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삶이 지금 어딜 가느냐고 불러세웠다 - 자유롭고 아름답게 살기 위하여, 원영 스님이 건네는 삶의 방향키
원영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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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를 겪으며 종교의 역할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공공의 안전이 우선인가, 교리의 준수가 먼저인가. 또는, 종교의 본질은 집단의 결속과 카타르시스에 있는지, 아니면 개개인의 깨달음과 변화에 있는지 하는 고민들……. 종교가 오히려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원성도 높지만, 가치 있는 삶으로 가는 이정표로서 기능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은 불교 경전에 대한 해설서라거나, 난해한 선문답이 아니라 한 스님의 일기장이다. 따라서, 스님의 고민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 훈훈한 공감도 주고, 기대한 깊이에 미치지 못해 다소 심심한 느낌도 든다, 나는 스님의 고민과 소소한 행복, 깨달음을 공유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재미있게 읽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회사만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에 만난 작은 쉼터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밑줄긋기의 쪽수는 종이책이나 e-book에서의 사용자 동작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생의 어두운 부분도 끌어안아야 하고 환한 낮만큼이나 어두운 밤도 견뎌야 합니다. - P15

종교는 다르지만 우리는 둘 다 한길을 가는 출가자니까, 지구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종이 다른 나무들을 각자 심는 것이라 생각한다. 길에서 수녀님이라도 만나게 되면, 그래서 더 반갑다. - P20

무리 없는 처신으로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싶었다. 어떤 일을 하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칭찬받고 싶었다. 그러나 무대는 성공했어도 관계는 멀어져갔다. 나이 들수록 고집은 세지고, 자존심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사랑도 받고, 미움도 받았다.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며 뿌듯한 웃음을 나누고 싶었는데, 곳곳에서 부닥치고 이 악물고 참아야 할 일들이 생겼다. 뜬금없는 고백이지만, 이렇게 살아오면 안 되었다. 남을 보고 사는 게 아니었다. 나 자신을 보고 스스로 빛이 되어 살았어야 했다. 그렇게 살았어야 했다. - P28

때때로 나는 물어봐요. 왜 나일까? 왜 난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왔을까? 왜 내 형제들은 죽었을까? 그리고 그때 다시 생각하죠. 왜 내가 아니어야 하는가? - P34

잠깐만 시간에 맡겨놓으면 알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내 노력으로 해결될 일인지, 아닌지를, 설령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비워두어야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문제와 맞설 수 있다. - P62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면 웃으며 인사하세요. 어느 때라도 모른 체하고 지나가면 계속 찝찝합니다. 하지만 따뜻한 눈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면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러워집니다. 며칠 후에 어쩌면 상대방이 먼저 스스럼없이 내게 인사를 건넬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세상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 P68

내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미소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당신의 오만입니다. - P69

남을 부러워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내가 머무는 곳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면, 만족과 행복은 쉬이 찾아오지 않는다. ‘바다는 언제 어디서 맛보아도 짜다’는 말이 있다. 삶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 때,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울 때, 우리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법이다. - P96

때론 화가 가득해서 말조차 건네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 ‘누가 건들기만 해봐라’ 하는 울화가 치민 표정으로 주위를 긴장시킨다. 일이 있으면 있어서, 일이 없으면 없는 대로 화가 난단다. 화가 목까지 차서 터지기 일보 직전의 울퉁불퉁한 표정.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프다. - P109

사람들이 항상 ‘갑’이 되어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데, 그것이 정말 내 인생에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도권을 잡겠지만, 그렇지 않고 남들과 함께 어울려 가는 일이라면 선택권은 대개 상대방에게 넘기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면 조금 양보하고 손해 보는 게 훨씬 더 속이 편하다. 좋든 싫든 현혹되지 않고 대세에 지장 없으면,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화를 만들지 않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삶을 헛되이 화내는 일로 너무 많이 소모하진 말자. - P111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전부였다. 요즘은 누군가 명상을 하고 싶다고 하면 기업들은 명상 베개와 테이프, 명상용 바지, 명상용 향 등을 구입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실제로는 필요하지 않다." - P128

어쩌면 인생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갖고 싶지만, 갖고 나면 버리고 싶은 것. - P135

아무리 중요한 인연이라도 시절이 지나면 어떤 형태로든 작별을 고하고야 마는 것, 그것이 우리네 인생이니까. 게다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며 사는 삶이 더러는 피곤할 때도 있으니까. - P144

놔버리면 될 것을 괜히 붙잡고 늘어지면서 아우성 치는 것뿐인데, 정작 우린 그것을 모른다. 사실 대부분의 근심이나 걱정은 흐르는 시간에게 맡겨두는 것이 가장 좋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P150

누구의 인생도 가치 없는 삶이란 없다. 혹여 누군가 나에게 ‘그럼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삶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결고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면 안 된다고. 효도도 좋고 희생도 좋지만, 자기 삶의 질서까지 망가뜨리면서까지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삶은 결코 잘 사는 게 아니라고, 그러니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고 말이다. - P160

그때 선배 스님이 "잠들기 전에 ‘나는 꼭 4시에 일어나야 한다’ 하고 마음먹기를 반복하면 일어나기가 훨씬 쉬워요"라고 일러주었다. 선배 말대로 해보니 실제로 잠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P170

그런 삶이 싫다면 스스로 바꿀 마음을 내는 게 우선이다. ‘자는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자는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듣고 있으면서 못 들은 척하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는 법이다. 자는 척하지 말고, 못 들은 척하지 말고, 두렵더라도 이제는 눈을 떠야 한다. 내 앞에 놓인 현실, 그 현실을 봐야 한다. - P175

우선 지금 느끼는 그 불안함이 나쁜 징조라고 생각하는 습관부터 버려. 아침에 컵 하나 깼다고 호들갑 떨며 안 좋은 일이 있을까봐 불안해하는 것은 젊음에 어울리지 않아. 차라리 액땜했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나아. 참고로 스님은 그릇이나 컵 깨면 좋더라. 새로 하나 살 수 있어서. 너희에게 지금 닥친 작은 사고와 풀리지 않는 무언가는 그런 액땜 같은 일일지도 몰라. - P181

이큐 선사가 입적할 때, 제자들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수행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선사는 그런 제자들을 위해 한 통의 편지를 남기며 정말 힘들고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열어보라고 했다. 세월이 흘러 사찰에 큰 문제가 생겼고, 제자들은 결국 이큐 선사의 편지를 열어보기로 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그렇다.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게 뭐든지 간에. 겪어야 할 일은 걱정해도 겪어야 하고, 비켜갈 일은 걱정 안 해도 다 비켜간다. 비가 그치고 저 파란 하늘이 드러난 것처럼 걱정을 벗어버리면 금세 맑은 하늘이 보일테다. 그렇다.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된다. - P211

의사라는 직업은 힘들지만 멋있고 숭고하다. 그런데 비단 의사뿐만 아니라 이렇게 근사하고 멋진 직업 뒤에는 늘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 권위적이게 될 수도 있고, 일의 본질보다 자리에 집착해 명예만을 좋게 될 수도 있는 그런 함정들. 하지만 세상에는 현명하게 그 함정을 비켜가는 사람이 있다. 결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들. 아, 그들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들인가. - P236

"꽃 진다고 아쉬워 마라. 꽃이 져야 열매가 열린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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