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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을 한다 - 구글 트렌트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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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 실버는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의 성적을 예측하는 시스템인 페코타를 개발해 놀라운 적중률을 보였다. 특히 2008년 미국 대선에서 50개 주 중 49개 주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고 총선에서도 35명 상원의원 당선자를 모두 맞춰 유명해졌다. 2012년 미국의대선에서도 여론조사기관이 롬니의 승리를 예측할 때 오바마의 승리를 예측하고 50개 주의 결과를 모두 맞췄다. 이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는 그토록 놀라운 적중률을 보였던 네이트 실버가 정작 트럼프의 당선을 맞추지는 못했다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는 책이다. 


오바마가 당선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은 이제 '인종주의'라는 것은 일부 극소수층의 백인들에게만 남아있을 것이란 믿음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이를 뒷받침 하듯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내 앞에서 혹은 전화로 당신은 '깜둥이'라는 단어를 쓰시나요. 라고 물어온다면 나는 설사 상대를 처음 봤거나 목소리만 들을 뿐이면서도 '아니요'라고 답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흑인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오바마가 당선되는 날 오바마가 포함되는 검색어에는 '깜둥이'가 포함되었다. 심지어 일부 주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아니라 '깜둥이 대통령'을 더 많이 검색했다. 


저자는 구글에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은밀한 검색을 하는 것을 두고 '인터넷 자백약'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범죄자가 포털에 범죄의 방법 등을 검색한 기록 때문에 불리한 증거로 이용되는 경우를 종종보곤 한다. 그만큼 검색창에 쓰는 말은 개인적이면서도 솔직하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려고 시도한다. 심지어 '트럼프 클린턴'으로 검색하는 지, '클린턴 트럼프'로 검색하는 지에 따라 그 득표율이 달라진다. 당연히 지지하는 후보를 앞으로 놓고 검색하게 돼있으며 결과 역시 그랬다. 실제 클린턴의 승리가 점처지던 중서부 주요 주에서 트럼프를 앞에 놓고 검색하는 양이 늘어 났고 이는 트럼프 당선에 큰 힘이 되었다. 결정적으로 트럼프 지지율이 높았던 지역은 4년 전 '깜둥이'라는 검색이 많았던 지역이었음이 밝혀졌다. 


정보가 많다는 것이 곧 자산으로 생각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 정보는 원하는 것 이상으로 주어지고 있으니 그것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해하느냐가 관건인 때가 되었다. 네이트 실버가 '신호와 소음'에서 지적하는 것 역시 수많은 소음 같은 정보속에서 어떻게 유의미한 '신호'를 잡아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좀 다르지만 적어도 미국에서 구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것은 그 데이터가 많아서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앞에서는 그만큼 솔직해지기 때문이다. 이 자료들은 적절하게 활용만 된다면 정치뿐 아니라, 상품 판매, 여론 파악, 경제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데이터 분석의 사례를 소개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역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누군가가 보행자를 뜻하는 pedestrian을 penistrian으로 잘못 썼다면 그것은 남성의 성기를 갈망하는 욕구의 분출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에러봇'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의 오타 빈도를 적용해 통계를 내 보았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성적으로 해석되는 실수를 유의미하게 많이 하지 않았다.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다른 이론(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같은)의 경우도 그의 주장만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한 욕망을 감추며 살아가는 것은 아님을 구글 트렌드는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밖에도 췌장암에 걸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검색하는 내용이나, 주택가격이 오를 때 미국인들은 '80/20 융자', '주택 건축업자', '평가율' 같은 문구를 검색하고 떨어질 때는 '쇼트 세일','언더워터 모기지', '융자구제' 같은 검색어가 급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 지금처럼 코로나가 퍼지는 중이라면 아마도 '발열','두통','코로나 증상' 등의 검색이 급증하는 지역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발생할 것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의 이용은 이 책 전체에서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데 일례로 좋은 와인을 고르는 방법이 그렇다. 우리는 한 지역에서 나는 포도로 생산한 와인의 맛은 숙성연도의 차이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겨울의 강수량과 생장기 평균 기온이 플러스 요인, 가을의 강수가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책에는 정말 다양한 사례의 데이터 분석이 나와 있다. 물론 가장 개인적이면서 비밀스러운 이야기인 성적인 이야기도 상당부분 차지한다. 그런 사례 말고도 '뉴욕 메츠'를 간절히 응원하지만 동생은 하지 않는지, 폭력적인 영화가 정말 범죄율을 상승시키는 지, 구글이 이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해서 검색결과를 10개만 보여주는 지, 20개 보여주는 지, 메뉴 구성은 어떻게 해서 효과를 극대화 했는 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책의 말미에 정작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에 대해 적어 놓았다. 우선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스티븐 레빗의 '괴짜 경제학' 때문이라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그의 책을 좋아해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고 실제 이 책의 구성이 '괴짜 경제학'과 유사한 구조를 띄고 있다. 조던 엘렌버그는 사람들이 책을 끝까지 읽었는 지를 밝히기 위해 빅데이터를 이용했는데, 책의 인용문이 앞부분에 집중 되었는지 뒷부분에 집중되었는지를 보는 식이다. 애석하게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7퍼센트 밖에 끝까지 보지 않은 셈이다. 굳이 나는 끝까지 읽었다고 표시하기 위해 여기 결론 부분의 글을 옮겨 놓는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적절한 방법으로 끝맺을 것이다. 데이터에 따라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행동에 따라서 말이다. 나는 친구들과 맥주를 한잔하고 이 망할 결론을 그만 쓸 것이다. 빅데이터가 말하길 여기까지 읽고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니까.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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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 미래의 뇌
김대식 지음 / 해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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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체스에서 AI가 인간을 이긴 이후 19년 뒤에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 (사실 인공 지능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알파고를 언급해야 하나 싶지만 이만큼 상징적인 사건은 찾아보기 힘드므로) 바둑에서만큼은 그 많은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 AI에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매우 달랐다. 규칙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인공지능의 능력은 말할 것도 없이 뛰어났다. 인공지능 학문 분야에는 '모라벡의 역설'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에게는 지극히 쉬운 것(계단 오르기, 사물 인식 등)이 인공지능에게는 너무 어렵고, 기계에게 너무 쉬운 일(계산, 데이터 분석 등)이 인간에게는 어렵다는 모순을 말한다. 


