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인생독법
조용헌 지음 / 불광출판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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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는 책이 잘 읽히지 않는다.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읽어도 머릿속에 남지 않는 것 같다. 이럴 때 읽는 책이 재미있는 소설책이나 에세이집이다. 신기하거나 기묘한 이야기도 끌린다. 불안할 때 사주 보러 가는 심리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 또한 어지러운 마음을 붙잡아서 슬럼프를 털어내려는 나의 눈물겨운 노력 중에 하나다.

 

  이 책은 예전에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고른 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신기한 이야기도 많고, 독특한 시선도 있어 흥미로웠지만 아무래도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라서 그런지 완결성이 떨어진다. 소재도 중복되고, 짧은 칼럼의 특성상 기-승에서 바로 결로 마무리되는 느낌의 글이 많다. 인생사 사는 방법이야 여러 가지라 글쓴이의 사고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선한 행동으로 덕을 쌓고, 책과 사색을 즐기며, 스승과 친구를 찾아 나누라는 말은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독립불구(獨立不懼) 돈(둔)세무민(遯世無悶)’하라고 되어 있다. ‘홀로 서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에 나가지 않고 숨어 있어도 번민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독립불구 돈세무민’의 마음 자세가 되어 있으면 점을 칠 필요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마음이 안 되니까 미래가 불안하고 사는 것이 불안하고 그러다 보면 점에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 P21

재다신약한 팔자로 태어났으면 대처법은 무엇일까? 진단만 정확하면 처방은 있기 마련이다. 우선 신약을 보강하는 방법은 독서와 공부, 그리고 호학(好學)하는 친구를 가깝게 두는 일이다. 독서를 하면 사람을 덜 만나게 된다. 신약한 사람은 사람을 많이 만나면 진이 빠진다. 독서를 하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독서를 하면 역사의 현인들과 대화를 하는 셈이다. 독서를 하면 자기를 돌아보게 되어 실수가 적다. - P32

재다신약한 팔자에서 가장 큰 위기는 재물이 들어올 때다. 대운에서 재물이 들어오는 해에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은 재물이 들어오는 해가 좋지만, 재다신약은 재물이 화근이 된다. 이때에 닥쳐서는 재물을 주변에 많이 풀어야 한다. - P32

머리를 많이 쓰는 사람은 물을 가까이하고 호수·강·바닷가에 거처하면 재미를 본다. 나는 물이 질퍽질퍽한 논두렁을 많이 걸었다. ‘지자요수(知者樂水)’가 이 말이다. ‘지자는 물을 좋아한다’는 것으로 ‘물을 보면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뜻이다. - P40

불이 필요한 경우는 우울증이다. 세상사 모든 게 시들해진다. 마음이 허(虛)하고 낙(樂)이 없다. 가슴속에는 온갖 근심 걱정만 가득하다. 아무리 하지 않으려고 해도 근심 걱정이 머리에 가득 차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이럴 때는 불을 봐야 한다. - P40

음양오행은 풍수, 관상, 이름 짓기, 체질 등 일상에서 계속 적용되어 온 세계관이자 경륜, 지혜이다. 핵심은 강한 부분은 눌러주고 약한 부분은 보강해주는 조화와 균형에 있다. 조화를 이루면 모든 것이 통한다.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 P54

3년 정도 살아봐서 건강에 이상이 없고, 큰 사건사고가 없고, 소송분쟁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 터는 명당이라고 봐도 좋다. - P100

인생은 잘 나갈 때보다는 잘 못 나갈 때가 더 많은데,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다. - P117

그 사람이 공부가 됐나, 안 됐나를 가늠하는 기준은 바로 독락(獨樂)에 있다. 독락이 되는 사람은 공부가 된 것이다. - P238

소설가 이병주는 명언을 남겼다. ‘승자의 기록은 태양의 빛을 받아 역사가 되지만, 패자의 기록은 달빛의 조명을 받아 신화와 전설이 된다.’ - P254

배터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조직에 붙어 있으면 좀 그렇다. 배터리가 조금 남아 있을 때 미리 조직을 나오는 게 좋다. 조직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 붙어 있으면 에너지가 방전되기 쉽다. 조금 먼저 나와야만 남은 에너지를 이모작하는 데 투입할 수 있다. - P275

명나라 말기의 화가 동기창(董其昌, 1555~1636년)은 그의 명저인 ≪화안(畵眼)≫에서 ‘만 권의 독서를 하고 만 리를 여행해봐야 가슴에 쌓여 있는 탁기와 먼지를 털어버릴 수 있다.’고 써놓았다. - P323

