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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를 위하여 - 작가 츠바이크, 프로이트를 말하다
슈테판 츠바이크.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양진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0월
평점 :
누군가의 평전을 남긴다면, 적어도 평전을 남겨야 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가 시대를 거슬렀다는 사실이다. 순응하고 동화되고 남들처럼 하는 이들이 세상에 남겨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 시대를 압도하는 정신과 문화에 꼿꼿이 대항하는 이만이 이름을 남길 자격이 있다. '본성이 궁핍해지는 것은 언제나 더 높은 고향을 상기하기 때문'이라는 노발리스의 말처럼,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용기는 이상을 꿈꾸는 자에게만 허락된다. 때문에 프로이트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가 살았던 시대정신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츠바이크는 꽤 많은 면을 할애하여 그때가 어떤 시대였는지 설명한다.
모든 공동체가 그러하듯 '사회' 역시 스스로 유기체가 되어 그를 공격하려는 성향들을 차례로 제거한다.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과 공격성을 규칙과 관습의 틀에 가두고 표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은 모든 공동체의 일차적인 목표이다. 19세기는 그런 경향이 지나치게 증폭되었는데, 그 근원에는 '이성'에 대한 맹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성에 대한 도취는 머지않아 인간이 모든 삼라만상의 이유를 이성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무질서가 합리적 정신 의지에로 치환되고 나자, 본능적으로 잠재해 있던 욕망과 충동은 이성의 발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이성 이외의 것은 이미 소멸 직전에 도달했음을 알았고, 설사 그것들이 존재하더라도 더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19세기의 도덕 원칙이었다.
때문에, 프로이트가 처음 의사 동료 모임에서 '모든 신경증은 성적 욕망을 억압한 데서 시작되었다.'(p.55)는 표현을 발표했을 때, 의사 집단이 느꼈던 공포와 전율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히스테리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가능하다.'(p.88)는 그의 보고는 웃음거리가 되었고, 일흔 번째 생일까지도 비정규직 교수였던 그는 누구의 축하도 받지 못했다. 그는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심리적 활동이 애초에 무의식의 산물'(p.98)이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정신분석입문을 펼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장의 제목은 '잘못'이다. 처음 이 장을 읽었을 때의 감동을 나는 생생히 기억하는데 츠바이크는 이 개념의 탄생부터 설명해준다. 무의식을 분석하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최면 등의 방법으로 강제적 유도를 하는 것, 둘째는 그것이 드러날 때의 자료들을 토대로 나머지를 유추하는 것,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경계가 느슨해져서 표출되는 것을 포착하는 방식이다. '실수'는 이때 매우 유효한 단서가 된다. 실수는 무의식을 왜곡하려는 당사자의 감정을 미처 감추지 못한 채 쏟아져 나오는 행위기 때문이다. 누군가 잘못된 단어를 내뱉었거나, 실수 행위를 했을 때는 무의식에 그 실수를 유도할 수 있는 심리적 기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정신분석의 시작이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프로이트의 대표적인 업적인 '꿈의 해석', '정신분석의 기술', '성의 세계' 등을 그의 삶과 함께 풀어 나간다.
이런 작업들을 하면서 츠바이크는 그의 업적이 칸트와 코페르니쿠스의 진보적 사고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순간이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츠바이크는 단순히 어떤 시기에 어떤 생각으로 업적을 세웠는지를 넘어서, 소설가가 우리를 새로운 방으로 인도할 때 문 손잡이부터 구석의 벽난로까지 죄다 서술하여 펼쳐놓듯 상세한 서술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갈 때의 시대적 상황과, 앉아서 불을 피울 때의 주변의 시선, 그 불꽃이 타오를 때의 사람들의 반응을 소설처럼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궁금증을 유도한다. 특히 츠바이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섬세한 심리묘사와 의식의 흐름을 작품에 직접 도입함으로써, 그만큼 프로이트를 이야기하기에 적격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평전 다음에 실려있는 츠바이크와 프로이트의 서신들은 그들의 생각과 업적을 지근에서 보여줌으로써 평전의 사실성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