'뇌'에 대한 이야기라면 정말 반복해서 들어도 흥미로운 일들 투성이다. 특히 뇌에 대한 이야기가 매력적인 것은 우리가 그것을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는 특히 팔을 다치거나 외상을 입는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고쳐야 할 것으로 여기지만,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모두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너무 유명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경우에서처럼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데도 말이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에 좌우를 구분할 수 없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잘' 설명하면 그것을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보는 한에서 친구에게 오른쪽 왼쪽 설명을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뇌의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뇌 관련 서적이 부족했던 때에 그런 것을 우리가 알았을 리 없다.


책은 크게 세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가장 재미있는 장은 뇌과학의 미래를 다룬 3장이다. 첫 번째 질문은 '과연 우리는 뇌신경의 활동만 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까.'이다. 이를 위해 fMRI기술을 이용하는데, 어떤 물체를 보고 느끼는 패턴을 기록한 후 반대로 패턴을 보고 무엇을 보고 있는 유추해 나가는 방식으로 연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가 축적되면 궁극적으로는 뇌 패턴만 보고도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쉽게 예를 들어 묵찌빠의 경우 내려고 하는 패턴을 분석하고 이에 맞는 손을 내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은 아직까지 그 세밀도가 떨어져서 대체로의 형태를 분석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뇌에서 스파이크 신호를 읽는 방식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의수나 의족을 움직일 수 있게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좀 더 복잡한 내용인데 바로 '뇌에 특정 명령을 직접 입력할 수 있는가'이다. 가장 간단한 방식은 TMS라는 '경두개 자기 자극술'이 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전두엽에서 패턴이 생성되지 못하고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데, 이때 자극을 주어서 패턴이 쏠리게 하는 방식이다. 우울증 환자에게 TMS로 자극을 주어 기분이 금세 좋아지게 하는 방식이다. 우울증 환자에게는 답을 주는 방식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한 행동이 제재되거나 강요되기 때문에 좋은 경험은 아니다. 이 방식은 사실 좀 투박한 형태의 라이팅이고 실제 광유전자법을 쓰게 되면 좀 더 세밀하게 뇌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쥐에게 특정한 뇌신경에 자극을 주면 쥐는 목이 마르지 않아도 자극 때마다 물을 먹게 되기도 하고, 실제 공간의 환경과 다르게 착각을 하기도 한다. 이는 뇌 과학의 미래가 될 수도 있지만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 이를 통해 상대의 생각을 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인공지능의 이야기,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딥러닝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인공지능은 과거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 알파고의 경우도 특정한 비법을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기보를 죄다 공부하게 해서 스스로 터득했기 때문에 인간 이상의 실력이 나온 것이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인간을 능가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감추고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AI는 시간을 두고 우리가 발전시키는 것이 정말 맞을 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김대식 교수의 기존의 강의 내용을 한 권으로 정리한 느낌이다. 중복되는 이야기도 있고 여기저기서 들었던 내용이 많고 새로운 내용이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쉽다.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한다면 보기에 적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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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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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반부에서는 뇌와 관련된 연구 성과나 과학적 사실, 철학적 성취 등을 소개하고 후반부에서는 뇌에서 시작된 우리 존재에 대해 이야기 하는 방식으로 구성돼있다. 철학적 질문과 과학적 사실이 적절히 조합되어 흥미를 유발하면서 나름의 주제에 가볍게 접근할 수 있게 쓰였다. 뇌의 무게는 1.4킬로그램이고, 뇌속에는 10의 11승 만큼의 신경세포가 10의 15승 가량의 네트워크 망이 구축되어 있다. 