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반장 추억 수첩 - (18)

: //  입대할 때 가지고 있던 전화번호 수첩에 기록한 이런 저런 메모들 입니다.
//   306 보충대에서 3일 동안 생활하면서 느낀 점을 기록했지요.

첫날(11/18-화-맑,추)군대 왔다는 기분 X 춥다
생각 외로 밥은 괜찮음

2.(19-수-맑)동우는 수능 잘 칠까?
아침, 저녁 춥다, 밥 마음에 듦, 배설의 기쁨 앎
신교대 힘들까?

3.(20-목-맑)군복입음,
겨울은 추우면서도 더운 계절 By 삽질

/* 처음 군대가면 누구나 다 경험할 겁니다.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가서 인지 긴장을 해서인지
   이상하게 대,소변이 잘 안 나옵니다.

   오줌은 마려운데 나오지는 않고...    진짜 사람 죽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증상은 신교대까지 계속 갑니다.

   신교대에서 밥 먹는 양이 진짜 엄청난데 3일인가 4일 동안
   대변을 한 번도 못 본적이 있습니다.  
   “이러다가 똥이 몸 안에 쌓이고 쌓이다가 내장이 터지는 건 아닐까?”  
   라는 무서운 상상까지 하게 되지요.   헐 헐 헐.

   안 경험해보면 모릅니다.
   3~4주 정도 되면 원래대로 돌아오죠.   ^^;  
   응가를 가래떡 뽑듯이 쫙쫙 눌 때 기분이 얼마나 좋았던지 원...   */

 

: 군 생활 두 번째 혹한기 훈련 중 짤막한 기록...

첫째 날

조금은 널널한 것 같다 날씨도 그런 대로 포근한데
내일부터 '억수로' 춥다고 한다 --;

모든 일에서 마찬가지겠지만 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당당히 맞서자.
그래야 맘도 편하고 시간도 잘 간다.
훈련에서건 다른 일에서건....


둘째 날

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불었다.
결론 -> 억수로 추웠다.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서 그런지 훈련이 약간 재밌게 느껴졌다.

안면 마스크의 위대함을 알았다.
먼지를 반찬 삼아 밥도 먹고...
포반장이 되면 과연 내가 잘 이끌어서 훈련을
잘 뛸 수 있을까하는 약간의 근심, 걱정이 느껴진다.

야간 보초 갔다 와서 똥을 눴다
... 죽음이다 죽음...
말이 필요 없다


셋째 날

욕도 들어 먹고...
정말 긴~~~긴 하루다.
간밤에 군장을 바깥에 놔뒀는데 그 사이 수통에 있던 물이 얼어버려 물을 못 마셨다.

일이 잘 되질 않아 답답했다.
내 스스로 풀이 죽어 김기만 병장님한테 내 부족한
점이 뭔지 물어봤다.
김기만 병장님은 부족한 건 없고 다만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훈련장에 사단장이 와서 정말 힘들고 짜증났다


넷째 날

여전히 아침은 추웠다! 아침밥으로 개선식이

// 개선식이란... 쉽게 말해서 군용 햄버거를 말 합니다.
// 패티, 햄버거 빵, 감자 튀김, 치즈 1장, 우유, 야채 샐러드
// 그리고.... 딸기잼 까지... 헐 헐 헐
// 웬 딸기쨈을 햄버거에 발라 먹냐고 궁금해 하실 텐데...
//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주니까 먹어야죠 뭐.   ^^;
// 그래도 저는 이 개선식을 엄청 좋아했습니다.
// 롯데리아나 맥도날드에서 이 메뉴가 나온다면 저는 아마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 꼭 사먹을 겁니다.   하 하 하.

나왔는데 치즈는 치즈 크래커로 변했고 야채샐러드는
야채맛 아이스 바로 변해 있었다.

얼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얼어 버렸다.
로션, 물, 할 것 없이 모두.....

정말 살기 위해 먹는다는 걸 절실히 몸으로 느꼈다.
먹지 않으면 몸이 못 견딘다.
여태까지 뛰었던 훈련 중 이번 훈련이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
오후에 다른 진지로 이동했다.
오후 날씨는 많이 포근한 것 같다.

어제 밤은 영하 15도 정도... 오늘은 기껏해야 영하 5도
정도 되지 않을까?

내일 복귀다!
복귀 후 행군을 해야 하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앞으로 20여 시간만 더 있으면 군 생활에서
혹한기 훈련은 끝이다
결론 -> 추운 건 힘들다!


마지막 날

아침에 정말 추웠다!
마지막 날 밤은 좀 포근하다 싶었는데...
에누리 없이 추웠다.

복귀 후 20Km를 완전 군장해서 행군했다
그때까지 우유, 건빵만 먹고 딴건 못 먹었다

행군을 마치고 나자.... 정말 후련했다
더 이상 내게 혹한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훈련 내내 두꺼운 이불에 푹 자는 생각이 간절했다.

훈련 중 밤하늘은 왜그리 밝고 아름다운지...
야전 보다는 부대가 부대보다는 집이 낫다
유격보다 요번 혹한기가 더 힘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간간히 들었다

/* 추운 건 정말 힘듭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글을 쓰지만요.

   제가 부산에 사는데 부산은 기껏 추워봤자 영하 2~3도거든요.

   부대 있을 때 고참들이 전부하는 말이 있죠.
     
   "내가 사회 있을 땐 내복 같은걸,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군대니까 입는다. 궁시렁 궁시렁... "

   흘 흘 흘... 군대는 정말 춥습니다.
   기본 속옷, 내복, 체육복,  조끼, 깔깔이, 전투복, 야상
   스키파카 상,하의...  이렇게 입으면 정말 깝깝하고 움직이기
   힘든데... 그래도 추위타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군대 갔다 와서 생각이 바뀐 게 있습니다.
   바로 '겨울에는 내복을 입자'는 겁니다.
   남자가 쪽팔리게 웬 내복이냐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저는 어설픈 자존심 보다는 '실리'를 택하고 싶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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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Pei 2005-01-3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존심보다 "실리". 이건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알면서도 가끔 자존심이 앞선다구요. 쓸데없는 자존심이. 특히 아내와 부부 싸움 할 때에는 자존심과 자존심의 싸움이 된다구요... 자존심=감정, "실리"=이성. 나는 자존심의 동물인 것 같애요. ㅎㅎㅎㅎ.

세벌식자판 2005-01-31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그렇죠 뭐... ^^;
이런 말이 있더군요.

[ 자존심이 없다면 그건 사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자존심은 많은 것을 잃게 한다. ]

자존심 vs 실리... 균형 잡기가 참 어려운 문제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