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
소복이 지음 / 새만화책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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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때 그 사람이랑 결혼했어야 했나?’ 소복이의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삼십대에 독신으로 사는 여자의 일상 이야기다. 밤 늦게 술에 취한 친구가 찾아오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직 남자친구는 아닌 남자와 영화를 보려다가 바람을 맞기도 한다. 귀엽다고 생각한, 마음에 들었던 남자는 그녀를 ‘누나같다’고 말한다. 스무살 때부터 다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때도 있다. 선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괜히 떠오르는 옛생각으로 지하철에서 울기도 한다. <시간이 좀 걸리는 두 번째 비법>이라는 책 제목은 소복이가 옛 사랑을 잊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을 일컫는다. 극중에 인용된 마종기의 싯귀처럼 “한때는 아쉬웁게 나를 목마르게 하던 것이 이제는 부질없는 열병으로 진단되어 멀리 떠나 버리고” 난 뒤의 일상을 가만히 응시하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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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절망선생 1
쿠메타 코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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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나서는 안되는 두 사람이 만나고 말았다. 무슨 일이건 매사를 부정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남자와 무슨 일이건 매사를 긍정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소녀가 만났다. 세상에 절망한 남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가지에 목을 매지만 소녀는 그를 끌어내리며 “키를 쭉 늘이려는 거였죠?”라고 묻는다. 그녀의 아버지가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도산하고 빚더미에 올랐을 때 그처럼 “키를 늘이려”했다며.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각자의 절망/낙관의 안드로메다에 사는 주인공들이 그렇게 만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자는 이토시키 노조무라는 이름의 학교 선생이고, 소녀는 그가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 후우라 카후카였다. <안녕, 절망선생>은 그런 엉뚱한 인물들이 제각기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담임 선생이 절망을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으니, 진로 희망 조사는 진로 ‘절망’ 조사로 둔갑한다. 될 리 없는 것을 쓰는 식이다. 축구부 소속이지만 실력을 충분하지 않은 학생은 ‘세리에 A’와 ‘일본대표’ ‘J리그’를 쓴다. 그러고 보니 그야말로 자유롭고 원대한 꿈을 갖게 되는 셈이다. 기묘하게도 그의 절망은 현대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에 반항해 생겨난다. 그래서 그의 절망어린 한마디는 학생들을 절망에서 구하기도 한다. 분수에 맞는 소망을 갖도록 교육받는한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꿈을 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히키코모리 학생에게 자꾸 밖으로 나오라고, 사람들을 만나라고 강요하는 것 보다는 절망 선생의 “죽고 싶어지면 우선 선생님께 말하도록 해요”라는 말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절망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후우라의 막무가내 낙관주의는 묘한 균형을 잡는다. 이를테면, 절망선생은 연하장을 보낼 때, 새로 산 휴대전화의 주소록을 정리할 때 무심코 이 사람 저 사람을 짤라버리고 삭제해버리는 일에 절망한다. 후우라는 그에게 방긋방긋 웃으며 말한다. “단순한 FA에요. 새로운 무대에서 활약하라고 뒤에서 밀어주는 거에요.”