그 선택의 순간에 저쪽이 아닌 이쪽을 선택한 이유를 파고 들어가다 보면 섭리와 팔자에 맞닿게 된다. 당시에는 현실적인 이해타산이나 이성적 판단이라고 여겼을 테지만 지나고 보니 이것은 무의식에서 내린 판단이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무의식이 이끌어서 내린 결정이나 판단이 결국 팔자가 된다. 쇼펜하우어는 이를 가리켜 ‘맹목적인 의지’라고 표현하였다. 지성이라고 하는 것은 맹목적인 의지의 하인이라는 것이다. 지성이 이끄는 게 아니라 우리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맹목적인 의지가 이끈다. - P327

전생에 지어놓은 업보는 고칠 수 없으므로 담담하게 수용하면서 내 생에 전개될 카르마를 현생에 만들어놓는 것이다. - P328

나의 생각은 팔자론이다. 팔자는 정해져 있다. 어지간해서는 바꿀 수 없으며, 자기 팔자대로 산다. 그렇다면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가? 나는 10% 정도는 있다고 본다. 9:1론이다. 사실 10%의 노력은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10%의 노력이 100%의 운명을 바꾸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10%의 노력과 방법은 무엇인가. 운명을 바꾸는 방법으로 크게 여섯 가지가 있다. 첫째 적선, 둘째 스승, 셋째 기도와 명상, 넷째 독서, 다섯째 명당, 여섯째 지명, 자기 팔자를 아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가 수 천 년 동안 전해져온 동양의 철인들이 정리한 요점이다. - P329

인생의 시행착오는 자기 분수를 모르고 과욕을 부리는 데서 온다. 과욕을 부리는 것을 ‘적극적’이라고 착각하고, 분수를 지키려는 노력을 ‘소극적’인 태도로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팔자의 핵심은 때를 아는 것이다. 내 인생이 지금 봄인지, 여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눈 내리는 한 겨울에 씨 뿌리려고 덤벼드는 사람은 때를 모르는 사람이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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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2 - 민주주의의 빛과 그림자 그리스인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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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보다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오노 나나미는 역시 강력한 리더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천재적인 지도자가 통치할 때의 번영, 각자도생하는 민중들이 주도할 때의 혼란을 비교 대조하며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관점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강력했던 이익 공유체 델로스동맹이 무너진 이유는 리더인 아테네의 탐욕이었다. 동맹으로 인한 이익은 횡보하는데도 불구하고, 작은 도시국가에도 예외 없이 부과되던 분담금 때문에 내부로부터 무너졌다.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지금, 트럼프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이러한 대외적인 혼란 속에서 대중들의 분노와 불안, 혐오를 부추기는 선동가들이 득세했고, 그렇게 아테네의 번영은 끝났다. 집단지성을 믿지만, 대중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세네카는 민심에 거스르기만 하면 국민에 의해 망할 것이고, 민심에 따르기만 하면 국민과 함께 망할 것이다.’라고 했다. 크게 공감이 가는 말이다. 민주정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테네는 바로 그 민주정 때문에 역사에 잊히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아테네의 민주정이 실패했다고 하여 스파르타의 과두정이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는다. 아테네가 봉착했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저는 링컨 대통령이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민심과 함께하면 실패할 것이 없고,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할 것이 없다.”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존경하는 박형준 의원께서 링컨의 말씀을 하셨는데 세네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민심에 거스르기만 하면 국민에 의해 망할 것이고, 민심에 따르기만 하면 국민과 함께 망할 것이다. (2007129, 개헌 관련 여야토론회 중) _ 한국일보 똑똑, 뉴구세요?2020424일 기사 에서


의롭다거나 정직하다는 것은 개인의 인간관계에서는 칭찬을 받아 마땅한 ‘미덕’이다. 그러나 국가 관계에서는 그것이 반드시 ‘미덕’이 되지는 않는다. 정치의 세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 P14

인간은 자신감에 차 있으면 평정한 마음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반대로 불안하거나 분노를 품으면 판단도 극단적으로 동요하게 된다. 그러면 민주정치는 위기에 봉착하고 만다. - P41

