존재, 모종의 시학, 사고의 미학, 문화의 신학, 수난의 현상”과 같은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문학적 모더니즘이라는 영웅적 시대의 마지막 위대한 본보기”로 칭송한다. 난해하기 그지없는 아르토를 그에 버금가는 난해한 문체로 해설한 것은 손택 자신이 글에서 주장하고 있듯, 읽을 수 없는, 본질적으로 흡수할 수 없는 작가를 본질은 무시하고 제멋대로 먹기 좋게 요리해 피상적으로 다루는 현대 비평의 경향을 비난하며 아르토가 “문학과 역사에 엄청난 분량의 고통을 남”겼듯 독자들에게도 일정한 분량의 고통을 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레니 리펜슈탈에 관한 글인 '매혹적인 파시즘'과 한스''위르겐 지버베르크에 관한 ''지버베르크의 히틀러''는 한때 우리 사회를 달궜던(그리고 현재까지도 의미 있는) ‘우리 안의 파시즘’의 원형적인 논의로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글들이다. '매혹적인 파시즘'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이질적인 두 개의 제시물, 즉 수단 남부의 마지막 부족에 관한 리펜슈탈의 유명한 사진집 ''누바족의 최후''와 “공항 잡지 판매대나 ‘성인’ 서점에서 살 수 있는 값싼” 포르노 사진집 ''SS 제복''을 병치해 비교하면서, 이들 제시물이 갖는 공통적 근저에는 “아름다움을 병적으로 추구”한 파시즘적 탐닉이 숨어있다고 분석한다. 손택은 그 증거로 리펜슈탈의 나치시대의 작품(영화 ''신념의 승리''나 ''올림피아'' 등)의 근저에 흐르는 “영웅에 대한 대중의 복종”과 찬양이 전후 누바족에 대한 사진집 근저에 담겨 있는 “육체적 기술과 용기를 드러내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누르는 것이 공동체 문화의 통합의 상징인 사회, 싸움에서의 승리가 ‘사람의 인생의 주요한 열망’인 사회를 찬양”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더 나아가 ''SS 제복''에서 드러나듯이 나치식의 제복과 가죽 채찍에 숨은 “제복에 대한 환상, 즉 공동체, 질서, 정체성, 능력, 정당한 권위, 정당한 폭력”의 상징도 전혀 다른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계속해서 '지버베르크의 히틀러'는 “충성을 유고하고 강요하는 고귀한 명작의 범주에 속”하는 1인극 영화 ''히틀러, 독일 영화''를 다룬 글이다. “우리가 없었다면 히틀러가 어떻게 있을 수 있었겠는가'”라는 도발적인 내레이터의 반복을 발견되듯이, 지버베르크는 나치즘을 독일의 악마성에서 기원된 것으로 보는 토마스 만의 관점을 수용한다. 손택에 따르면, 지버베르크는 히틀러가 야기한 수천만 명의 살해가 역사적 괴물의 등장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고 보며, “히틀러 사후에 여전히 살아있는 일종의 히틀러적 본성, 현대 문화에 유령처럼 존재하는 것, 현재를 가득 채우고 과거를 재구성하는 변화무쌍한 악의 원칙을 환기”시킨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버베르크의 영화는 결코 이러한 ‘실재’에 기반해 “정보의 표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치유적 이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사회와 대립하는 개인 및 군중심리를 탐구한 ''군중과 권력''의 저자이며 “은둔하는 기인의 상으로서, 20세기의 상상력 속에서의 삶에서나 문학에서나 가장 큰 성취이자 순교자의 모습을 한 진정한 영웅” 카네티에 관한 글 '열정의 정신'도 주목할 만한데, 특히 손택의 이글이 발표(1980)된 바로 다음 해, 스웨덴 한림원은 그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머지 짧은 글인 '폴 굿맨에 대하여'와 '바르트를 추억하며'는 고인들의 부고를 접하고 고인의 생전 모습을 회상하며 쓴 애정과 애도, 존경이 어우러진 우아한 감상의 표본과도 같은 글들이 포함되어있다. 이들은 모두 손택의 말처럼 “최후의 심판에서, 최후의 지성인, 현대 문화의 토성적 영웅, 잔해, 반항적 시각, 몽상, 억누를 수 없는 우울함, 내리깐 눈을 지닌 인물들로 자기가 여러 ‘위치’를 가졌음을 설명하고 최대한 공정하고 비인간적으로 지성인의 삶을 그 최후까지” 옹호받아 마땅한 우리시대의 지성이다.

