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사 고요 1 납치사 고요 1
오노 나츠메 지음, 심정명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너 따위가 간파해낼 수 있는 녀석이 아니라니까. 야이치는 너를 상당히 가볍게 여기고 있어. 뭐, 어차피 무엇이든 가볍게 여기긴 하지. 머리 써가면서 즐기고 있다구. 종잡을 수 없는 사내야.

1권을 읽고 나면 2권이 전혀 안 궁금해진다- 는 엄청난 평을 주변에서 들었는데, 그리고 오노 나츠메를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꽤 재미있게 읽었다. 멋져보이는 제목과 달리 별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가운데 1권이 끝난다는 점은 명심할 것. 기묘한 야오이 필이 있어서... 남자들만 나오는데 이 섬세한 보드라움은 뭐람. ㅎㅎ 일본판의 인쇄가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팬이라면 일본판을 구해보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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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온천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선입견을 갖고 급하게 책을 읽다 보면, 책을, 작가를 오해하는 일이 생긴다. 내가 그런 실수를 한 최근의 예는 요시다 슈이치였다. 예전에 그의 책을 몇 권 읽고 흘려넘겼었는데 최근 <악인>을 읽고 내가 정말 그의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싶어졌다. 그래서 <첫사랑 온천>을 꺼내 읽었다. <파크라이프>는 다시 읽어야 할 듯. <퍼레이드>는 어디있지. 여기까지 생각하며 요시다 슈이치의 책 목록을 보다가 <7월24일 거리>가 그의 책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_- 이 사람 그렇게 말랑말랑한 글을 쓰는 게 아니었잖아. 난 바보인가. 씁.

<첫사랑 온천>은 다섯 온천을 찾은 다섯 사연을 담고 있다. 온천은 이래서 가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드는 여러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형,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는 거야?)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흰 눈 온천>과 <순정 온천>.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척 하지만 사실 말캉한 걸 좋아한다. 지친 일상에서 도망쳐 온천에 숨어봐야. 낙원은 고통을 가중시키기 마련이다.

<첫사랑 온천>에서. "행복한 순간만을 이어붙인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야." 에 우울해하다가, <흰 눈 온천>에서는 <대성당>식의 뜨끈함에 마음을 담궜다. <망설임의 온천>은 온통 회의투성이어서 울적했고, <바람이 불어오는 온천>은 춥고 슬펐다. <순정 온천>은 내가 누려본 적 없는 청춘(20살이 되기 전이라는 뜻이다)의 낭만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이 책의 현실적인 이야기는 그렇게까지 공명이 강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순정 온천>이 마음에 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덜 살아서, 덜 경험해서 좋은 건 현재에 막무가내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다른 사람과 나누어 가져야 할 과거도 없고, 앞으로 몇명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미래를 앞서 근심할 필요도 없다. 그저 지금으로 좋을 수 있다. 난 왜 그렇게 못 살았을까.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뭐- 초등학교 때라도. 겁이 너무 많아, 나는. 그냥 지금 좋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닌가. 왜 그렇게 행동할 줄 모르는 걸까.

이보다 더한 즐거움을 마키가 아닌 누군가와 느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직 겨우 17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이 17년동안 가장 좋아한 여자였고, 앞으로 몇년을 더 산다 하더라도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진 않을 것 같았다. -199

앞으로 마키가 아닌 여자와 온천에 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 여자와 계속 함께 있고 싶다. 가끔 응석을 부리는 것도, 때때로 토라지는 것도, 귀찮게 계속 되묻는 것도, 왼쪽 눈 밑에 있는 작은 점도, 본인은 싫어하는 덧니도 전부 다 좋았다. 이런 마음이 언젠가 사라질 거라는 사실 같은 건, 별이 반짝이는 산속 노천탕에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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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포스트, 1663 1 - 네 개의 우상
이언 피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원제 'An Instance of the Fingerpost'는 '길안내표시(Fingerpost)가 가리키는 증례'를 말한다. 17세기 초 귀납법을 확립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역저 <노붐 오르가눔>에 나오는 이 말은, 어떤 문제가 미궁에 빠졌을 때 오로지 한 길을 가리키며 모든 형태의 증거를 압도하는 독자적 증거를 뜻한다. 이 책은 원래 <옥스퍼드의 네 증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개정판이 나오면서 제목이 원제에 가깝게 바뀐 경우.