<안녕! 절망선생>은 절망과 희망, 비관과 낙관 중 어느 쪽이 옳다거나 더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작가 구메타 고지는 이렇게 볼 수도 저렇게 볼 수도 있는 일들을 두 명의 극단적인 캐릭터와 그들을 둘러싼 더더욱 극단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줄 뿐이다. 하나하나의 사건은 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라, 읽다 보면 이쪽의 말에도 저쪽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킥킥대며 동의하게 된다. 절망선생은 부모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아지는 세상에 절망하고, 늘 “고객을 위해”라는 이름으로 고객의 주머니를 여는 광고들의 생색내기에 절망한다. 그리고 절망한들 무엇이 나쁜가. 웃음을, 행복을, 낙관을, 더 부유하고 아름답고 완벽하기만한 세상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절망을 낳는 건 아닌지. 절망이 절망을 낳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안녕! 절망선생>이 던지는 의미있는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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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절망선생 10
쿠메타 코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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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나서는 안되는 두 사람이 만나고 말았다. 무슨 일이건 매사를 부정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남자와 무슨 일이건 매사를 긍정적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소녀가 만났다. 세상에 절망한 남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가지에 목을 매지만 소녀는 그를 끌어내리며 “키를 쭉 늘이려는 거였죠?”라고 묻는다. 그녀의 아버지가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도산하고 빚더미에 올랐을 때 그처럼 “키를 늘이려”했다며.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각자의 절망/낙관의 안드로메다에 사는 주인공들이 그렇게 만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자는 이토시키 노조무라는 이름의 학교 선생이고, 소녀는 그가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 후우라 카후카였다. <안녕, 절망선생>은 그런 엉뚱한 인물들이 제각기 세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담임 선생이 절망을 종교처럼 떠받들고 있으니, 진로 희망 조사는 진로 ‘절망’ 조사로 둔갑한다. 될 리 없는 것을 쓰는 식이다. 축구부 소속이지만 실력을 충분하지 않은 학생은 ‘세리에 A’와 ‘일본대표’ ‘J리그’를 쓴다. 그러고 보니 그야말로 자유롭고 원대한 꿈을 갖게 되는 셈이다. 기묘하게도 그의 절망은 현대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에 반항해 생겨난다. 그래서 그의 절망어린 한마디는 학생들을 절망에서 구하기도 한다. 분수에 맞는 소망을 갖도록 교육받는한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꿈을 꾸는 일은 불가능하다. 히키코모리 학생에게 자꾸 밖으로 나오라고, 사람들을 만나라고 강요하는 것 보다는 절망 선생의 “죽고 싶어지면 우선 선생님께 말하도록 해요”라는 말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절망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후우라의 막무가내 낙관주의는 묘한 균형을 잡는다. 이를테면, 절망선생은 연하장을 보낼 때, 새로 산 휴대전화의 주소록을 정리할 때 무심코 이 사람 저 사람을 짤라버리고 삭제해버리는 일에 절망한다. 후우라는 그에게 방긋방긋 웃으며 말한다. “단순한 FA에요. 새로운 무대에서 활약하라고 뒤에서 밀어주는 거에요.”

<안녕! 절망선생>은 절망과 희망, 비관과 낙관 중 어느 쪽이 옳다거나 더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작가 구메타 고지는 이렇게 볼 수도 저렇게 볼 수도 있는 일들을 두 명의 극단적인 캐릭터와 그들을 둘러싼 더더욱 극단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줄 뿐이다. 하나하나의 사건은 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라, 읽다 보면 이쪽의 말에도 저쪽의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킥킥대며 동의하게 된다. 절망선생은 부모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아지는 세상에 절망하고, 늘 “고객을 위해”라는 이름으로 고객의 주머니를 여는 광고들의 생색내기에 절망한다. 그리고 절망한들 무엇이 나쁜가. 웃음을, 행복을, 낙관을, 더 부유하고 아름답고 완벽하기만한 세상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절망을 낳는 건 아닌지. 절망이 절망을 낳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안녕! 절망선생>이 던지는 의미있는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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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핑 뉴스
애니 프루 지음, 민승남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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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고 남을 배려한다고 난파 가능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시핑 뉴스>의 주인공 쿼일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쿼일은 뚱뚱한 얼뜨기였다. 그가 사랑한 여자는 아무하고나 잠을 자더니 사고로 갑자기 죽어버렸다. 그는 자동판매기용 사탕 배달원, 편의점 철야 판매원, 삼류 신문기자로 살았다. 그는 괴로울 때면 멍하니 자신의 상황을 신문 헤드라인처럼 구성하곤 했다. 그 헤드라인에는 비극뿐이다. “집 나간 엄마, 자식 유괴해”, “남자, 상심하여 죽다” 같은.