 모계 사회로의 흐름이 느껴지는 21세기에도 대한민국에는 호주제가 건재하고 여성을 학대하는 인간의 잔악성은 동물들 안에서 유일하다. 경제권을 확보하고 발언권이 커졌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불평등 속에 고스란히 노출된 여성들은 그 스스로도 모른채 이런 현실에 젖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잘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현실 중에 하나인 것이 바로 여성의 위대성. 이 책은 9년 동안 자료를 모은 역자의 노력으로 탄생하였다. 삶의 치열함, 사회적 성취 등으로 일세를 풍미한 20세기의 여성 35명을 중심으로 여성사의 도도한 흐름을 잡아내었다. 여성 역할 모델의 한 조각을 찾아낸 기쁨이 크지만 이것으로 만족하면 안된다는 경각심마저 느껴진다.
1권은 사회운동가와 예술가 20명을 소개한다. 1993년 『불멸의 여인들』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책을 수정, 보완한 내용이다. 형형하고 맑은 눈빛의 흑백 사진 속 여성들과의 만남이 반갑고 가슴 뿌듯하다. - 영상의 미술사 레니 리펜슈탈

 『역사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50여 명의 여성인물을 소개한다. 이 책에 소개된 50여 명의 여성들은 역사를 이끌어간 여성들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남성들에 비해 빛나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담당해온 수많은 여성들의 이름을 대변해 준다.
1부는 남자 못지않은 정치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준 선덕여왕이나 엘리자베스 1세와 같은 여성 정치인들을, 2부에서는 인류를 감동시킨 예술에 자신의 일생을 바친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3부는 세상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4부에는 여성과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독자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한 그녀들의 삶을 돌이켜 보면서 인류 역사의 반을 담당해온 여성들의 위대한 업적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지난 일년여 동안 간 주간한국에 「역사 속 여성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칼럼을 하나로 모은 책이다.이 책에 실린 여성들은 저자가 1여 년 간 주간한국에 「역사 속 여성이야기」라는 칼럼을 연재하면서 만났던 여성들이다. 저자는 역사 속에 그 흔적을 아로새긴 이들 여성들과 만나면서 그녀들의 인생과 업적, 또 그녀들의 여성으로서의 고뇌들을 재발견하고, 공감하고 영향받았다. 그녀들로 인해 한 개인으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역사를 이끌어가는 한 축인 여성의 위치와 입장, 그리고 앞으로의 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여러분도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지.
이 책에 실린 50여 명의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빛나지 않는 자리에 서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담당해온 수많은 여성들의 이름을 대변해주는 존재들이다. 그녀들로 인해 인류 역사의 반을 담당해온 여성들의 위대한 업적의 흔적들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여성들은 때론 남성들보다 더한 카리스마로 세상을 바꾸어가기도 했고, 여성의 섬세함으로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때론 세상의 가장 그늘지고 낮은 데에서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지기도 했다. 남성들과 더불어 함께 역사를 만들어간 여성도 적지 않다.
역사 속에 그 흔적을 아로새긴 이들 여성들과 만나면서 그녀들의 인생과 업적, 또 그녀들의 여성으로서의 고뇌들을 재발견하고, 공감하고 영향받았다. 그녀들로 인해 한 개인으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역사를 이끌어가는 한 축인 여성의 위치와 입장, 그리고 앞으로의 가야 할 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 책에 소개된 50여 명의 여성들은 역사를 이끌어간 여성들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더 많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역사를 이끌어가는 축이 되고 힘이 되고 도화선이 되는 많은 여성들이 있다. 기회가 닿는다면 그녀들의 인생도 만나고 싶다. -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버린 천재 레니 리펜슈탈 

