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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포스트, 1663 1 - 네 개의 우상
이언 피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원제 'An Instance of the Fingerpost'는 '길안내표시(Fingerpost)가 가리키는 증례'를 말한다. 17세기 초 귀납법을 확립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역저 <노붐 오르가눔>에 나오는 이 말은, 어떤 문제가 미궁에 빠졌을 때 오로지 한 길을 가리키며 모든 형태의 증거를 압도하는 독자적 증거를 뜻한다. 이 책은 원래 <옥스퍼드의 네 증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개정판이 나오면서 제목이 원제에 가깝게 바뀐 경우.
<장미의 이름>에 필적하는, 제2의 <장미의 이름> 등등의 말이 참으로 자주 나오는데- 그 표현에 그나마 걸맞은 책은 이 책인 것 같다. 이언 1997년작인데 구성도, 내용도 재미있다. 막판에 밝혀지는 그.. 그.. 나름의 반전은 약간 뜨악하지만, 그도 이해할 수는 있다. 이 책이 보여주려는 세계- 종교를 중심으로 살육이 자행되는-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말인 동시에... 그 종교를 믿는 "당대"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보았음직한 문제를 끌고 들어온다. 옛날 유대인들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 사라 블런디(와 그녀의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엇갈리는 진술. 당시 시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죄의식을 벗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행위에 대해 생각할 것.
첫 문장이 결국 가장 큰 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