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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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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면, 혹은 내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이야기 하기는 참 쉽다. 당장에라도 직장에서 청년 일자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김없이 이런 말이 나온다. '지금 공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난리라는데 편한데만 가려고 하니 일자리가 없지.' '게으르니깐 취업을 안하는 거지'라거나, '부모가 다 해주니깐 취직을 안하지' 이런 식이다. 이 말들의 공통점은 취업을 못하는 것은 사회의 문제가 아닌, 취업을 하고자 하는 개인들의 문제라는 점이다. 청년 무업자들은 단순한 무관심을 넘어서 자기책임론이라는 멍에를 뒤집어 쓰고 낙오자로 낙인 찍힌다. 역시 이러한 논리의 전제에는 시스템은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는 다수의 묵인이 숨겨져 있다. 


이 책은 NPO법인 소다테아게넷 이사장 구도 게이가 '청년 기초 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청년들을 교육하고 조사하면서 청년무업자 백서 형식으로 정리된 책이다. 이들이 훈련시키는 청년들은 교육과정에서 탈락했거나,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이나 취직을 못하거나, 취업했지만 퇴직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이다. 그들은 대체로 니트, 히키코모리 정도로 이해되곤 한다. 니트는 교육도 받지 않고, 고용되어 있지도 않고 훈련도 받지 않는 상태의 구성원이고, 히키코모리는 교류 없이 6개월 이상 집에서 틀어박혀 있는 이들을 뜻한다. 단어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이 무업자가 된 데에는 스스로의 책임이 더 커보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는 항상 오해와 무관심이 뒤따랐다. 저자는 이를 무조건적으로 일반화 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이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이해를 통해 그들이 처해있는 상태를 더 이해하고 그로부터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했다. 


니트, 히키코모리, 프리터(파트타임 생활자) 등으로 대변되는 무업 청년들은 일단 그 단어 선택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 무업자의 75% 정도가 취업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게을러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들이 다시 취직을 못하는 이유는 질병, 부상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 책에는 여러 케이스가 나와 있는데,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동경하던 비전과 괴리된 현장에 실망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불합격을 100번 넘게 하고 구직을 포기하거나, 회사로부터 급작스레 퇴직을 통보 받거나 심지어는 세무사에 합격하고도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그만두게 된 케이스, 동업을 했느나 결별하여 실업자가 된 케이스 등 자의에 아닌 경우도 많다. 


특히, 3장에서는 일하지 못하는 청년들에 대한 오해를 다루고 있다. 그들이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해서는 아닌가 같은 우리의 보편적인 의문, 매일 자유롭게 놀지 않나, 개선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본인의 의지가 약한 것 아닌가 같은 일반적인 오해들에 대해 왜 그것이 오해인지 통계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일례로 부모에게 의지한다고 생각하는 무업자의 77%가 부모와 동거한다는 자료를 보자. 이를 보면 많은 이들이 역시나 부모가 돌봐 주니까 취직을 않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부모가 돌봐줘서 취직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취직을 못해서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실제 집에서는 공기 취급을 받는 청년들이 많고,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운전면허조차 없는 경우가 절반에 이르는 것이다. 


많은 해결책들이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해결책은 역시 '재도전' 가능한 시스템의 확보이다. 제1기 아베 신조 내각에서 '재도전'이라는 키워드로 야심차게 이를 추진했고, '내각부 특명 담당 장과(재도전 담당)' 및 부서가 설치되기도 했던 것이 좋은 예이다. 사실 청년들에게 한 번의 실패가 끝이 된다면 누구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한 두번의 실수 없이 자리를 잡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공공의 차원에서는 맘놓고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을 사례별로 보여준다. 단순히 일을 한다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으로 이어지고 유대의 매개체가 된다는 것, 꿈을 실현하고 사회로 나간다는 것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이 실려 있다. 일이 단순히 먹을 것을 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존감을 갖게 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가 청년 일자리나 그들의 첫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또한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청년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 실패를 당연시 하면서 그에 대한 대책에는 무심한 기성세대가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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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6-02-09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스템의 가장 큰 피해자가 가장 큰 수혜자들의 논리에 의해 낙오자로 바뀌면서 실패한 개인이라는 멍에를 홀로 안고 가야 시스템과 성공한 다수가 책임을 회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같이 몰락하는 길임을 시스템도 독식하는 승자들도 모두 알고 있어야 할텐데요.

연휴가 끝나가는군요. 하는 일도 없이 시간만...

고군분투 2016-02-09 23:26   좋아요 1 | URL
이렇게 쉬었는데 하루가 또 남았다니요... 라고 말하고 싶은데 벌써 마지막 날이라는 푸념이 목까지 차네요. 시스템의 피해자라는 말,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 할 때마다 왠지 나는 그 문제와 관련없는 사람이고 싶은 것 같아 좀 맘에 걸려요. 그리고 이런 글에는 으례 그럼 어쩌라고. 라는 반문이 뒤따르죠. 관심을 더 두자는 것인데 대안이 없으면 꺼내지도 말라는 그런 말들이 정말 무심하게 느껴지곤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