 어느 순간부터 소설보다 전기를 읽는 것이 더 재미있어졌다는 저자 최애리는 그동안 ‘여자와닷컴’에 연재했던 여성들의 전기를 엮어 《길 밖에서》 《길을 찾아》라는, 각각 독립된 책이면서 두 권이 하나가 되는 특별한 책을 출간하였다. 중세 문학 번역가로 더 잘 알려진 저자가 여성 인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의 첫 작업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웹사이트에 실릴 <오늘의 인물>이라는 짤막한 연재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날그날 태어난 인물들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짧게 소개하는 글을 연재하던 저자는 인물 선정의 답답함 - 그날 태어난 유명한 인물을 다루다보니 여성 인물들을 고를 기회는 잘 오지 않았고, 모처럼 적당한 여성 인물을 발견해도 편집진의 권고로 남성으로 바꾸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 과, 시작과 끝을 생략하고 중간 이야기만을 다뤄야 하는 데서 큰 아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새로 시작한 것이 ‘여자와닷컴’의 새 칼럼 <세기의 여성>이었다.
그렇게 1년 넘게 연재했던 글을 책으로 내기까지는 다시 3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미흡하다 싶은 원고들부터 고쳐보자고 한 명, 두 명, 전기를 읽기 시작한 것이 거의 모든 인물의 전기를 다시 읽게 되었고,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전 세계 서점과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일생을 몇 페이지로 압축해서 담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따라서 한 인물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수십 권의 원서를 읽어야 했고, 때로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때로는 주인공 자신이 되어 그녀들의 삶을 갈무리해야만 했다. 결국 저자는 몇 해를 여성들의 전기 속에 파묻혀 살았고, 그런 고단한 과정을 거쳐 태어난 책이 바로 《길 밖에서》 《길을 찾아》이다.
여자, 길 밖에서 길을 만들다
이 두 권의 책에는 중세에서 현대까지 수많은 여성들의 삶이 담겨 있다. 저자는 왜 하필이면 그녀들을 선택하였고, 왜 그녀들의 삶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여성에게는 오직 순결과 무지와 겸허한 순종을 강요하던 시대를 살면서 평범한 여성의 길을 거부하고 작가의 길을 걸었던 조지 엘리엇은, 여성에게 주어진 길을 벗어난 삶에 대해서 “영혼의 길은 황야의 가시밭 가운데로 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그 길은 고독하게, 피나는 발로, 도움을 찾아 흐느끼며,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한다.”고 표현하였다.
이 책에 수록된 여성들의 공통점은 이처럼 ‘상식적인 삶의 길을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찾은 여성’이라는 점이다. ‘역사를 뒤바꾼 여성들’처럼 무슨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던 여성들이 아니라 여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살고자 했고, 그랬기에 ‘보이지 않는 험한 길’을 가야했던 여성들이 바로 그 주인공인 것이다.
여자에게 주어진 길 밖으로 나가 새로운 길을 찾았던 여인들, 그래서 피나는 발로 가시밭길을 거어야 했던 여인들, 역사 속에 숨겨져 있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이제 저자의 손을 빌어 세상에 나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나의 도전이 당신에게는 길이 되길
이 책에 수록된 여성들은 우리와는 다른 시대, 다른 나라에 살았던 여성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삶이 우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은 것은 그녀들이 걸었던 길이 지금 우리들이 걷고 있는 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1928년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하며 푸른 하늘에 새로운 길을 열었던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여성들도 남성들이 하려 하는 일을 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만일 그녀들이 실패한다면, 그 실패는 다른 여성들에게 도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길 밖의 길, 길이 아닌 길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면 대로가 된다. 그녀들이 수없는 도전으로, 한걸음씩 가시밭길을 걸어가주었기에 현대 여성들에게는 수많은 길이 열리게 되었다.
그녀들의 삶을 되짚다 보면 우리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자유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예전보다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많은 장벽에 막혀 있는 현대 여성들에게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면 뛰어넘지 못하는 장벽은 없을 것이고, 설령 실패하더라고 나의 도전이 다른 여성들에게 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특징