현대 연구자들 가운데 이 지역(칼키디아 지방)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아테네에 대한 불만을 그리스인의 강한 자주독립 기운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불만은 고상한 정신에서 생기는 경우가 별로 없다. 대개는 평범한 것에서 발생한다. 칼키디아 주민의 불만은 ‘델로스동맹’에 가맹하는 것은 좋지만 분담금은 내기 싫다는 마음에서 생겨났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처럼 "인간은 그가 누구든 현실의 모든 면을 볼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 싶은 현실밖에 보지 못한다"였다. - P156

두 강국 간의 이해관계의 충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테네의 1인자 페리클레스와 스파르타의 아르키다모스 왕은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펠로폰네소스전쟁’은 일어났다.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앞에서 코르푸와 코린토스의 다툼으로 점화된 불길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통해 살펴보았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바깥으로 퍼져나가는데, 전쟁은 이와 반대로 변경에서 일어난 사태의 파문이 중앙을 향해 모이는 사례의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 P171

우리는 아름다움을 사랑합니다. 그러면서 절도를 유지합니다.
우리는 지식을 사랑합니다. 그러면서 유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부의 추구에 무관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기 위함이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아테네에서는 가난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개인의 이익을 존중하는 것은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사익 추구가 목적인 사업에서 발휘된 능력은 공적 사업에서도 훌륭하게 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테네에서는 시민이라면 누구든 공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따라서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은 고요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국가를 떠받치는 시민의 이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됩니다.
이것이 여러분이 매일 눈으로 보고 있는, 그리스인 모두의 학교라고 불러도 좋을 아테네라는 나라입니다. - P194

내 생각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도시국가가 있기 때문에 시민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운이 좋아서 하늘 높이 날게 된 개인이 있더라도 하늘에서 내려와 날개를 쉬어야 할 때 조국의 국력이 쇠퇴했다면 다시 날아오를 힘을 얻을 수 없습니다. 국가의 역할은 비약하려는 개인이 가진 능력을 모두 펼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통치자는 늘 우선시해야 하는 사항의 선택에 놓이기 마련입니다. 물론 개개인의 안전보다 국가 전체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런 통치자의 생각에 대해 가부로 답할 권리를 가진 시민 여러분도 냉정한 마음으로 이 우선순위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입니다. - P200

철인(哲人) 황제로 불리는 로마제국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도나우 강의 최전선에 있을 때, 낮에는 라틴어로 군단을 지휘하고 밤이 되어 홀로 남으면 그리스어로 『명상록』을 집필하며 하루를 둘로 나누었다. 로마제국 지도자들은 ‘일(네고티움negotium)’과 ‘여가(오티움otium)’라는 개념을 세워 실천했다.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면 자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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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di 2021-07-1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0년전 고대사회의 실패한 철학가와 존경받는 근대 정치가를 단순비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임.

heidi 2021-07-1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오피움이란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통제하는 상태를 말함. 원래 의미는 로마 제정 초기 지식층들이 자신의 사유지에서 나오는 이윤으로 생활한다는 의미이고, 노동력을 팔아 혹은 사업을 벌여 돈을 버는 걸 천박하게 여겨 네고티움이라고 말했습니다.
 
[eBook] 삶이 지금 어딜 가느냐고 불러세웠다 - 자유롭고 아름답게 살기 위하여, 원영 스님이 건네는 삶의 방향키
원영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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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를 겪으며 종교의 역할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공공의 안전이 우선인가, 교리의 준수가 먼저인가. 또는, 종교의 본질은 집단의 결속과 카타르시스에 있는지, 아니면 개개인의 깨달음과 변화에 있는지 하는 고민들……. 종교가 오히려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원성도 높지만, 가치 있는 삶으로 가는 이정표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은 불교 경전에 대한 해설서라거나, 난해한 선문답이 아니라 한 스님의 일기장이다. 따라서, 스님의 고민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 훈훈한 공감도 주고, 기대한 깊이에 미치지 못해 다소 심심한 느낌도 든다, 나는 스님의 고민과 소소한 행복, 깨달음을 공유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재미있게 읽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회사만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에 만난 작은 쉼터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밑줄긋기의 쪽수는 종이책이나 e-book에서의 사용자 동작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생의 어두운 부분도 끌어안아야 하고 환한 낮만큼이나 어두운 밤도 견뎌야 합니다. - P15

종교는 다르지만 우리는 둘 다 한길을 가는 출가자니까, 지구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종이 다른 나무들을 각자 심는 것이라 생각한다. 길에서 수녀님이라도 만나게 되면, 그래서 더 반갑다. - P20

