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명실상부한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퇴근길 인문학’이란 제목은 더 없이 아름답지만 내용은 이름에 비해 많이 모자란다. 꼭지별로 수준차도 심하고, 이런 글을 읽는 것이 왜 인문학인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퇴근길에 한 꼭지씩 읽고 흥미를 돋우길 바랬는데 기대와는 달랐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의 기자 조지 앤더스는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라는 저서에서 인문학은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돈이 되고 고용을창출하며 혁신의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브루킹스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미국의 전공별 고소득자를 살펴보니 철학·정치학·역사학 전공자들이 주류를 이뤘다는 것이다. 증권·금융은 물론이고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 설립자의 3분의 1이 인문학 전공이라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알리바바의 마윈, 미국 대선 경쟁에까지 나섰던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 등도 인문학 전공자들이다.
_ p.7

레밍은 대략 4년 주기로 급증했다가 대량 사망하고, 개체 수가 줄면 빈공간을 이용해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주기적인 사이클을 보인다. 레밍이 한꺼번에 죽었을 때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먹이가 모자라 굶어 죽은 게 아니었다. 과밀화 상태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증하면서 지레흥분하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돌변해 정상적인 대사 리듬이 깨어진 상태였다. 남을 공격했는데 내가 망가지는 ‘부정적 그물‘에 덜컥 걸려들고 만것이다. 검은 기운이 덮친 레밍을 포식자가 잡아먹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레밍은 별 수 없이 스트레스에 번번이 패한다.
_ p. 27

전문가로 뜨긴 떴지만 지는 것도 쉬워 보인다. 견디는 힘을 키우면서변신 능력을 꾸준히 기르는 게 상책이다. 환경은 바뀌고 사회의 요구도달라진다. 변할 수 있는 힘을 넓혀야 살아남는다.
_ p. 53

과례나 관행도 문제다. 과거의 방식을 의식적으로 답습하게 된다면 꾼대질에 갑질을 더하게 된다. 잘못된 악습이나 구습은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를 대대손손 따르고 싶어 한다. 고부간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후기 조선시대의 잘못된 관행을 고수하며,
저지르는 갑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며느리도 귀하게 자란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생각보다 며느리는 일꾼이라는 구닥다리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를 정의롭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정치판 돌아가는 상황에 빠삭한 50대가 있다고 치자. 대학 다닐 땐 정작 민주화 운동을 못 본 체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스펙도 쌓았다. 고속 승진으로 50대에 기업의 임원이 된 그는 이제 정치에 대해 갑론을박한다.
그러나 정작 회사에서 사건이 터져 부하 직원이 불이익을 받고 힘들어할땐 옳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 소중하게 여긴다. 어떠한 순간에도 자신의 이익은 손톱만치도 내려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그에게정의는 박제된 채 입만 살아 움직일 뿐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불의도 못 본 적하고 이익만 챙기면서 겉으로만 국가의 대의를 논하고 정의를말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_ p. 63

취음에 나치는 공산주의자를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유대인을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은 노동운동가를 잡아갔다.
역시 침묵했다. 나는 노동운동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가톨릭교도를 잡아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가톨릭교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부터 내 이웃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침묵했다. 그들이 잡혀가는 것은 뭔가 죄가 있어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친구들이 잡혀갔다.
그때도 나는 침묵했다. 내 가족들이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내주위에는 나를 위해 이야기해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틴 니뮐러 Martin Niemiller
_ p. 65

가 마크 트웨인도 재테크 투자에서는 뉴턴 못지않았다. 주가상승천호돼 몰빵투자(집중투자)를 했다가 거덜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10월은 주식투자에 극히 위험한 달이다. 또 7월과 1월, 9월, 4월, 11월,
1월 3월, 6월, 12월, 8월, 2월도 위험하다"는 명언도 그래서 나왔다.
_ p. 323

여기서 문제는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부가일상의 합리적 운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는 데 있음을 알지 못한다. 자신의 일상은 팽개치고, 자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까마득히 높고 멀리있는 형이상학적인 그 무엇을 찾으려 한다. 그것을 ‘관심‘이라는 말로 포장해놓고, 하다가 안 되면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닌 것인 양 포기한다.
무관심의 끝은 참으로 슬프다. 자기가 해야 할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어려움에 봉착하면 공부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남에게 밀어버린다. 자신의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공부임에도 불구하고 객관화시켜 저 멀리 내보내고 만다. 오히려 그런 생활을 즐기기까지 한다. 인생을잘 살기 위한 공부인데 내가 먼저 찾아 하는 게 사람의 도리 아닌가.
_ p.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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