한 권이면서 동시에 두 권인 책
1권인 《길 밖에서 : 가둘 수 없는 바람처럼》에는 라인강의 예언녀로 불린 힐데가르트 폰 빙겐에서부터, 아내라는 안정된 구속보다 자유로운 사랑을 원했던 엘로이즈, 여성의 선거권도 없던 시절에 대통령 후보로 나선 빅토리아 우드헐, 자유롭게 날고 싶었으나 인습과 편견의 벽에 갇혀버린 카미유 클로델, 그림 속의 여인이 아닌 자신의 손과 영혼으로 그림을 그리고자 했던 쉬잔 발라동까지, 황무지에 살지언정 바람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여성들의 초상이 담겨있다.
2권인 《길을 찾아 :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에는 여성으로 두 번의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부터,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이상을 양보하지 않았던 로자 룩셈부르크, 옥죄는 무용화를 벗어 던지고 영혼의 자유로움을 표현하고자 했던 이사도라 덩컨, 푸른 하늘에 새로운 길을 열고자 했던 아멜리아 에어하트, 아프리카의 우거진 숲 속에서 야생 고릴라와 평생을 함께한 다이앤 포시 등, 가시밭길을 갈지언정 꿈과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초상이 담겨있다.
1권은 1100년에서 1850년대 인물을 다루고 있고, 2권은 1860년대에서 1930년대 인물을 다루고 있다. 업적 위주로 인물을 고른 것이 아니기에 ‘작가’ ‘음악가’ ‘미술가’ ‘사상가’ 등 활동 분야에 따른 분류나 국적별로 엮는 것은 책의 균형을 깨뜨렸다. 그렇다고 몇 가지 주제에 따라 인물을 분류를 한다는 것은 그 인물에 대해서 미리 재단을 해버려 인물에 대한 또 다른 오해를 줄 수 있어 애초 기획 의도와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연대순 구성이었다. 연대순 구성으로 만들어진 덕분에, 각 여성들의 삶의 배경을 이루는 시대 분위기가 좀더 잘 드러나게 되었고, 비슷한 시기를 산 여성들의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비교하며 볼 수 있을 뿐아니라, 여성들이 지나간 궤적이 그대로 그려진다는 장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원고의 분량 때문에 두 권으로 나누었지만 묘하게도 1권과 2권의 성격이 구분되어졌다. 1권에 수록된 여성들은 여성에게 주어지는 사회의 장벽 속에서 ‘가둘 수 없는 바람처럼’ 자유를 갈망했던 여성들이었다. 그리고 2권에 수록된 여성들은 이전의 여성들이 피나는 발로 만들어낸 길들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자신의 열정을 살랐던 여인들이었다. 이렇게 구성된 이 두 권의 책은 ‘길 밖에서 길을 찾아’ 나선 여성들의 초상이라는 공통점을 지니면서 ‘길 밖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여성들, 자신의 원하는 ‘길을 찾아’ 열정적으로 살았던 여성들이라는 차별점을 지니게 되었다. 이런 성격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서 두 권이 각각 독립된 책이면서 둘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제목과 표지 컨셉트를 부여하였다.
역사 속에 숨겨진 여인들의 삶을 복원하다
2008년에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에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여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여성에게 선거권조차 없었던 1800년대에 말이다. 1869년 ‘검은 금요일’에 일어난 금시장 폭동에서 엄청난 이익을 거둔 빅토리아 우드헐은 끊임없이 여성의 평등권을 주장하였고 1872년에는 대통령 후보로 정식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혼 경력과 아내가 남편의 동침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거나 애정이 식은 결혼은 파기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결혼관으로 기득권 계층의 비난을 받았다. 자신을 모함하는 반대파의 우두머리 격인 비처의 분륜 사실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해서 외설물 유포죄로 투옥된 그녀는 결국 선거 당일 철창 신세를 져야 했다.
두 권의 책에는 잔 다르크, 예카테리나 여제, 클라라 슈만, 카미유 클로델, 마리 퀴리, 로자 룩셈부르트, 애거서 크리스티, 시몬 드 보부아르, 마릴린 먼로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도 다루고 있지만 앤 허친슨, 마리아 미첼, 루시 스톤, 해리엇 터브먼, 빅토리아 우드헐, 이사크 디네센, 나디아 불랑제, 레니 리펜슈탈 등 우리에게 생소한 인물들도 다루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의 경우 하나의 이미지로 정형화되어 있는 그녀들의 삶에 새로운 해석을 부여하고, 남성 중심의 역사 기록 속에서 숨겨져 있고 악녀로 왜곡되어 있던 그녀들의 삶을 새롭게 복원했다는 데 이 책의 의의가 있다.