비교적 단순하고 명백한 과학적 사실에 비하면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놀랄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것도, 수많은 위협 속에서 여태까지 생존하게 한 것도, 단순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도 모두 그 1.4킬로그램의 덩어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때문에 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뇌에 대한 생각은 고대 그리스 이전부터 있어왔는데, 그것이 확연하게 갈린 것은 아리스토텔리스 학파와 플라톤 학파였다. 아리스토텔레스 학파는 생각이 심장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고, 플라톤 학파는 머리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이후 갈렌은 뇌의 빈 공간(뇌실)에 들어찬 공기들이 생각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생각이 이뤄지는 부분은 뇌실이 아닌 피질이었다. 데카르트는 육체는 4차원의 공간에 살지만, 정신은 1차원의 세계에 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뇌가 단순한 관찰이나 철학을 넘어 과학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골지 컬러링을 통해 뇌의 신경세포가 처음 눈으로 관찰되었고, 카할은 신경세포는 거미줄 모양이 아닌 나뭇잎 모양의 단일세포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과학은 불행히도 역사적으로 처참한 시기에 발달했다. 수술을 잘못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연구할 수 있을 때는 오직 전쟁때 뿐이었기 때문이다. 1870년, 1914년, 1939년 등 큰 전쟁이 일어났을 때 뇌과학은 괄목할 성장을 이룩했다. 


뇌과학의 역사를 접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자연스레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이는 어느 정도 답이 나왔다고 해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특히 딥러닝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의 지능이 급가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인간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저자는 데카르트에서 인도철학, 마야콥스키 시에서 수많은 이들이 그렸던 자화상까지를 등장시키며 '나'라는 존재에 천착하는 인간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는 과연 내가 생각하는 '나'는 정말 '나'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카프카의 '변신' 우디엘런의 '젤리그' 등으로 계속된다. 특히 나치의 박해 속에 자신의 존재를 알고자 했던 유대인의 이야기, 그 중에서 유대인임을 부정하고 그들의 반대편에 섰지만 결국 죽음을 면하지 못했던 프리츠 하버의 이야기는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과학적으로는 우리 몸의 세포는 시간당 3~4만 개가 죽어나가 내가 나라는 정체성을 증명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나의 존재를 계속 확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뇌세포 때문이다. 뇌세포는 거의 새로 만들어지지 않고 어릴 때의 신경세포가 늙어서까지 유지된다. 이와 함께 '이성'은 '나'를 더욱 나답게 하는데, 우리가 매번 이성적일 수 없기 때문에 순간 순간에 과거 DNA의 선택지를 참고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이성적이기보다 동물적인 답을 내놓는다. 이후 저자는 내가 의미있는 존재인지, 나는 영원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과학자다운 사례와 생각들을 이야기 한다. 마지막 장에서 몇 가지 물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밝히고 글을 맺는다. 이 책은 저자의 전문 분야의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주제가 잘 조합된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이유는 이야기가 더 진행될듯 하다 끝난듯한 느낌 때문이다. 김대식 교수님의 글은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데 글이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대중성을 생각한 배려 같은데 조금 더 전문적으로 들어갔으면 더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살짝 아쉬운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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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 2015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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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일은 독자보다 작가 자신에게 위안이 된다. 짧은 글이라도 써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한강의 글쓰기가 그녀를 위로하는 것이라면 과연 무엇을 위로해 주는 것일까. 그녀의 소설은 대체로 무겁다. 등장인물들은 한없이 가라앉아 있으며, 종내에는 독자에게 그 묵직함을 전파시키고 만다. 나는 한번도 그녀의 소설을 편하게 덮어본 적이 없다. 그것이 내가 그녀의 소설을 읽는 이유다. 