이 뚱뚱하고 굼뜬, 요령부득의 중년 남자 이야기가 왜 매력적인지 설명하기는 힘들다. 쿼일의 삶은 난파, 난파, 난파를 거듭한다. 아내가 죽고 나서 새출발을 하기 위해 그가 고모와 딸 둘을 데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뉴펀들랜드로 향했을 때, 그 곳에는 시시껄렁한 일자리와 불모의 땅이 있었다. 울적한 일의 연속인데 책장은 야금야금 잘도 넘어간다. 쿼일의 삶이 멋지지는 않지만 생판 남의 것처럼 멀고 설지도 않기 때문이다. 더럽게 되는 일이 없고, 사들이는 물건은 늘 엉망이고, 희망을 가지려고 발버둥치면 어느새 전보다 나쁜 상황에 몸을 묻고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쿼일의 삶은 따뜻해진다. 상황은 그대로인데도. 쿼일은 그렇게, 내가 냉소하던 무언가를 믿게 만든다. 사랑이나 희망처럼, 온전히 제힘으로 빛나는 아름다움을.

리안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소설을 쓰기도 한 애니 프루는 대자연의 일부로서의 삶에 순응하는 사람들을 촘촘하게 엮어낸다. 아름다울수록 위험한 해안의 우빙(雨氷)과 옛 서부영화에 나오는 총잡이처럼 서서히 바다속에 수장된 이빨 빠진 죽은 개가 있는 그곳은 쿼일이 스스로의 상처를 딛고 일어설 버팀목이 되어준다. 삭막하게 얼어붙은 땅에서 난파 뒤에 살아남는 법을 깨치는 이 불가능의 가능은 애니 프루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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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우위의 중국문화기행 1 - 세계문화산책 01
위치우위 지음, 유소영.심규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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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우위의 중국문화기행>은 중국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다. 중국인의 관점에서 본 중국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두 권의 책이다. 외국인들이 중국을 겉으로 훑어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계층의, 광범위한 시대의 중국인들의 삶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제법 맛깔나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기 위한 입문서로도, 깊이 이해하기 위한 담론의 시작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이야기의 시작은 뜻밖에도 ‘영욕의 발해 유적지’다. 과거 아시아 최대의 도시였던 발해국의 성대했던 절정기와 야만적이었던 최후를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척에 있는 경박호의 고즈넉한 웅장함(모순적인 설명이지만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과 대조되는 화려함을 갖추었을 도시가 돌덩이가 갈라지도록 불타버렸다는 이야기는, 한국사의 관점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글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진 자료가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상당 기간 동안 중국에서 가장 부유했던 성이 바로 산시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에서 나오는 핑야오 성내의 고대 민가의 현대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은 한때 번성했던 산시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핑야오 고성 밖의 풍경은, 성벽이 멀리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쪽에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성벽의 규모를 보여준다. 명대의 화가 사시신의 <광여폭포도>와 그림의 무대가 된 삼첩천 폭포 사진이 나란히 실린 것을 비교하며 살피다 보면 여산 제1의 경관이라는 삼첩천의 지난한 여행(오르고 또 오르고 내려갔다가 또 오르는 일의 연속) 끝에 펼쳐지는 절경에 압도당하는 위치우위의 감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중국 문화의 일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일화들도 흥미롭다. 전국 제일이라고 불리며 중국사에도 이름을 남긴 두 상업관리 전문가들, 뇌이태와 모홍홰의 이야기가 그렇다. 암투를 거듭하던 두 지략가는 비열한 수법을 거듭하다가 결국 자신의 손자에게 상대방의 이름을 지어주어 상대방의 이름을 모욕했다. 상대를 증오하는 건 그렇다치고, 할아버지의 원수 이름을 갖게 된 손자는 무슨 죄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위치우위의 말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상대방을 모욕하는 방법은 완전히 중국식이다”.

저자 위치우위는 중국의 예술평론가이자 문화사학자다. 문화혁명기에 대학생이었던 그는 병을 얻어 벽촌에 파묻혀 동, 서양 고전을 섭렵하며 사상적 깊이를 다졌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저술활동으로 이름높은 그는 장자와 소동파를 젖히고 ‘현대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100명의 중국 작가’ 9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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