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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은 어느 순간이되면 기억 속의 진실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기억의 왜곡은 당시 격렬했던 정서적 동요나 신체적 반응들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일어나곤 한다. 이러한 기억의 왜곡으로 인한 자신에 대한 이미지는 점점 더 쿨해진다. 의미없이 행했던 바보같은 행동들에도 의미가 부여되고 수치감을 느꼈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타인이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는 자진적 희생으로 미화시킴으로써 자신의 과거를 자신의 이미지를 재구성해나가는 것이다. 모든 자신의 행동엔 남모르는 뜻깊은 의미가 부여되고 기억 속에선 감정의 동요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신의 과거는 너무나 쿨하다. 쿨하다는 것은 스스로에겐 멋진 모습이지만 타인들에겐 서늘함이다.
계획되지 않은 행동이나 반응이란 그/그녀에게 없다. 모든 것이 의도된 사전에 계산된 것이며 오차는 인정하지 않는거나 인정하고 자시고를 따질 필요도 없이 오차란 없다. 모든 것이 계획과 준비에 의한 것이며 자신 뿐만 아닌 자신에 대한 타인들의 감정 동요와 행동 반응조차 계획 안에 있으며 예기치 않은 예외적 반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차란 존재하지 않는 계획된 것은 타인들에게 신에 대한 것과 유사한 경외감을 갖게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들은 결국 악마성을 느끼고 만다.
그들은 악마의 자식인 것이다?!
결국에 스스로에 대한 거짓말은 자신을 코너로 몰아넣는 족쇄가 되고 만다. 스스로 조차 자신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게 되어버리고 결국 스스로를 부정하게되는 사태까지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존재의 부재를 인정해야만 상황에 맞딱드리고 만다. 그 순간 당신은 사라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