한 남자가 찾아 온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죽은 사람이 찾아오는 일은 흔하다. 세상에 없는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는 이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던가. 이상한 일은 '내(k)'가 진짜 보고 싶어했던 경주 언니가 아니라, 경주 언니와 각을 세웠고 갖은 노력에도 끝내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임선배가 찾아온 것이다. 그와 경주언니의 갈등이 불거진 것은 k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갔던 회사 수련회에서 였다. 경주는 임선배의 얼굴에 맥주를 끼얹었다. 회사의 불공정한 원칙에 대해 내내 침묵했던 그에 대한 반감이 폭발한 것이었다. 여직원이 결혼을 하면 으레 그만 두어야 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에, 경주는 이에 맞서 싸웠고 유일한 미혼남이면서 훗날에도 회사에 남을 임선배는 침묵했다...고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후에 경주는 그 역시 나서지 않았던 것일 뿐 자기 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모두와 똑같이 무력했던 것뿐인데, 나 자신부터 그토록 철저하게 무력했는데, 어째서 그 미소 짓는 얼굴에 술을 뿌릴 권리가 나에게 있다고 믿었던 걸까?(p.28)

경주가 분노했던 임선배는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회사를 나와 시사잡지 편집부에서 일했다. 거기서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인쇄 직전 삭제되는 사건을 이유로 회사와 싸우게 된다. 싸우던 이들은 결국 그 잡지사를 나와서 새로운 잡지사를 꾸린다. (시사저널에서 시사IN으로) 그는 거기서 4년 여를 일하다 암에 걸려 생을 달리 한다. 그의 동료들은 그의 어려운 형편을 잘 몰랐고,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선뜻 도움을 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의 쓸쓸한 죽음을 위로하는 글이 실리고, 한강 작가는 그 글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의 소설이 그녀에게 위로해 주는 것은 미안함을 대신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도와줄 수 있었던 일이든 아니든 우리는 세상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하려는 모든 이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녀의 소설은 그 빛들에게 진 빚에 대한 작은 보답 같은 것이다. 


화자인 k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암자에 한 소녀가 찾아오고 두 스님 중 한 명인 노힐부득은 그녀의 유혹이 두려워 재워주지 않는다. 나머지 달달박박은 그녀를 재우고 목욕물도 받아 준다. 다음날 노힐부득이 친구가 유혹에 넘어 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찾아 갔을 때 그들은 모두 황금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관음보살이었다. 노힐부득도 몸을 씻고 황금 부처가 된다. 그러나 k는 끝내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없었다. 도무지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았으니까.


언제나 같은 꿈이에요.... 

잃어버린 사람들....