무리 없는 처신으로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싶었다. 어떤 일을 하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칭찬받고 싶었다. 그러나 무대는 성공했어도 관계는 멀어져갔다. 나이 들수록 고집은 세지고, 자존심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사랑도 받고, 미움도 받았다.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며 뿌듯한 웃음을 나누고 싶었는데, 곳곳에서 부닥치고 이 악물고 참아야 할 일들이 생겼다. 뜬금없는 고백이지만, 이렇게 살아오면 안 되었다. 남을 보고 사는 게 아니었다. 나 자신을 보고 스스로 빛이 되어 살았어야 했다. 그렇게 살았어야 했다. - P28

때때로 나는 물어봐요. 왜 나일까? 왜 난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왔을까? 왜 내 형제들은 죽었을까? 그리고 그때 다시 생각하죠. 왜 내가 아니어야 하는가? - P34

잠깐만 시간에 맡겨놓으면 알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내 노력으로 해결될 일인지, 아닌지를, 설령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비워두어야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문제와 맞설 수 있다. - P62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면 웃으며 인사하세요. 어느 때라도 모른 체하고 지나가면 계속 찝찝합니다. 하지만 따뜻한 눈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러워집니다. 며칠 후에 어쩌면 상대방이 먼저 스스럼없이 내게 인사를 건넬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세상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 P68

내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미소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의 오만입니다. - P69

남을 부러워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내가 머무는 곳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면, 만족과 행복은 쉬이 찾아오지 않는다. ‘바다는 언제 어디서 맛보아도 짜다’는 말이 있다. 삶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 때,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울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법이다. - P96

때론 화가 가득해서 말조차 건네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 ‘누가 건들기만 해봐라’ 하는 울화가 치민 표정으로 주위를 긴장시킨다. 일이 있으면 있어서, 일이 없으면 없는 대로 화가 난단다. 화가 목까지 차서 터지기 일보 직전의 울퉁불퉁한 표정.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프다. - P109

사람들이 항상 ‘갑’이 되어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데, 그것이 정말 내 인생에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도권을 잡겠지만, 그렇지 않고 남들과 함께 어울려 가는 일이라면 선택권은 대개 상대방에게 넘기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면 조금 양보하고 손해 보는 게 훨씬 더 속이 편하다. 좋든 싫든 현혹되지 않고 대세에 지장 없으면,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화를 만들지 않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삶을 헛되이 화내는 일로 너무 많이 소모하진 말자. - P111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전부였다. 요즘은 누군가 명상을 하고 싶다고 하면 기업들은 명상 베개와 테이프, 명상용 바지, 명상용 향 등을 구입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실제로는 필요하지 않다." - P128

어쩌면 인생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갖고 싶지만, 갖고 나면 버리고 싶은 것. - P135

아무리 중요한 인연이라도 시절이 지나면 어떤 형태로든 작별을 고하고야 마는 것, 그것이 우리네 인생이니까. 게다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며 사는 삶이 더러는 피곤할 때도 있으니까. - P144

놔버리면 될 것을 괜히 붙잡고 늘어지면서 아우성 치는 것뿐인데, 정작 우린 그것을 모른다. 사실 대부분의 근심이나 걱정은 흐르는 시간에게 맡겨두는 것이 가장 좋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P150

누구의 인생도 가치 없는 삶이란 없다. 혹여 누군가 나에게 ‘그럼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삶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결고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면 안 된다고. 효도도 좋고 희생도 좋지만, 자기 삶의 질서까지 망가뜨리면서까지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삶은 결코 잘 사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고 말이다. - P160

그때 선배 스님이 "잠들기 전에 ‘나는 꼭 4시에 일어나야 한다’ 하고 마음먹기를 반복하면 일어나기가 훨씬 쉬워요"라고 일러주었다. 선배 말대로 해보니 실제로 잠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P170

그런 삶이 싫다면 스스로 바꿀 마음을 내는 게 우선이다. ‘자는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자는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듣고 있으면서 못 들은 척하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는 법이다. 자는 척하지 말고, 못 들은 척하지 말고, 두렵더라도 이제는 눈을 떠야 한다. 내 앞에 놓인 현실, 그 현실을 봐야 한다. - P175

우선 지금 느끼는 그 불안함이 나쁜 징조라고 생각하는 습관부터 버려. 아침에 컵 하나 깼다고 호들갑 떨며 안 좋은 일이 있을까봐 불안해하는 것은 젊음에 어울리지 않아. 차라리 액땜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나아. 참고로 스님은 그릇이나 컵 깨면 좋더라. 새로 하나 살 수 있어서. 너희에게 지금 닥친 작은 사고와 풀리지 않는 무언가는 그런 액땜 같은 일일지도 몰라. - P181

