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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설득시키거나 내 뜻을 주장하기 너무 터무니 없다고 느껴질 때, 어떤 일이 달성되기에는 너무 막연할 때, 내가 떠올리는 두 이야기가 있다.














5.18 시위대에 참여하려는 진수에게 태수(최민수)가 설사 너가 가더라도 독재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말린다. 그 때 진수는 이렇게 대답한다.

 

"워츠케하냐고라. 참말로 몰라서 묻는것이요?

고로케하면 안된다고 말해야지라.

그 총이 무신 총이냐. 우리가 세금내서 산 총이다.

우리가 누구냐. 국민이다. 국민한테 고로케하면 안된다고 보여줘야지라.

가만 놔두면 고자식들이 또 그럴게 아니요.

요로코롬 해두 되는구나 할거 아니요이 나 말이 틀렸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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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주, 그리고 쉽게 뭔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포기하고 그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조차 포기한다. 하지만, 하다 못해 악이라도 쓰지 않는다면 가해자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어짜피 지금 상황은 바뀔 수 없겠지만 최소한 가해자가 죄책감을 가지게는 해야한다.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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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바닷가를 걸으면서 밀물에 밀려온 조개를 하나씩 바다로 던져 주고 있었다. 지나가던 한 사람이 궁금해서 물었다.

 

"어르신, 지금 나와 있는 조개가 수 천개가 되는데 그거 하나씩 던져 준다고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

 

노인이 답했다.

 

"물론 나한테는 수 천개 중에 하나일 뿐이지만,

 저 조개에게는 그렇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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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알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어떤 일이 한없이 사소하게만 느껴질 때 나는 이 이야기를 떠올린다. 비록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지극히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다툴만큼 절박한 어떤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나를 벗어나면 답은 쉽게 찾아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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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알았지.

인간의 영혼은 필라멘트와 같다는 사실을..

어떤 미인도 말이야.

그게 꺼지면 끝이야.

누구에게라도 사랑을 받는 인간과 못받는 인간의 차이는

빛과 어둠의 차이만큼이나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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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들어서자 사회적 분위기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6.29를 이끌어 냈던 민주화의 열풍은 한 때 야권에 몸담았던 김영삼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 풀 꺾였다. 시민들은 더 이상 시위대에 빵을 사다 주지 않았다. 최루 가스를 감수하면서까지 응원하던 이들은 사라지고, 막히는 도로와 매운 연기에 모두 한두 마디씩 불만을 내뱉었다. 이제 살만해졌는데 왜 그러느냐고. 이정도면 민주화 아니냐고.


우리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아직도 세상에 바꿔야 할 것은 너무 많은데 깃발을 들어도 따라주는 이도 없었고, 숨으려고 해도 숨겨주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 시기였다. 고등어가 나온 것은. 


동아리 방 긴 의자에 누워 누군가 먹다 남긴 것 같은 ‘고등어’를 처음 읽었다.













살아있는 고등어 떼를 본 일이 있니? 그것은 환희의 빛깔이야. 짙은 초록의 등을 가진 은빛 물고기떼. 화살처럼 자유롭게 물 속을 오가는 자유의 떼들, 초록의 등을 한 탱탱한 생명체들. 서울에 와서 나는 다시 그들을 만났지. 그들은 소금에 절여져서 시장 좌판에 얹혀져 있었어. 배가 갈라지고 오장육부가 뽑혀져 나가고.


그들은 생각할 거야 시장의 좌판에 누워서.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서 이렇게 소금에 절여져 있을까 하고. 하지만 석쇠에 구워질 때쯤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르지. 나는 왜 한때 그 바닷속을, 대체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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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유도 모르고 헤엄치고 다니다 결국 좌판에 누워 누군가에게 팔리기만 기다리게 되는 것일까? 그리고 누군가의 밥상머리에 올려질 때 우리는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후회하는 것인가? 같은 시기에 나온 최영미라는 시인의 시는 나의 허무주의를 더 자극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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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의 치열한 삶이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면

이 모든 열정을 뿜어지지 못한 채 간직한다면

우리의 고뇌가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다음 해 나는 바로 군대에 갔고, 전역하고 나니 나의 고통의 90년대는 저물고 있었다. 나는 어느 투박한 아낙의 손에 창자를 난도질 당하고 시장 좌판에 누워 있는 현실을 두려워 했고, 누군가의 술안주가 되어 번개탄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악몽을 매일 꾸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런 두려움조차 이제는 사라져서 물이 흐르는 대로 부유하는 시체만 남았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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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한 것은

국가가 아니야.

그건 분명히.

소위 애국 이런 것이 아니냐.

 

진.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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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수 없어한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상처는 상처로 밖에 위로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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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돼. 

그러다가 하늘 저편에서 푸른색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가슴만 아픈 게 아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 지 몰라.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 시간

하늘에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본 적 있니?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쌉싸름한 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 수 없을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거기가 어디든 달리고 달려서 마구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거야..."

- 양귀자, '모순' 중에서 -


[201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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