<장미의 이름>에 필적하는, 제2의 <장미의 이름> 등등의 말이 참으로 자주 나오는데- 그 표현에 그나마 걸맞은 책은 이 책인 것 같다. 이언 1997년작인데 구성도, 내용도 재미있다. 막판에 밝혀지는 그.. 그.. 나름의 반전은 약간 뜨악하지만, 그도 이해할 수는 있다. 이 책이 보여주려는 세계- 종교를 중심으로 살육이 자행되는-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말인 동시에... 그 종교를 믿는 "당대"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보았음직한 문제를 끌고 들어온다. 옛날 유대인들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 사라 블런디(와 그녀의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엇갈리는 진술. 당시 시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죄의식을 벗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행위에 대해 생각할 것.
첫 문장이 결국 가장 큰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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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등 이펙트 - 지금 누군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
로빈 스턴 지음, 신준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보다 별로인데 오히려 생각할 꺼리를 준다.
<악인>의 요이치가 말했던 대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고 싶어한다는 말을 참조할 것.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황을 탈피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자신의 편안함을 지키기 위해서.
사실 피해 내용도 이상한 경우가 많다.
(영화 <가스등>처럼 극적인 경우는 많지 않다)
피해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
심리학 관련 서적을 좀 읽어 본 분이라면 많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책이므로, 미리 한번 살펴보고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영화 <가스등>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채 책이 끝나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시간과 돈이 아까웠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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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남자가 체포된다. 퀴즈쇼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그 상관관계라니. 자ㅡ 주인공 '나'는 무려 10억 루피의 상금을 내건 퀴즈쇼의 첫회에 출연했다 우승한다. 그는 일자무식이며(뒤에 밝혀지지만 영어는 할 줄 안다), 두뇌 말고 손발만 사용해야 하는 천민이다. 그런 그가 대학원 졸업생도 맞추기 힘든 문제를 연속으로 12개 맞춰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는 체포되고 고문을 받는데 갑자기 웬 변호사가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 그런데 그 문제 정말 당신이 맞춘 건가요? 그 답들을 알게 된 계기를 한번 말해보시죠. 그래서 그는 자기 인생 얘기를, 배운 것 없이도 아는 게 많을 수 밖에 없었던 길거리에서의 삶을 털어놓는다. 까짓거 반전이 있다고는 해도 약간 허접하고, 진짜 예측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이 이야기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은 말릴 수 없다. 착하지만, 착하게만 살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외교관으로 살다가 처음 쓴 소설로 대박난(i.e. 원래 가진 것 많다가 이젠 성공한 소설가가 되기까지 한) 비카스 스와루프의 한마디. 무척 마음에 드는. "TV 퀴즈쇼는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우승자는 언제나 예측 가능하다. 이를 한번 비틀고 싶었다. 그리고 말하고 싶었다. 인생이라는 퀴즈쇼에서 필요한 것은 지식인들의 고급 두뇌가 아니라 거리 아이들이 생활에서 체득하는 지혜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발리우드 영화들처럼 약간 조악하지만 총천연색인, 행복이라는 말만으로 점철된 엔딩. 이런 땐, 정말 인생이 영화같아면, 하고 소망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다들 약간은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이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결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뭐냐면. 멋진 변호사 여자를 이야기에 끌어들이기에 그녀와의 해피엔딩인 줄 알았더니, 가슴에 담배빵당하고 12살때부터 오빠가 운영하는 홍등가의 가게에서 매춘부로 살아온("나"의 첫 여자) 그녀와 결국 결혼하더라는 것. 작은 사람들을 잊어버리지 않는, 불운한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는 작가라서- 이 책을 조금 더 좋아하기로.

여튼, 그렇다면, 해피엔딩은 무엇인가요? 어떤 게 해피엔딩인가요? 내가 원하는 해피엔딩은 어떤 것일까요.


-"아가씨 이름은 뭐에요?"
"니타."
"니타 뭐죠?"
"무슨 뜻이죠?"
"성이 뭐냐고요? 성은 없어요?"
니타가 낄낄대고 웃었다.
"여긴 창녀촌이에요. 결혼상담소가 아니라고요. 창녀한텐 성이 없어요. 애완견이나 애완 고양이처럼 창녀는 이름밖에 없어요. 니타, 리타, 아샤, 참파, 미나, 리나... 당신 맘에 드는 걸 골라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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