이큐 선사가 입적할 때, 제자들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수행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선사는 그런 제자들을 위해 한 통의 편지를 남기며 정말 힘들고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열어보라고 했다. 세월이 흘러 사찰에 큰 문제가 생겼고, 제자들은 결국 이큐 선사의 편지를 열어보기로 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그렇다.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게 뭐든지 간에. 겪어야 할 일은 걱정해도 겪어야 하고, 비켜갈 일은 걱정 안 해도 다 비켜간다. 비가 그치고 저 파란 하늘이 드러난 것처럼 걱정을 벗어버리면 금세 맑은 하늘이 보일테다. 그렇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 P211

의사라는 직업은 힘들지만 멋있고 숭고하다. 그런데 비단 의사뿐만 아니라 이렇게 근사하고 멋진 직업 뒤에는 늘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 권위적이게 될 수도 있고, 일의 본질보다 자리에 집착해 명예만을 좋게 될 수도 있는 그런 함정들. 하지만 세상에는 현명하게 그 함정을 비켜가는 사람이 있다. 결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들. 아, 그들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인가. - P236

"꽃 진다고 아쉬워 마라. 꽃이 져야 열매가 열린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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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1 -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순간의 산고 그리스인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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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무대가 로마에서 그리스로 바뀌었고, 찬사의 대상이 카이사르에서 테미스토클레스로 바뀌었다. 그 외에는 다를 바가 별로 없다.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에 대한 선망은 여전했다.  ‘옥쇄’라는 말이 눈에 띄게 거슬렸고, 필력이나 흡인력이 『로마인 이야기』 때보다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지난 반세기 정도 동안 서양의 르네상스, 중세, 고대 로마에 관해 쓰면서 깊이 생각한 것은 시대에 획을 그을 정도로 개혁을 본격적으로 실행한 사람은 모두 기득권 계급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기득권 계급에 속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자기들이 누리는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는 일만 생각하는 단순한 보수주의자는 아니었다. 이 계급에 속한 사람 중에서 때로 자기들이 속한 계급의 결함을 직시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 P108

인간이란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한편으로 어처구니없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생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성가신 생물인 인간에게 이성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철학’이다. 반대로 인간의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일괄해서 그 모든 것을 써나가는 것이 ‘역사’다. 이 두 가지를 그리스인이 창조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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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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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이름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책이다. 명실상부라는 말은 이럴 때 쓰나 보다. 우주의 탄생부터 칸트의 관념론까지, 과학과 철학사 전반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림, 도표, 중간정리가 적재적소에 있어 족집게 강사의 강의처럼 유익했다. 특히, <길가메시 서사시><베다>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책들이라 새로운 정보에 신이 나서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우주와 내가 하나라는 일원론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진리를 깨닫게 되면 내 삶은 얼마나 달라지는 걸까? 사실 금방 와닿지 않는다. 괜한 노력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시간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주어진 의무를 성실히 행하면서, 다만 그 결과는 집착하지 않으며, 조용히 내면을 바라보고, 삶의 변화를 차분히 지켜봐야겠다.


* 우리는 이제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세계 바깥은 내가 상상하는 세계가 아니다. 단단하고 안정적이며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이 아름다운 눈앞의 세계는 세계의 실체가 아니라 나의 의식 능력이 만들어낸 내 의식 안의 세계다. 그러므로 나의 세계는 내가 눈뜬 것과 동시에 생성되어 내가 눈 감는 동시에 소멸한다. 나와 세계는 분리되지 않는다. 나는 내 안을 보는 자다.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여, 노자의 도와 덕, 불교의 일체유심조, 칸트의 관념론,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탄생한 위대한 스승들은 궁극에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_ 470




말하자면, 우리 우주의 상수 값들은 그저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세밀하게 조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미세 조정 문제라고 한다. 이 거대한 우주는 마치 인간이 탄생할 수 있도록 미세하게 조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 P79

자연이 종의 진화 방향을 선택했다는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자연의 손을 빌려 신이 진화에 손을 댄다거나, 혹은 자연이 뛰어난 존재의 탄생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종을 발전시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인공선택과 자연선택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목적의 유무다. 인간은 이익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생물의 번식에 개입하지만, 자연선택의 주체로서의 자연은 어떠한 목적도 갖지 않는다. 자연은 그 자체로 펼쳐진 환경일 뿐이다. 진화는 목적 없이 이루어진다. - P141