백의의 천사로만 알려져 있던 나이팅게일이 군의 위생 상태를 향상시키기 위해 싸웠던 저돌적인 행동가였다든가, DNA의 이중나선 구조 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의 저서 《이중나선》에서 퉁명스럽고 고집불통의 노처녀로 묘사된 로슬린드 플랭클린이 실은 그의 연구의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던 DNA의 방사선결정 사진을 찍은 장본인이었다든가, 수많은 흑인 노예들을 도피시켜 흑인들의 모세로 불리던 사람이 작은 체구의 해리엇 터브먼이었다는 사실 등 역사 속의 숨겨진 여성들의 삶이 두 권의 책에 빼곡히 담겨 있다.길을 찾아 -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여성인물탐구 2)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인물을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물읽기’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저자 김진애 박사는 그 기본 출발점을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것”으로 두고, 다음 단계는 해당 인물의 “매력”과 “쓸모”를 찾는 일이라고 한다. 김진애 박사는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바라볼, 추구할, 지양할, 지향할, 참조할, 이끌리는 어떤 인물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쌓여 드디어 글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녀는 역할 모델이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한 인간의 성장에는 특정한 역할 모델보다는 수많은 인물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는 것. 실제 지향할 사표적인 인물에서 얻는 것만큼이나 지양할 반면교사적인 인물에서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인물들에 자신을 비출수록 자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은 풍요로워진다는 논리. 그래서 ‘위인전’ 이상으로 ‘인물전’이 필요한 것 아닐까하고 묻는다. 그만큼 사람들은 우리 자신의 거울이다.
우리 주변에 얼마나 괜찮은 인물들이 많은가를 알면 살맛이 더해진다. 또한 인류의 역사 속에 얼마나 괜찮은 인물들이 많은가를 알면 인간에 대한 신뢰도 더해진다.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를 알면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도 피어오른다. 물론, 우리는 그 인물들처럼 될 수도 없거니와 꼭 되어야 할 이유도 없고 또한 전혀 되고 싶지 않아도 좋다. 다만 인물들의 가치에 우리가 눈을 뜬다면, 이 흥미롭고 즐겁고 끌리는 인물들에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 삶은 그리 무료하지도 그리 지루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기를 통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출판일을 하고 있는 서른한 살 먹은 여자다. 지난 수년간 무수한 일들을 벌이고, 수습하고, 매진하고, 버리고 취하기를 반복하며, 다큐멘터리PD, 잡지기자, 방송작가, 대학강사, 출판기획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내왔다. ‘한결같은 방황’ 속에 지내온 시절이라고, 도대체 이 복잡한 시절은 언제쯤 끝나는가 라며, 나 자신에게, 때로는 세상에 화를 냈다가, 화해했다가 하며…. 그러던 어느날 건축가이자 칼럼니스트인 김진애 씨의 글을 만났다. “30대를 팽팽한 긴장감으로 잘 보낸 여자들이 비로소 매력적인 여성이 된다. 물론 그 팽팽한 긴장감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여자 30대는 흔들리는 게 아니라 중심을 찾아가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라는 즉, “너 잘 살고 있는 것이다”는 요지의 글이었더랬다. 갑자기 힘이 솟았다. 김진애, 그녀가 궁금해졌다. 그녀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고, 언제나 그렇듯, 서른한 살 출판인 구모니카, 일을 벌인다.
늘 일관되게 불안한 채로 흐르는 내 마음, 도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품은 지 올해로 31년 째. 그 의문을 쪼개고 또 쪼개고 쪼개 보니, 그 안에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들 사이에는 위인도 있었고, 타인도 있었고, 지인도 있었고, 가족과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그 안을 유영하는 내가 있었다. 내 주변에 인간이 없었다면, 난 결코 방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김진애 박사를 만나고 난 후에, 그녀의 원고를 받아 든 후에, 긴긴 방황을 끝낼 답을 찾았다. “인간에 대해 제대로 알자”는 것! 그래서 <남녀열전 : 파트너일까, 라이벌일까?>, 바로 그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관심과 탐구”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만들게 된다. -
레니 리펜슈탈 vs. 미켈란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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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zooey > [퍼온글] 주석 달린 앨리스
Alice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5
루이스 캐럴 원작, 마틴 가드너 주석, 존 테니엘 그림, 최인자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3월
절판