영영 잃어버린 사람들.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잃어버렸는데 잃어버리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자주 찾아온다. 그녀가 시나리오를 더 쓸 수 없었던 이유는 그녀의 삶이 어느 것에도 동화되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통의 언저리를 맴돌면서 힘없이 바라보기만 할 뿐,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어 줄 수 없었다. 그것이 그녀를 평화스럽게 했고, 그만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하룻밤 사이에 누군가는 부처가 되고 관음보살이 되는 기적이 세상 어느 곳에서는 일어나겠지만, 그것이 되지 않고 평화로울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미완'과 '방관'의 선택지만을 손에 쥔 것도 모른 채 완성의 갈증을 풀려고 하는 것일까. 우리의 삶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왜 번번히 절망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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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권용철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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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종의 유전자가 개체를 적응시키며 유전형질의 변화를 일으키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유전자는 나름의 생존에 최적화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와 함께 유전자에는 과거로부터의 생존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는 의미 역시 포함되어 있다. 진화론에 관련된 서적을 보면 얼마 전에 출간된 윌슨 교수의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나 전중환 교수의 '오래된 연장통' 모리스 교수의 '털없는 원숭이' 등 제목만 봐도 그 내용을 짐작케 한다. 이런 책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유전자들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부터 전해져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까지 그 특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화론 책을 읽을 때면 심하게 말해서 나는 우리 인간의 모든 행동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 힘이 약한 존재를 공격하게 되는 성향, 경쟁에서 지고 싶지 않은 성향, 위협을 느끼면 비굴해지는 성향, 완벽하게 아름다운 이성에 더욱 끌리는 성향 등 우리가 하는 많은 행동들이 거의 유전자의 영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몸은 아직 원시시대'는 진화의학자인 저자의 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윈의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담긴 책이다. 과거에 이와 관련된 유명한 책은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가 있는데, 이 책 '...원시시대'는 그러한 다윈의학의 좀 더 대중적인 버전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다윈의학이 시작되는 시발점은 바로, 이렇게 완벽한 인간의 몸이 왜 질병을 유발하는 그 많은 특질들을 그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도 해결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좋은 답은 인간의 몸은 과거에도 그들과 절충을 해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고, 앞으로도 그 적정한 선을 찾아 타협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당분이나 지방을 선호해서 생기는 질병에 대해서 의아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특질이 식량이 충분치 않은 시대에는 생존에 도움을 줬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음식물이 풍부한 환경에 우리 몸은 아직 적응하지 못한 채 과거 원시시대부터 내려오던 특질로 아직 적응을 하는 중이다. 다른 예로 세균과 싸우기 위해 우리 몸은 열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세균과 싸울 수 있는 온도로 우리 몸을 유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균과의 경쟁을 위해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면 열량 소모가 20%는 더 많아지고, 조직의 손상을 쉽게 가져올 수 있다. 우리 몸이 진화하는 과정은 외부의 공격에 대비하면서 스스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식으로 적정선을 유지하는 시행착오의 연속인 셈이다. 

저자는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는지 아닌지에 따라 우리 몸이 적응을 어떻게 해나가는 지를 설명한다. 애벌레와 나비, 올챙이와 개구리가 같은 유전자를 갖고도 완전히 다른 모양을 갖는 것도 어떤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는 지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첫 장에 나오는 고혈압의 이야기만 봐도 그렇다. 생태계에서 높은 혈압이 필요한 경우는 포식자가 먹이사냥을 하거나 초식동물이 도망을 가야할 때이다. 특별한 상황에서 혈압을 높이는 것은 사냥이나 생존에 유리했으므로 이는 계속 보존되었다. 현대인은 과거보다 더 높은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혈압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평시에도 각성 상태에 있으므로 혈압은 낮춰질 줄 모르고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사라진다면 혈압을 높이는 유전자는 꺼질 것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특별한 가족력이 있지 않은데도 유난 혈압이 높다면 스트레스 때문에 지속적인 긴장 상태에 있다는 증거이다. 유전자가 꺼지고 켜지는 것에 관계되는 것은 유전자가 메틸화 되었느냐 아닌가의 차이이다. 또 한가지는 유전자가 감겨있는 히스톤이 찌그러졌을 때 유전자는 꺼지게 된다. 둘의 차이는 전자는 한 번 꺼지면 오랫동안 유지되고, 후자는 일시적이라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식습관이나 스트레스 조절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밖에도 특별하면서 흥미로운 사례들이 꽤 많은데, 책의 후반부에 있는 어린시절의 경험과 유전자의 관련성 사례도 눈여겨 볼만 하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코르티솔'이라고 하는데 이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분비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호르몬은 어려움 극복에 도움이 되는 대신 다른 장기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몸이 정상일 때는 코르티솔 수용체가 코르티솔 호르몬의 양이 많은 것을 감지해 분비를 중지시킨다. 수용체가 적게 만들어지면 코르티솔 호르몬의 양이 많아지는데, 이 때문에 아주 작은 어려움에도 계속 코르티솔을 분비하게 된다. 어린시절 학대를 받거나 방임된 사람은 코르티솔 수용체의 유전자 정보가 꺼진다.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게 나타나 모든 상황을 항상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많아져야 하는데, 기분좋은 경험이나 긍정적인 생각이 절대적인 이유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사례들이 40여가지 실려 있는데 각각의 사례를 따로 떼어내어 글을 써도 될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특히 학생들에게 강의하듯 쉽게 쓰여서 누구나 보기 쉽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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