내가 사용하는 신이라는 단어의 개념은 나의 내면의 크기와 형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내가 기독교인이라면 내가 사용하는 신이라는 단어는 기독교의 신일 것이고, 내가 힌두교인이라면 내가 사용하는 신이라는 단어는 힌두교의 신일 것이다. 내가 뿌리 깊은 자유주의자라면 나의 신도 자유주의자일 것이며, 내가 사회주의자라면 나의 신도 사회주의자일 것이다. 내가 절대주의자라면 나의 신도 그러할 것이고, 내가 상대주의자라면 나의 신도 그러할 것이며, 내가 작은 사람이라면 나의 신도, 내가 큰 사람이라면 나의 신도 그러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누군가 신을 말할 때, 그 신은 발화자의 내면을 반영한다. 신은 각자의 마음 안에 산다. - P191

"아르주나여. 그대는 두려움 없이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그대는 그 행위에 대한 보상과 영광과 성공에 대한 그 어떤 바람 없이 행동해야 한다. 올바른 행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떠한 기대, 어떠한 성공을 위한 바람조차도 없는 것이다." 이것이 크리슈나가 말하는, 인간이 신으로 향하는 길이다. 겸허히 의무를 행하고, 결과를 기대하지 말라. - P229

우리는 너무나도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의지를 상실하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부모로서의 의무, 자녀로서의 의무, 학생으로서의 의무, 직장인으로서의 의무, 시민으로서의 의무 등. 우리가 그것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이것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주저할 때, 크리슈나는 우리에게 지혜롭게 말해주는 것이다. 네가 준비해왔던 바로 그 주어진 의무를 성실히 행하라. 다만 그것의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 그럴 때 너의 마음은 평온해질 것이고, 자유로워질 것이며, 네 안의 신에게 다가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가바드 기타>가 오늘날까지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다. - P231

우리는 이제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세계 바깥은 내가 상상하는 세계가 아니다. 단단하고 안정적이며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이 아름다운 눈앞의 세계는 세계의 실체가 아니라 나의 의식 능력이 만들어낸 내 의식 안의 세계다. 그러므로 나의 세계는 내가 눈뜬 것과 동시에 생성되어 내가 눈 감는 동시에 소멸한다. 나와 세계는 분리되지 않는다. 나는 내 안을 보는 자다.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여, 노자의 도와 덕, 불교의 일체유심조, 칸트의 관념론,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탄생한 위대한 스승들은 궁극에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 P470

첫째, 세상의 목소리를 의심해야 한다. 가족, 학교, 사회, 국가, 종교, 미디어가 모두 당신을 위한 것이라며 당신을 주저앉히려 할 때, 당당히 ‘아니요’라고 말하고 그것에 마음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둘째,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당신의 하루 중에서 버려지고 흩어져 있는 시간을 모아 남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TV를 끄고, SNS를 닫고, 당신이 당신의 방을 청소하듯 당신의 모든 시간을 분주하게 만드는 떠들썩한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당신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이제 남는 시간을 이용해 내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눈과 귀를 닫고, 호흡을 가다듬고, 평온히 내면에 머물며, 끝없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잡다한 생각이 잠잠해질 때까지 여유롭게 기다려야 한다. 넷째, 마음이 가라앉았다면, 깊은 정적 속에서 자기 자신과도 대화하지 않는 침묵의 순간을 경험해야 한다. 그 속에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지 말고, 불안해하지도 말고, 편안하게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 P551

다섯째, 많은 날이 지나고 충분한 시간이 흘러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익숙해졌다면, 그것이 당신의 즐거움이 되었다면, 이제는 현실로 나아가야 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경청하고, 말을 줄이고, 그 안에서 배우고, 너그러워져야 한다. 여섯째, 계획을 세워야 한다. 몸도 마음도 평온한 어느 날에,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의 삶이 다하게 될 날을 헤아려보고 남은 삶 전체의 거시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고대의 인도인처럼, 삶의 시간 중 언제 자아를 찾는 시간을 가질 것인지, 언제 내면을 향한 여행을 시작할 것인지, 팽개쳐 두었던 나의 삶을 다시 펼치고 먼지를 떨어내고 다림질해야 한다. 일곱째,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당신이 계획한 깨달음을 향해 열린 길을 따라 항해해야 한다. 곁의 사랑하는 이들의 손을 잡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진중하게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세계가 나의 마음이라는 말의 실제 의미를. - P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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