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이야기 2 - 민주주의의 빛과 그림자 그리스인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권보다 훨씬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오노 나나미는 역시 강력한 리더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천재적인 지도자가 통치할 때의 번영, 각자도생하는 민중들이 주도할 때의 혼란을 비교 대조하며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관점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강력했던 이익 공유체 델로스동맹이 무너진 이유는 리더인 아테네의 탐욕이었다. 동맹으로 인한 이익은 횡보하는데도 불구하고, 작은 도시국가에도 예외 없이 부과되던 분담금 때문에 내부로부터 무너졌다.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지금, 트럼프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이러한 대외적인 혼란 속에서 대중들의 분노와 불안, 혐오를 부추기는 선동가들이 득세했고, 그렇게 아테네의 번영은 끝났다. 집단지성을 믿지만, 대중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세네카는 민심에 거스르기만 하면 국민에 의해 망할 것이고, 민심에 따르기만 하면 국민과 함께 망할 것이다.’라고 했다. 크게 공감이 가는 말이다. 민주정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테네는 바로 그 민주정 때문에 역사에 잊히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아테네의 민주정이 실패했다고 하여 스파르타의 과두정이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는다. 아테네가 봉착했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저는 링컨 대통령이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민심과 함께하면 실패할 것이 없고,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할 것이 없다.”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존경하는 박형준 의원께서 링컨의 말씀을 하셨는데 세네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민심에 거스르기만 하면 국민에 의해 망할 것이고, 민심에 따르기만 하면 국민과 함께 망할 것이다. (2007129, 개헌 관련 여야토론회 중) _ 한국일보 똑똑, 뉴구세요?2020424일 기사 에서


의롭다거나 정직하다는 것은 개인의 인간관계에서는 칭찬을 받아 마땅한 ‘미덕’이다. 그러나 국가 관계에서는 그것이 반드시 ‘미덕’이 되지는 않는다. 정치의 세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 P14

인간은 자신감에 차 있으면 평정한 마음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반대로 불안하거나 분노를 품으면 판단도 극단적으로 동요하게 된다. 그러면 민주정치는 위기에 봉착하고 만다. - P41

현대 연구자들 가운데 이 지역(칼키디아 지방)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아테네에 대한 불만을 그리스인의 강한 자주독립 기운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불만은 고상한 정신에서 생기는 경우가 별로 없다. 대개는 평범한 것에서 발생한다. 칼키디아 주민의 불만은 ‘델로스동맹’에 가맹하는 것은 좋지만 분담금은 내기 싫다는 마음에서 생겨났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처럼 "인간은 그가 누구든 현실의 모든 면을 볼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 싶은 현실밖에 보지 못한다"였다. - P156

두 강국 간의 이해관계의 충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테네의 1인자 페리클레스와 스파르타의 아르키다모스 왕은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펠로폰네소스전쟁’은 일어났다.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앞에서 코르푸와 코린토스의 다툼으로 점화된 불길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통해 살펴보았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바깥으로 퍼져나가는데, 전쟁은 이와 반대로 변경에서 일어난 사태의 파문이 중앙을 향해 모이는 사례의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 P171

우리는 아름다움을 사랑합니다. 그러면서 절도를 유지합니다.
우리는 지식을 사랑합니다. 그러면서 유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부의 추구에 무관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기 위함이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아테네에서는 가난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개인의 이익을 존중하는 것은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사익 추구가 목적인 사업에서 발휘된 능력은 공적 사업에서도 훌륭하게 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테네에서는 시민이라면 누구든 공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따라서 정치에 무관심한 시민은 고요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국가를 떠받치는 시민의 이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됩니다.
이것이 여러분이 매일 눈으로 보고 있는, 그리스인 모두의 학교라고 불러도 좋을 아테네라는 나라입니다. - P194

내 생각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도시국가가 있기 때문에 시민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운이 좋아서 하늘 높이 날게 된 개인이 있더라도 하늘에서 내려와 날개를 쉬어야 할 때 조국의 국력이 쇠퇴했다면 다시 날아오를 힘을 얻을 수 없습니다. 국가의 역할은 비약하려는 개인이 가진 능력을 모두 펼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통치자는 늘 우선시해야 하는 사항의 선택에 놓이기 마련입니다. 물론 개개인의 안전보다 국가 전체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런 통치자의 생각에 대해 가부로 답할 권리를 가진 시민 여러분도 냉정한 마음으로 이 우선순위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입니다. - P200

철인(哲人) 황제로 불리는 로마제국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도나우 강의 최전선에 있을 때, 낮에는 라틴어로 군단을 지휘하고 밤이 되어 홀로 남으면 그리스어로 『명상록』을 집필하며 하루를 둘로 나누었다. 로마제국 지도자들은 ‘일(네고티움negotium)’과 ‘여가(오티움otium)’라는 개념을 세워 실천했다.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면 자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 P31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eidi 2021-07-1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0년전 고대사회의 실패한 철학가와 존경받는 근대 정치가를 단순비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임.

heidi 2021-07-1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오피움이란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통제하는 상태를 말함. 원래 의미는 로마 제정 초기 지식층들이 자신의 사유지에서 나오는 이윤으로 생활한다는 의미이고, 노동력을 팔아 혹은 사업을 벌여 돈을 버는 걸 천박하게 여겨 네고티움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