많은 분들이 찾으시던 마틴 가드너의 <주석 달린 앨리스> 결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함께 담긴 이 책은 양장본이지만 생각보다 무겁지 않습니다.

책을 펼쳐 엎어 놓았을 때의 모습입니다.

본문과 주석, 2단 편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존 테니얼의 삽화가 사이사이 들어 있습니다.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는 토끼가 보이는군요.

저기 보이는 것은 루이스 캐럴이 일곱 살 때의 앨리스를 찍은 사진과 스케치입니다. 아, 앨리스가 저런 얼굴의 소녀였네요.

책 뒷편에는 존 테니얼의 원본 스케치가 실려있습니다. 저기 나무 위 체셔 고양이가 보이시나요?

겉표지를 벗기면 빨간 속표지가 나옵니다. 가운데에 토끼그림이 금박으로 박혀있습니다.

드디어 출간된 <주석 달린 앨리스>의 결정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만듦새가 흡족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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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zooey > <파이 이야기> 중에서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 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것 아닌가요?"

..."두 분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요. 놀라지 않을 이야기를 기대하겠죠. 이미 아는 바를 확인시켜줄 이야기를 말이에요. 더 높거나 더 멀리, 다르게 보이지 않는 그런 이야기. 당신들은 무덤덤한 이야기를 기다리는 거예요. 붙박이장 같은 이야기, 메마르고 부풀리지 않는 사실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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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를 다 읽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저 대사가 얼마나 중요하고 가슴 아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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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zooey > 내맘대로 좋은 책 11월

"좋은 책이 많아 행복한 가을"

바람의 열두 방향 어슐러 K. 르 귄 지음 / 시공사
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10월의 수확은 <바람의 열두 방향>과 <최순덕 성령충만기>였다. 르 귄의 열성 팬은 아니지만, 또 책에 실린 몇 개의 단편은 이미 읽은 것이지만, 그래도 확실히 멋진 책이다. (표지 색감과 판형도 맘에 든다.) 특히 인상적인 건 각 단편 앞머리에 르 귄 자신이 해당 작품에 대해 짧게 술회한 부분. 작품의 발단, 출판의 뒷얘기, 소설에 대한 작가 자신의 해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의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번역도 매끄럽고 깔끔하다.
 
<최순덕 성령 충만기>는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한국소설이다. 또다른 이야기꾼의 등장을 조심스레 점쳐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랩'으로 서술되는 '버니'부터 전/성경의 형식을 빌려쓴 '최순덕 성령충만기'(에, 종교소설이 아니다.;)까지. 책에 실린 작품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 재미있고 완성도 있다. 이기호란 이름을 기억해두자.
 
그러나 많은 문학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10월에 나를 쓰러뜨린 작품은 <엄마 마중>이다. 알라딘에서 일하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어린이책을 조금이나마 접하게 되었다는 것. 아니었으면 조카도 친구 딸내미도 옆집 아기조차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내가 어린이 책을 접할 일이 없을 테니까. 이태준의 짧은 동시를 그림으로 풀어낸 이 책 <엄마 마중>. 대여섯 살 먹은 어린 아가가 버스 정류장으로 엄마를 마중나간다. 이영차 보도에 올라서서 '우리 엄마 안와요' 기웃기웃. 그림 한장 한장이 너무 가슴에 와닿아서 눈가가 순간 화끈해졌다. 알라딘 편집팀이 10월에 반한 책은 뭐니뭐니 해도 <엄마 마중>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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